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 포털 사이트 중 하나인 네이트가 지난 18일 온라인상에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논란…어떻게 생각하시나요?’란 주제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신빙성이 떨어지는 조사방식에 대해 의료계가 분노감을 피력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18일 당일 하루에만 진행됐다. 네이트는 매일 주제를 바꿔가며, 온라인 여론조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허용 여부’ 여론조사는 투표수가 다른 주제에 비해 상당히 높았다. 평소 약 5000표에서 2만표 수준에 그쳤던 투표수가 이번 주제에는 약 25만5000표로 확연하게 급증했다.
찬성 ‘과학적 한방진료 가능해져’(55%)가 반대 ‘무자격자 의료행위, 건강 해쳐’(45%)보다 10% 정도 앞섰다. 찬성표 14만1601표, 반대표 11만3869표로 집계됐다.
댓글에서도 치열한 찬반 논쟁이 펼쳐졌다. 공감대를 많이 받은 댓글 중 반대 입장을 밝힌 네티즌 A씨는 “자격 없는 사람이 의료행위를 할 경우 강력처벌하면 안되겠나. 주기적으로 테스트해서 인성이나 실력 안 되는 사람을 짤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찬성 측에 손을 들은 B씨의 경우 “지금 시대에 한의사도 당연히 과학 발달로 이뤄진 정밀기계를 이용해 효과를 봐야 한다”며 “비유하자면 스포츠 선수가 경기에 좀 더 우수하고, 보다 더 괜찮고 좋은 장비를 쓰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찬반 투표수를 떠나, 여론조사 시스템 자체에 불만을 터뜨렸다. 충분히 동원된 인력으로 조작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의협 관계자는 “최근 대한한의사협회에서 골밀도 측정기 시연을 여는 등 여론몰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네이트 여론조사는 중복투표가 가능하기 때문에 신빙성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실제로 해당 여론조사는 참여자 1인당 10번의 투표기회 주어졌다. 더욱이 다른 컴퓨터에서 재로그인할 경우 또다시 10번의 기회가 생겨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 관계자는 “만약에 한의협에서 마음먹고, 회원들에게 투표를 독려할 경우 당연히 찬성표가 많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들에게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허용의 문제점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 제공을 하지 않고, 이와 같은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의협 관계자는 “해묵은 이야기이지만 그동안 진맥만으로 한약을 짓고 자신들만의 치료법을 이어왔던 한의사들이 왜 자꾸만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주장하는지 잘 모르겠다. 한의계 자체적으로 검증된 현대 의료기기를 개발해서 사용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공신력 있는 설문조사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의협은 네이트 여론조사에 크게 의미를 부여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한의계는 더 이상 국민을 호도하지 말고, 허황된 논리를 그만 주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