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상 1인실 최첨단병원 러 모스크바에 건립
전상훈 분당서울대병원장
2018.07.04 06:38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기자]귀국 하루 만의 만남이었다. 한국의료의 역대급 수출 성과 소식이 전해졌던 만큼 인터뷰의 화두 역시 자연스레 러시아 진출에 맞춰졌다. 아직 시차 적응도 되지 않아 피곤할 법도 하지만 열정 넘치는 설명은 장시간 이어졌다. 러시아의 심장 모스크바에 첨단 종합병원 건립이라는 이정표를 세우고 돌아온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전상훈 원장. 그는 ‘시작’이라는 단어로 이번 성과를 함축했다. 한국의료의 세계시장 진출 신호탄이자 향후 다양한 분야에서 풍성한 결과물이 나올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평소 헬스케어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던 전상훈 원장은 이제 모든 구상을 마치고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잰걸음을 시작했다.

의료수출 답안 ‘플랜트 수출’ 성사

지난 6월22일 문재인 대통령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의료 분야에서 획기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독일과 이스라엘이 주도하던 러시아 의료시장에 한국이 진출한다는 내용이었다.

낭보의 주인공은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300병상 규모의 첨단 종합병원 건립을 선언하는 협약식에는 양국 대통령이 직접 배석할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

이번 협약은 단순한 위탁운영, 시스템 수출 등 기존 방식과 달리 설계부터 의료장비, 의료진 세팅, 병원 운영에 이르기 까지 분당서울대병원이 직접 진두지휘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소위 의료수출의 모범답안이라고 불리는 ‘플랜트 수출’이다. 모스크바 시가 부지를 제공하고 현지 대기업이 3000억원을 투자한다.

이 병원은 전체 병상이 1인실로 채워진다. 통상적인 병원 이라면 700~800병상에 이르는 규모다. 분당서울대병원에 개원 준비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권이 주어졌다.

사실 이번 협약은 분당서울대병원이 5년 동안 공들인 결과물이다. 5년 전 러시아 의료진 250명에 대한 유상교육 계약을 계기로 한국의료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했고, 이후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병원 건립 주체로 거듭났다.

전상훈 원장은 “첨단 시스템을 기반으로 최적의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하고 운영할 예정”이라며 “러시아 국민들에게 맞춤형 진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전산장비와 전산시스템 등 IT산업은 물론 의료 장비, 의약품 등 보건의료 관련 산업의 동반 진출이 가능한 형태라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첨단 종합병원 건립과는 별도로 KT와 함께 러시아에 원격의료 시스템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러시아는 지난 1월부터 법적으로 원격의료를 전격 허용했지만 제대로된 시스템이 부재했고, 의료IT 강국인 대한민국에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제안했다.

당연히 국내에서 이미 첨단 디지털병원의 입지가 확고했던 분당서울대병원이 낙점됐다. 지난해 현지 철도 운송회사와 시베리아 열차 안에서 사용될 모바일 건강진단 솔루션 구축에 나선 바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모스크바에서 수 백 km 떨어져 있는 병원과 원격협진을 시연하며 첨단 IT기술을 활용한 러시아 현지 의료사각 지대 해소에 기대감을 높였다.

전상훈 원장은 “IT와 의료가 협업할 때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며 “이번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동반진출 모델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자체 개발 베스트케어, 1억불 이상 수출 성과

사실 분당서울대병원은 디지털병원의 선두주자답게 의료정보 시스템 분야에서 산업화의 가능성을 입증해 내고 있다.

병원이 자체 개발한 ‘베스트케어’라는 병원정보시스템은 이미 1억 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거뒀다. 헬스케어 정보기술 강대국인 미국에서도 이 시스템을 수입할 정도다.

전상훈 원장은 “우리나라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형 산업의 서비스와 수출 역량이 약하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글로벌 경쟁력은 충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베스트케어는 이러한 기우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하다”며 “한국의 높은 기술력이 인정받으면서 중동과 미국 등 해외 각지로 수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우선 미국에서 정신과 병원을 안정적인 기반의 시장으로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일반 병원으로 확대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클라우드 버전의 병원정보시스템이 추후 또 다른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판단, 향후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전상훈 원장은 헬스케어산업의 잠재력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헬스케어산업은 반도체 산업의 20배, 조선업의 60배가 넘는 규모로 성장 잠재력은 물론 산업의 파급효과에서도 가장 기대되는 산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세계적으로 6조 달러가 넘는 막대한 시장에서 정작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며 “국가의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파했다.

그러면서 국부창출의 주축이 될 헬스케어산업 경쟁력 확보의 중심에 분당서울대병원이 기꺼이 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전상훈 원장은 “분당서울대병원은 완벽한 디지털 진료시스템과 최적의 연구시설을 갖추고 있는 만큼 향후 세계적인 헬스케어 클러스터 구축을 통한 산업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의료기관 최초 진료성적 ‘공개’

그는 해외진출 등 외치(外治)는 물론 병원 내치(內治)에도 선굵은 행보를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진료성적 공개’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최근 자발적으로 수술건수, 수술후 합병증 등 각종 의료질 지표를 공개했다. 국내 의료기관 중 최초였다.

물론 파격의 결단이 내려지기까지 적잖은 저항이 있었다. 진료성적표를 공개해야 하는 의료진 입장에서는 결코 달가울리 없었다. 다른 병원들의 곱지않은 시선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전상훈 원장은 뚝심 있게 밀어부쳤다. 자랑을 하기 위함도, 위화감을 조성하기 위함도 아니었다. 오롯이 ‘의료질 향상’을 위한 선택이었다.

그는 “진료성적 공개는 철저히 자체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함 이었다”며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고, 그 유도기전의 일환이 진료성적 공개”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잘 나가는 병원도 부족한 부분이 있기 마련” 이라며 “공개 평가를 통해 취약점을 인지하고 보완해 나갈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물론 한 병원의 당돌한 결단이 전체 병원계의 의료질 향상 제고 노력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도 작용했다.
전상훈 원장은 “국내 병원들은 지나치게 급여청구와 각종 평가에 함몰돼 있는 탓에 의료질 향상에 피동적”이라며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연임 결정으로 2년 더 분당서울대병원을 이끌게 된 그는 일단 현재 진행 중인 여러 하드웨어 구축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최고 수준의 전임상실험 시설을 갖춘 ‘지석영 의생명 연구소’가 내년 중반 완공 예정이며, 외국 의료진과 연구진이 묵을 게스트하우스, 첨단수술실 등도 그의 구상에 들어 있는 사업들이다.

무엇보다 4000억원의 어마한 비용이 투입된 헬스케어 혁신 파크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전상훈 원장은 “세계적인 의료클러스터들과 비교하기에는 아직 부족하지만 정부 및 지자체와 협력해 부지를 정비하고 교통 인프라를 갖춰 세계적 수준의 헬스케어 단지를 조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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