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이자 서울시의사회를 이끌고 있는 임수흠 회장이 5일 보건복지부 권덕철 보건의료정책실장과 단독 면담을 가졌다.
임 회장과 권 실장의 만남은 지난 2월 1차 의정협의 이후 8개월 만으로, 단절됐던 의료계와 복지부 간 대화 재개를 알렸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실제 권덕철 실장 승진 후 대한의사협회 고위직이 자리를 함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격의료 시범사업으로 틀어진 관계가 정상화 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다만 임수흠 회장은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이 아닌 서울시의사회 회장 자격으로 이번 면담에 나섰음을 밝혀 의사협회와 분명한 선을 그었다.
때문에 내년 의사협회 회장선거를 염두한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답보 상태에 빠진 대정부 관계 개선을 주도할 인물임을 각인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임수흠 회장은 권덕철 실장과의 면담에서도 의협의 미온적 태도를 지적하는 등 의협 집행부가 아닌 서울시의사회장으로서의 시각을 전하려 노력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이날 면담의 첫 주제는 ‘의정합의’였다. 대승적 차원에서 애써 도출한 의정합의가 제대로 논의 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권덕철 실장은 “1차 의정합의 당시 분위기만 같아도 좋았을텐데 아쉽다”고 말문을 열었고 임수흠 회장은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같은 얘기가 나온다”며 화답했다.
원격의료와 관련해서는 서로의 고충을 털어놨다.
권 실장은 “원격의료 시범사업 역시 의료계가 먼저 요구했고, 2차 의정합의에서 이를 반영했는데 갑작스레 거부하고 나서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임 회장은 “좀 더 내실있게 합의했으면 혼란이 덜했을텐데 아쉽다”며 “아무쪼록 의료계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복지부가 전향적으로 논의를 진행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 접근이 필요한 정책은 차치하더라도 당장 시급한 현안은 좀 더 신경을 써 줬으면 한다”며 “무엇보다 서로 논의를 시작하는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권덕철 실장은 “의료계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 개선할 점이 있으면 열린 마음으로 듣고 검토하겠다”며 “다만 건강보험 체제 하에서는 가입자의 목소리도 감안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견지했다.
이어 “원격모니터링 시범사업 수가를 개발 중으로, 이번 달 중순 발표할 예정”이라며 “현재 시범사업 의료기관만으로는 제대로 된 검증이 힘든 만큼 의료계가 보다 많이 참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후 간담회는 비공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간담회 후 임수흠 회장의 브리핑 내용이다.
*의정협의 재개
복지부는 의사협회에 의정협의 논의 의사를 물었지만 회신이 없어 답답해 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예 접촉 자체도 없다고 했다. 이제라도 말 던지기는 그만두고 함께 논의를 시작해 달라고 요청했고, 확답을 받았다.
*전문의 양성 문제
현재 시스템에서는 전공의를 마쳐도 할 수 있는게 거의 없다. 더 배우기 위해 불가피하게 전임의 생활을 해야 한다. 수련의 질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 전반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복지부 역시 공감을 표했다.
*리베이트 쌍벌제 개선
제약사 진술에만 의존한 수사기관의 수사결과를 토대로 행정처분 한다는 사실에 우려를 표했다. 또 쌍벌제와 관련해 의사 교육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논의의 자리를 만들자고 건의했다.
*醫-政 협의체 구성
협의체 구성 제안에 공감은 했지만 확답은 없었다. 좀 더 정리되면 위원회 구성 등을 차후 논의키로 했다. 사실 이러한 일은 대한의사협회가 해야 한다. 의협이 못해서 직접 온 것이다. 의협이 중심을 잡으면 함께 할 수는 있다.
*의사회 의견 개진
오늘은 서울시의사회장 자격으로 왔다. 의협은 지금 서울시뿐 아니라 어디에서 뭘 해도 반응이 없다. 오늘 놀란 사실은 내가 권덕철 실장 방에 찾아온 의료계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각 직책에서 할 역할이 있는데 잘 안돌아가는 것 같다.
*의협의 책무
1차 의정협의 후 8개월만이다. 의협 집행부는 비대위 파견 문제로 허송세월하고 있다. 의료계 어른이 없다. 역대 회장, 의장도 많이 있는데 어려운 현안이 있을 때 아무도 목소리를 안낸다.
아무도 하는 사람이 없어서 나라도 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내려왔다.
*의협회장 선거 행보
내년 의협 회장선거를 염두한 행보라는 비판을 감안하고 내려왔다. 책임질 것은 책임지고 할 일은 해야 한다. 회원들에게 필요한 정책, 제도 개선이 산더미다. 누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