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해지는 한국 40대 산부인과 교수들의 '걱정'
삼성서울 오수영 '내 자녀 세대까지는 받아야 할텐데 과연…'
2013.01.13 20:00 댓글쓰기

“내 자녀 세대까지는 받아야 할 텐데…. 40대 산부인과 교수들 대부분이 이러한 걱정을 하고 있다. 지금 이 상태로라면 그 때 아기를 받을 제대로 된 전문의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의료분쟁조정법TFT 간사인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오수영 부교수[사진]는 요즘 걱정이 많다.

 

"빅 5 병원도 전공의 정원 못채우는 현실"

 

최근 마감한 전공의 모집 결과, 이른바 빅(Big)5 병원들 중에도 산부인과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정원이 11명인 서울대병원의 경우 정기모집에 5명, 추가모집 3명 등 총 8명이 지원하며 결국 미달됐다.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역시 9명 정원 중 8명, 가톨릭의료원 10명 중 6명, 등으로 산부인과 정원이 줄줄이 미달사태를 빚었다.
 
타 지역은 사정이 더욱 좋지 않아 서울 주요 수련병원 젊은 교수들은 다음 세대 전문의 배출과 분만 의사를 길러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40대 교수들은 내 자녀들을 누구의 산부인과 의사 손에 맡겨야 할지 그것이 고민”이라면서 “전공의 가운데에서도 분만을 하겠다고 나서는 이들은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 10년 간 전국의 분만 병원들 중 절반 이상은 분만실을 닫았고, 산부인과 신규 전문의 배출은 종전의 1/3 수준으로 급감했다. 최근 6~7년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자 수 역시 가파른 하향세다.

 

"정부 발표 정책보면 답답보여주기식은 이제 그만"

 

이처럼 분만 인프라 붕괴 조짐이 일자 정부는 대책 방안을 내놓았으나 정작 산부인과 의사들은 정책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만 더욱 크게 느끼고 있을 뿐이다.

 

그는 “정부가 최근 연 분만 건수 200건 미만의 산부인과에 대한 수가 인상책을 발표했다”면서 “하지만 이로 인해 과연 몇 곳의 의료기관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회의적”이라고 피력했다.

 

아주 소규모 분만병원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나 대학병원을 포함한 대다수 산부인과 의사들에게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란 의견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한국보다 앞서 산부인과 의료 현실이 악화된 일본의 경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에서 매년 약 2100억엔 이상(한화 약 2조9400억원)을 2006년 이후 투자하고 있다.

 

이는 △출산지원금 △산과무과실보상제도 △산전관리비용 지원 △고위험 산모 의료비 지원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분만 건당 직접 지원 등으로 온전히 투입된다. 

 

오 교수는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분만건수, 분만병원, 산부인과 전공의 수 감소 등 지금으로서는 미래가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의료사고 무과실 보상제, 중환자에게 호흡기 떼겠다는 격"

 

더욱이 산부인과계가 또 하나 우려하고 있는 것은 다가오는 4월 시행될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제도다. 벌써부터 대혼란이 예상되는 탓이다.

 

오수영 교수는 “산부인과 입장에서 의료분쟁조정법 무과실 보상제도는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환자에게서 인공호흡기를 떼거나 산소를 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한 어조로 얘기했다.

 

불가항력적임에도 불구하고 보상 재원을 의료기관이 분담할 경우 환자들은 과실이 있다고 으레 판단할 것이며, 중재를 거부할 때 발생하게 될 의사-보호자 간 마찰은 감당하기 힘든 심리적 압박을 주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오 교수는 “소송으로 갈 수 있는 분모가 이로 인해 늘어나게 된다. 의료분쟁조정법 본래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 것”이라면서 “무과실에 재원 분담하는 것 자체가 납득이 되지 않고 사기를 떨어뜨린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의료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의사, 병원-환자, 보호자 간 대혼란이 일지도 모른다”며 “산부인과 인프라 붕괴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만 취약지가 줄고 모성사망률이 낮아지는 실질적인 근거자료를 손에 쥐기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과 무엇보다도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오수영 교수는 “사실 대학에 있는 의사들은 병원이 보호해준다. 문제는 소규모 분만병원들”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회 전체적으로 나서서 우려하고 걱정하는 것은 결국 이로 인해 분만 인프라와 산부인과 전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한 나라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 가장 심각해야 할 곳은 국가가 아닌가”하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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