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를 간호사로 포장하는 법은 철회돼야'
성명숙 회장 대한간호협회
2012.09.09 20:00 댓글쓰기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양승조 의원이 대표발의 한 의료법 80조 개정안 간호조무사를 간호실무사로 변경하고 전문대학 내 간호조무학과 신설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차를 보인데 이어 간호관리료차등제 시행(2001년) 이후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간호조무사가 퇴출됐는지 여부를 두고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양 의원의 지역구인 천안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의료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간호협회 성명숙 회장은 "중소병원장들을 배불리는 의료법 80조 개정안을 반대한다"면서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철회하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간호협회 설립 이래 최초의 거리집회를 계획한 성명숙 회장에게 간호사의 입장에 대해 들어봤다.

 

Q. 대한간호협회가 설립 이래 최초로 거리집회를 개최했다. 민주통합당 양승조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 때문인데, 개정안의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또한 간호조무사의 명칭을 간호실무사로 변경하고 면허제로 바꾸면 생길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인가?

 

A. 의료법 제80조 개정안은 의료인이 아닌 간호조무사의 명칭을 ‘간호실무사’로 변경하고 시·도지사 자격을 보건복지부 장관 면허로 변경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는 마치 간호조무사를 간호사인 것처럼 포장해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엄연히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교육과정에서 뿐 아니라 병원에서 각자의 역할을 볼 때도 크게 다르다. 한마디로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의 간호 실무를 보조하기 위해 간호의 기초를 학원에서 1년을 배우고 자격을 취득하는 직종이다.

 

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간호사의 경우 환자 약주고 주사 놓는 일이 끝이 아니다. 간호사는 응급실과 내과, 외과, 신경계, 신생아, 심장계 등 중환자실과 일반 외과, 내과 등등 각 파트마다 하는 일이 다르다. 중환자실의 경우엔 인공호흡기 설치, 기도 삽관 환자 간호, 주사부위가 중심정맥인지 말초인지에 따라 그리고 정맥주사 세트에 따라 간호하는 법이 다르고 때에 따라 투석이 필요한 경우 투석간호, 심전도 읽고 모니터링, 배액관리, 체위변경, suction하면서 기도 간호, 심장발작 땐 응급간호, 수술 전 후 처치한다.
또 수술 전·후 교육, 환자교육, 퇴원교육 등 대학교육 통해 습득한 간호업무를 수행한다. 이밖에도 환자간호와 관련된 많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그때그때 차트정리하고, 이러다보면 일이 제시간에 끝나지 않아 몇 시간씩 오버타임 하다가 집에 가야 하는 때도 많다. 하지만 양승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제80조 개정안이 통과되면 의원급에서 진료보조를 하던 간호조무사들이 간호사들의 영역까지 침범할 우려가 크다.

이것은 의료서비스의 질 하락을 부추기고 국민건강권을 위협하는 일이다. 또 간호사를 대신해 간호조무사를 쓰는 기관이 의원급에서 병원급, 특히 중소병원들이 현재도 간호조무사 인력을 많이 쓰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보다 많은 간호조무사들이 중소병원에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이는 국민의 건강보다 특정 의료기관의 이윤추구를 위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는 의료법 제80조 개정 법률안을 반대한다.

 

Q. 개정안이 철회되지 않고 국회에서 심의가 진행된다면 어떻게 하겠나? 향후 대응 방안은? 

 

A. 우리 30만 간호사와 7만 간호대학생은 사즉생이 아니라 사즉사의 각오로 의료법 제80조 개악 저지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먼저 30만 간호사와 7만 간호대학생은 정치참여를 공식선언한 바있다. 대한간호협회는 단일직종으로는 최대 규모의 회원을 가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보건의료와 여성을 대표하는 조직으로 각 정당별 대통령후보 경선 뿐 아니라 올해 예정된 대통령선거, 그리고 총선에서 대한민국의 올바른 정치일꾼이 선출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정치활동에 참여해,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할 것이다.

그 첫 번째로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 9월 4일 마감일까지 5만여 명의 회원이 선거인단으로 등록해 그 힘을 대내외에 보여 준 바 있다. 또한 현재 온오프라인을 통해 벌이고 있는 100만 서명운동도 적극 전개해 나갈 것이다.

또한 양승조 의원이 대표발의 한 의료법 제80조 개악(안)은 중소병원 경영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는 투쟁을 발의가 철회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사회적 약자 운운하는 양승조 의원의 논리가 허구라는 사실을 적극 알려 나갈 것이다. 이와 함께 지역 간 의료기관 규모 간 간호사 수급 불균형이 의료법 제80조 개악 추진의 근본원인인 바, 이를 개선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할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의료법에 규정된 간호사 법정인력 기준을 위반하고 있는 의료기관을 고소·고발하고,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있는 정부에 그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해 나갈 예정이다.

 

Q. 간호조무사들이 요구하고 있는 전문대 내 간호조무과 설치에 대해 간협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대학의 자율이라는 미명하에 학원이나 전문계 고교 과정으로도 취득 가능한 자격을 대학의 돈벌이를 위해  양성학과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학력 인플레를 조장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부담만 가중시키고 보건의료인력 양성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므로 반대한다.


Q. 전문대에 간호조무과가 설치되면 간호조무사에 대한 교육의 질과 수준이 높아져 환자 관리나 의료서비스 질도 높아질 거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학원과 일부 전문계 고교 교육을 통해 간호조무사를 양성한 것은 업무와 역할이 대학 교육 과정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일 뿐 아니라, 간호사를 보조해야 할 간호조무사의 양성 교육기관이 같을 경우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간호전달체계의 대혼란이 야기될 것이기 때문에 교육의 질과 수준이 높아져 환자 관리나 의료서비스의 질도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의료인이 아닌 간호조무사의 간호사 보조업무가 국민의 의료서비스 질 향상이라고는 볼 수 없다.


Q. 대한중소병원협회에서는 간호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간호사 정원의 3분의 1만이라도 간호조무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의약분업 이후 병원에서 간호조무사 인력을 보면 2001년 5886명에서 2009년 1만5433명으로 3배 이상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 왔다. 이는 의약분업 이후 중소병원들이 경영악화 등을 내세워 간호사보다는 간호조무사 인력채용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의원급에 적용되고 있는 간호조무사 배치기준을 병원급에 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은 그나마 남아있던 간호사 인력을 거리로 내몰고 중소병원의 의료서비스의 질 하락을 부추기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중소병원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 것이며 국민의 건강보다 자신들의 이윤을 추구하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Q. 간호조무사협회가 간호등급제 시행 후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간호조무사 절반 이상이 퇴출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간호조무사는 앞서서도 말했듯이 병원급 이상에는 배치기준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호조무사협회에서는 간호등급제 이후 늘어난 병원 수와 병상 수에 비해 간호조무사를 늘지 않았기 때문에 절반 이상이 퇴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을 왜곡하는 일이다. 간호등급제 시행 이후 늘어난 병상 수를 놓고 볼 때 법정 인력으로 보호받아야 할 간호사의 경우 늘어난 2011년 말 현재 법정인력의 53.3%에 불과하다. 다시 말하자면 있어야 할 간호사 자리에 오히려 간호조무사들이 있다고 거꾸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Q. 최근 벌어지고 있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 갈등을 업무영역 다툼,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같은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이번 법률 개정안을 놓고 반대 입장을 취하는 것은 절대 간호조무사와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그리고 간호조무사, 간병인 등 각 보건의료 각 직역 간 업무영역이 다르며 이를 지키는 일은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다. 따라서 법률안 개정을 반대하는 것은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과 알권리를 지키는 정당한 주장으로 봤으면 한다. 직역간의 싸움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대단히 불쾌하다.

 

Q. 간호조무사는 물리치료사와도 업무영역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A. 물리치료사의 입장이 우리와 유사한 처지가 아닌가 생각하지만 어떤 과정에서 갈등이 생겼는지는 좀 더 확인 해봐야할 것 같다.

 

Q. 이처럼 간호조무사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데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현재 의료법은 40여 년 전 개정된 이후 지금까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의료현장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간호사 역시 진료보조 영역이 명확히 정의돼 있지 않다. 또한 의료법에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하위법령인 간호조무사 및 의료유사업자에 관한 규칙에서는 간호조무사 업무에 진료보조를 포함하고 있어 갈등을 초래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의료법의 대대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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