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당직법' 시행에 반발해 경남 지역 한 종합병원 정형외과 의사들이 전원 사직 의사를 밝힌 데 이어 부산 지역의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조만간 사표를 던질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우려감이 고스란히 현실로 나타나는 형국이다.
8일 병원계 및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내과, 소아과, 성형외과 등 진료과목을 갖추고 있는 경남 소재 한 종합병원 정형외과 전문의들이 이른바 '응당법' 시행을 두고 "도저히 버틸 수 없다"며 사직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 원장은 데일리메디와의 전화통화에서 "복지부가 3개월간 계도기간을 갖겠다고 했지만 15년차와 5년차에 접어든 이 전문의들은 궤도 수정없이 이대로 법을 시행할 경우, 사직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을 전달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정형외과 전문의들이 이 정도로 분노감을 표출하고 있다면 소아청소년과 등 다른 과는 체감하는 부담감이 상당할 것"이라면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응급실 당직법을 이대로 시행한다면 엄청난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지역 소재 종합병원의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각 진료과마다 전문의가 많아야 3~4명인데 1~2명에 불과한 한 대다수 중소병원은 당연히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대학병원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은 응급실 당직법 시행을 범의료계가 저지하고자 하는 이유다.
부산 지역 한 대학병원의 경우도 소아청소년과 주니어 스텝들이 응당법 시행 이후 예상되는 업무 과다에 상당한 부담을 느껴 이같은 방향으로 중지를 모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소아청소년과에서는 당직 전문의 명단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응급실 당직법의 여파가 다른 어느 진료과보다 클 것으로 예상돼, 우려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빅5를 제외한 병원은 솔직히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펠로우들이다. 실제 펠로우들은 병원장 눈치, 각 진료과 과장 등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라 사표를 던지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도미노처럼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 관계자는 "지방의 응급의료기관들은 당장 당직전문의를 구해야 하나 인력수급 문제 등으로 인해 이마저도 불가능해 응급실 폐쇄도 생각치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부산시의사회 관계자도 "현 의료체계 하에서 시행이 불가능한 법을 만들어놓고 지키지 않으면 벌금형과 면허정지를 하겠다는 정책에 대다수의 전문의들이 분개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상당 수의 전문의가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응급실 진료까지 떠넘겨진다면 중도하차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의사들의 동요 움직임에 예의주시하면서도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복지부 응급의료과 정은경 과장은 “소청과 전문의들 고충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응급의료법 개정안과 관련해 소청과 문제의 해결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