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코스닥 상장 제약‧바이오기업의 공시 기준이 강화되면서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중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내 CRO 업계도 이에 발맞춰 해외기업과 제휴하고 업무 분업화로 전문성을 강화하는 등 역량 확대에 나섰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7일부터 제약‧바이오기업 특성을 반영한 포괄공시 가이드라인을 적용, 시행한다. 포괄공시는 상장법인이 의무 공시 사항 외에 중요 정보를 스스로 판단해 공시하는 제도다.
새 가이드라인은 ▲임상시험 종료 ▲품목허가 ▲기술이전 및 도입 등 3가지 사항에 관한 공시기준의 강화 또는 완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중 임상시험 종료의 경우 거래소가 관련 가이드라인을 재정비하면서 공시 기준이 다소 강화됐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진행됐던 ‘임상시험 종료 보고서’는 가이드라인 공시대상에서 빠진다. 이로서 임상시험 관찰 절차 종료만으로는 공시를 할 수 없게 됐다. 다만 CRO로부터 임상시험 결과보고서(CSR)를 제출받았다면 공시대상에 포함된다.
또한 임상시험 결과 공시 CRO가 제출한 1차 평가지표 통계값 및 통계적 유의성 여부를 충실히 기재해야 한다. 통계적 유의성 검증이 면제된 경우에도 CRO 확인을 거친 뒤 관련 내용을 공시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에는 이외에도 품목허가 공시대상을 신약후보물질(오리지널, 개량신약, 바이오시밀러)로 명시하고, 기술이전 중요성 판단 기준에 매출액 요건을 추가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했다.
업계에서는 CRO의 역할이 이전보다 강화된 것으로 해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번 공시 가이드라인 속 자료들은 기존에도 CRO가 의뢰사에게 제공했던 것”이라며 “그런데 그동안 제약‧바이오기업이 관련 내용을 공개할 때 데이터를 입맛에 맞게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번 가이드라인 제정으로 CRO 제출 데이터를 충실히 기재해야 하기 때문에 자의적 해석이 어려워졌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CRO 선택이 보다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좋은 임상 결과를 끌어낼 역량을 갖춘 CRO를 잘 선택하는 것이 공시 성패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씨앤알리서치 “글로벌 MOU” LSK글로벌PS “업무 세분화”
이처럼 제약‧바이오업계의 CRO에 대한 중요성이 확대되면서, 국내 CRO 업계는 제약·바이오기업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역량 확장에 더욱 힘을 쏟는 모양새다.
씨엔알리서치의 경우 글로벌 임상 수행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씨앤알리서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허가 컨설팅 전문 기업인 WRRS와 양사상호협력을 통한 임상시험 서비스 수행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지난 1월 27일 체결했다고 7일 밝혔다.
씨엔알리서치는 이번 MOU를 통해 그동안 FDA 임상 승인을 위해 글로벌 CRO와 계약을 맺어왔던 국내 신약개발 회사들의 ‘니즈’를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씨엔알리서치는 또 글로벌 임상시험 수행을 본격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FDA 인허가 경험을 갖춘 인력들로 구성된 ‘글로벌 RA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씨엔알리서치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임상 파트너로 본격적 행보를 위해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다인종 임상시험을 수행한 뒤 FDA로부터 2상을 승인받는 것을 추진해왔다”며 “이번 MOU로 국내 기업들의 FDA 임상 승인을 더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LSK글로벌파마서비스(PS)는 의료기기 임상 전담팀을 신설, 업무를 세분화하고 전문성을 강화했다.
LSK글로벌PS는 7일 "국내 의료기기 임상시험 발전 및 글로벌 진출 활성화를 위해 의료기기 임상 전담팀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임상 설계는 그 특성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있다. 의료기기 시험은 의약품과 달리 이중눈가림이나 위약 등의 방법을 적용하거나, 다수의 사람에게 동시에 시행하기 어렵다는 차이점이 있다.
LSK글로벌PS 관계자는 “제약‧바이오업계에서 CRO 영역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다”며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업무 세분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회사의 판단이다. 의료기기팀 신설 등 세분화를 통해 영역별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