메디톡스, 대웅 이어 휴젤 美ITC 제소···'강행 배경' 관심
유출 경로 某교수 지목·해외사업 방식·주력사업 여부 등 대웅과 차이점
2022.04.08 05:37 댓글쓰기
메디톡스, 휴젤 CI.[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메디톡스가 휴젤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을 제기했다. 3년 전 대웅제약에 이어 2번째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 제소 때와는 달리 ‘방문자’를 유출 경로를 지목했고, 휴젤 측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업계에서는 현지 사업 상황 및 향후 대응 측면에서 대웅제약 소송과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지난 3월 30일(미국시간) ITC에 휴젤을 제소했다고 최근 밝혔다. 휴젤이 자사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개발‧생산하고, 이를 미국에 수출하려 한다는 이유다. 
 
메디톡스가 국내 제약사를 상대로 ITC에 소송을 건 사례는 지난 2019년 1월 대웅제약에 이어 2번째다. 당시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 균주와 제조공정을 빼돌려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개발‧생산했다"고 주장했다.
 
메디톡스는 이번 휴젤 소송에서 유출 경로로 ‘카이스트 某교수’를 지목했다. 메디톡스는 ITC 소장을 통해 해당 교수는 지난 2001년 정현호 대표가 선문대 교수 재직 중이던 당시 연구실을 방문해 균주 및 제조공정을 빼돌려 휴젤 창업자인 문경엽 전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해당 교수 방문 직후 문경엽 대표가 그 교수의 연구실에서 보툴리눔톡신 균주를 배양하는 모습이 목격됐다”며 “이후 문 대표는 휴젤을 창립해 1년 만에 새 균주를 발견‧분리하고, 또 다시 1년 뒤에는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생산‧정제했다고 발표했다. 개발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르다”고 설명했다. 
 
이는 과거 대웅제약을 ITC에 제소할 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 소송 당시 균주와 제조공정을 빼돌린 인물로 메디톡스에서 대웅제약으로 이직한 연구원을 지목했다.
 
휴젤 측은 "1회 방문으로 몰래 균주를 유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허위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휴젤 관계자는 “균주를 옮기려면 영하 70도 이하로 보관할 특수용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유출했다면 과연 몰랐겠느냐”고 항변했다.
 
이어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에 소송할 때는 자사 출신 연구원이 이직 과정에서 기술을 빼돌렸다고 주장했지만, 휴젤에는 메디톡스 출신 직원이 연구원으로 재직한 사례가 없다. 기술을 전달받을 만한 경로가 안보이니 억지로 엮어서 몽니를 부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휴젤 대응 및 소송 양상이 과거 대웅제약 소송과는 다를 것으로 예측했다. 대웅제약은 현지 사업을 파트너사인 에볼루스에 일임했지만, 휴젤은 파트너사인 크로마파마와 현지 법인인 ‘휴젤 아메리카’를 공동 설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에볼루스는 메디톡스 및 애브비와 합의금 및 기술료(로열티) 지급을 대웅제약의 동의 없이 독자적으로 합의했다. 소송이 장기화하면서 생긴 사업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메디톡스는 이후 에볼루스의 최대주주 자리까지 획득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메디톡스가 과거 대웅제약과의 분쟁과 마찬가지로 최소 합의금이나 로열티를 확보할 수 있다고 계산하고 휴젤을 제소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소송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만큼 위험 부담이 덜하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메디톡스는 지난해 로열티 덕분에 수익성이 많이 개선됐다. 2020년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 취소 문제로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매출 1849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45억원, 962억원으로 모두 흑자 전환했다.
 
로열티가 수익성에 도움이 됐다는 점은 메디톡스 스스로 인정한 대목이다. 메디톡스 측은 금년 3월 11일 실적 공시 당시 “안정적 영업 활동이 재개되고, ITC 소송 합의로 정기 로열티가 유입되면서 수익이 개선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휴젤 관계자는 “본사는 보툴리눔톡신 사업을 파트너사에 일임하지 않았다. 현지 법인을 공동 설립해 직접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유대관계가 훨씬 끈끈한 만큼 파트너사가 중도 합의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메디톡스의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휴젤 대응 역시 대웅과는 강도가 다를 전망이다. 휴젤의 경우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대웅제약과 달리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주력사업으로 한다. 또한 2020년 중국에 이어 올해 3월 유럽에도 수출을 시작하면서 이번 소송에 훨씬 강경하게 임할 것으로 보인다. 
 
휴젤 관계자는 “그동안 메디톡스 행보에 대해 국산 보툴리눔톡신 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끼칠까 봐 업계 관계사로서 우려했다”며 “이번 제소로 메디톡스가 자사 이득을 위해 국내 기업들의 발목을 잡으려 한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제소에 대응하면서 국내 명예훼손 소송을 비롯해 가능한 모든 법적조치를 취해 메디톡스를 규탄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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