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 콜로세움 검투 경기는 잔혹하고 피가 난자한 싸움으로 유명하다. 비유가 살벌한 느낌이 드는 이 같은 생사를 가르는 검투가 경기 남부지역 일대 산부인과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박노준)가 해법을 찾기 위해 직접 나섰다. 대형 분만전문병원들의 셔틀버스 운행 및 진료비 할인 등으로 촉발된 갈등을 해소하면서 상생의 결과를 얻고자 한 것이다.
의사회는 지난 8일 문제가 제기된 해당지역 분만병원장들을 한자리에 모아 “정당한 방법으로 경쟁할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9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고위관계자는 “몇 몇 초대형 산부인과 병원들이 셔틀버스를 돌려 산모들을 빼가고 진찰료를 터무니없이 내리는 등 덤핑을 일삼고 있어 해당 병원장들에게 더 이상의 출혈경쟁은 없어야 한다”며 “정당한 경쟁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해당 병원의 위법 행위를 파악하고 경고조치를 취했다.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의협 윤리위원회에 제소할 방치”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모 유치를 위해 금품을 제공하거나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등의 환자 유인행위는 의료법 위반이며 공정경쟁 규약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부당한 방법을 통해 주위 병원을 다 죽이고 병원을 독점하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면서 “산부인과 의사는 콜로세움의 검투사가 아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한 “진찰료를 담합하자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방법으로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라면서 “덤핑이 계속되면 소형 산부인과는 망하고 초대형 산부인과만 남아 독식하게 될 것이다.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같은 출혈경쟁이 심화되면 소형 분만병원은 문을 닫고 초대형 분만병원만 남게 된다. 정부가 산부인과 분만 인프라를 살리기 위해 뒤늦게 지원에 나섰지만 대형 산부인과의 덤핑이 사라지지 않는 한 분만 인프라 붕괴는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 산부인과의사회 다른 관계자는 “분만 인프라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지원에 나섰지만 이미 늦었다”면서 “이 상태로 가면 언 발에 오줌 누기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분만병원은 대학병원과 대형병원, 중형병원, 소형병원이 공존해야 인프라가 갖춰지는 것”이라며 “가뜩이나 힘든 산부인과에 덤핑을 일삼는 선배들이 있으니 누가 발을 딛으려고 하겠냐. 후학이 나와야 산부인과가 살 수 있는데 전공의를 지원하는 사람이 없으니 산부인과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