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가 유형별 수가협상 도입 후 역대 최대치인 3% 인상률을 기록했지만 정작 개원가는 실망스럽다는 분위기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난 등의 공감대를 얻어 지난해 2.4%보다 0.6% 증가한 3%의 벽을 깼지만 경영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못되는 수치라는 것이다.
4일 서울 강남구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A 원장은 “3%의 벽을 깬 것은 고무적이지만 초진료가 390원 인상됐다. 요즘 390원이면 아무것도 못한다”면서 “라면이나 과자도 1000원 이하는 거의 없다”면서 불만을 드러냈다.
A 원장은 “정부는 1차 의료기관 활성화 등을 정책으로 내놓고도 수가 인상률을 이런 식으로 한다는 것은 정말 의사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시에서 이비인후과를 운영하는 B 원장은 “3% 인상으로도 개원가는 먹고 살기 힘들다”면서 “의협은 수가협상을 더 적극적으로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B 원장은 “노환규 회장은 임기 초 건정심 탈퇴 등 초강력수를 들고 나왔다 슬그머니 다시 들어가는 등 의료계 수장다운 면모를 갖추지 못해 정부가 의사들을 더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대구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C 원장은 “할 말이 없다”면서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는데 내년도 수가인상은 고작 3%”라면서 “병원을 정리하고 커피 전문점을 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고 한탄했다.
의료계 임의단체들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의협은 수가협상 과정에서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안이 없었다는 점과 수가결정 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의원협회는 4일 성명서를 통해 “의원급 의료기관에 있어 3%의 수가인상률은 경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대단히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밝혔다.
의원협회는 “3% 합의는 건정심 탈퇴 및 휴진투쟁까지 감행했던 의협이 과연 민의를 수렴한 결정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실리와 명분 사이에서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지만 수가결정구조 개편이라는 대의명분을 대신할 수 있는 실리는 분명 아니다"고 지적했다.
전국의사총연합도 “의원급 3%, 병원급 1.9% 수가인상은 의료기관 경영난이 위험 수위에 이른 현 상황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지적했다.
전의총은 “왜곡되고 악화될 대로 악화된 현 의료상황은 큰 틀을 바꾸지 않는 한 현재와 같은 단편적인 수가협상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며 “현 의협이 출범초기부터 주장해 왔던 의료의 근본적 틀을 변화시키는데 이제부터라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대한개원의협의회 김일중 회장은 "많은 노력을 했지만 서운한 마음을 감출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일중 회장은 "김재정 회장 때 유형별 수가로 바뀌면서 3.6%를 얻은 것이 최고다. 하지만 이번 같은 경우 건보재정이 4조원이나 남은 상태였기 때문에 4%대는 넘을 것으로 기대했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다른 직역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한 수치겠지만 의원급에는 여전히 힘든 수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