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공지능(AI) 시장 활성화를 위해 결성된 국내 최초 '의료 AI 얼라이언스'가 예상보다 부진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국내 의료 인공지능 생태계를 조성해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로 탄생했지만 출범 1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성과는 물론 뚜렷한 협업 사례도 없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열악한 시장 여건 및 사업 방향 차이 등을 이유로 사실상 와해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의료 AI 얼라이언스'는 국내 의료 인공지능 시장 활성화를 위해 결성된 협의체다. 2022년 6월 SK C&C를 필두로 뷰노, 루닛, 딥노이드 등이 참여해 탄생했다.
이들은 '의료 AI 생태계 조성 및 사업 협력'을 목적으로 △글로벌 산업·기술 트렌드 공유 △시장 활성화를 위한 공동 판매 및 홍보 등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를 통해 국내 의료 AI 산업 활성화를 도모하고 시장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특히 의료기관 맞춤형 패키지 상품을 개발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발표했다. 병원들이 필요에 따라 부위·질환별 솔루션을 언제든 쉽게 선택해 도입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또 각 사가 보유한 솔루션 간 호환성을 높이고, 의료기관 규모 및 전문 진료과목 등에 따라 차별화된 상품 구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키로 했다.
이를 위해 △뇌질환(SK C&C) △흉부질환(뷰노) △유방암(루닛) △척추질환(딥노이드) 등 부위별 주요 질환 영상을 판독할 수 있는 각 사 인공지능 솔루션을 선정했다.
의료 AI 얼라이언스 출범 소식은 수가와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의료 AI 시장에서도 많은 기대감을 샀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줄곧 부진한 활동에 존재감이 약해지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사실상 선언에만 그친 '무용지물'이 됐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실제 얼라이언스는 지난해 8월 경북대학교병원에서 개최한 '의료 인공지능 심포지엄'을 끝으로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4개사는 자체 구성원은 물론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의료 AI 전문 협의체'도 마련키로 했으나 이조차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이다.
제품 안정적 공급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안돼 기업들 협업 어려운 상황
협의체의 미미한 움직임에 대해 업계에서는 여전히 시장 여건이 열악하다는 점을 이유로 꼽는다.
현재 질환 영상을 판독할 수 있는 의료 인공지능 솔루션 중 비급여 처방이 가능한 제품은 제이엘케이가 개발한 'AI 뇌졸중 진단 보조 솔루션'이 유일하다.
이 솔루션은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 통합심사·평가 혁신의료기기 1호로 선정되면서 비급여로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제이엘케이는 정작 의료 AI 얼라이언스에 포함돼 있지 않다.
뷰노 역시 인공지능 기반 심정지 예측 솔루션 '뷰노메드 딥카스'에 대한 비급여 처방이 가능해졌으나 영상 판독 보조 솔루션에서는 건강보험 수가가 적용되는 제품은 없다. SK C&C와 루닛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처럼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보니 기업들이 협업 자체를 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A업체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혁신의료기기 제품에 대한 지원이 적극적이나 기업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기에는 여전히 장벽이 있다"며 "제도적 지원이 보다 유연하게 이뤄진다면 다양한 협업 사례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각 사마다 추구하는 사업 전략이 다르다 보니 일부 계획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는 후문이다.
B업체 관계자는 "기업마다 가지고 있는 질환별 솔루션을 의료기관이 패키지 형태로 도입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게 목적이었으나 사업 전략에서 오는 입장 차로 적잖은 애로 사항도 있다"고 귀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