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가 파행을 거듭한 끝에 정족수 미달로 산회되고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이 사퇴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로인해 오는 17일 서울역 광장서 한의사 및 한의대생 1만여 명이 모여 정부 천연물신약 정책을 비판하려던 계획이 불투명해졌다.
전국한의사 궐기대회는 천연물신약 정책 폐기를 위해 추진된 자리다. 한의사들은 천연물신약 정책을 현행대로 유지할 경우 한약제제가 전문의약품으로 전환, 한의계가 존망의 위기에 처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한한의사 비상대책위원회 안재규 위원장과 김필건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13일 대한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제3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비대위를 사퇴한다"고 밝힌 후 퇴장했다.
한의협에서 회무를 도와주지 않고 오히려 방해해 비대위에 위임된 천연물신약, 첩약의보 사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는 이유다.
이로 인해 야심차게 추진하던 17일 전국한의사 궐기대회도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궐기대회를 주관하던 비대위 임원들이 일부 사퇴했고 참가자 중 대다수를 차지할 젊은 회원들도 이날 임시대의원 총회 결과에 대해 실망했기 때문이다.
안재규 위원장은 “비대위에서 할 수는 없다”며 “협회에 넘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호 위원은 “14일 중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협회가 이어받더라도 중앙회 임원들이 없는 상황에서 큰 대회를 성사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의사 대의원총회 이범용 의장은 “14일 비대위 관계자와 논의해 보겠다”고 했다.
젊은 한의사들은 더욱 실망이 컸다. 일부 회원들은 협회 집행부를 불신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며 회의장 바깥에서 전(前) 한의협 임원들과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한의사 평회원 협의회 국승표 회장도 “안한다. 누가 오겠냐. 첩약 의보 등이 시행되면서 한의계는 5년 안에 망하게 될 것”이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한편 이날 임시대의원 총회는 약 11시간동안 진행됐지만 뜻을 모으지 못하고 오후 8시 47분 경 정족수 미달로 산회됐다.
가장 먼저 논의된 직선제 세부규칙 제정안은 통과됐지만 2차 임시대의원총회 결정 확인 건과 시도지부장 가처분 소송에 대한 대책, 김정곤 회장 회무 정지 건과 후속 대책 등 4건은 처리되지 못했다.
가처분 소송은 시도지부장들이 자진 철회하기로 했고 평회원 5명에 대한 고발 건도 협회 차원에서 선처를 호소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