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계와의 신뢰 깨면 불행한 사태 초래'
노환규 의협회장 '일차의료 활성화 등 제시 안되면 단체행동'
2013.05.08 20:00 댓글쓰기

대한의사협회가 내달 예정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정부 신뢰의 가늠자로 여기면서, 그 결과에 따라 단체행동도 불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다양한 의료정책을 두고 상충 입장을 보였던 시민단체, 약사회 등과는 소통과 공동의 노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노환규 의협회장은 8일 ‘토요일 전일 휴무가산제’, ‘한의약 단독법’, ‘정부, 약사회 및 시민단체와의 관계 설정’ 등 부각되고 있는 현안에 대해 조만간 출범하는 2기 집행부의 대응 방향을 설명했다.

 

먼저 노환규 회장은 6월 건정심에 대해 “정부가 명확한 일차의료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반드시 단체행동에 나서게 될 것”이라며 강경 의지를 피력했다.

 

노 회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의정 대화가 시작된 것은 작은 신뢰가 형성된 덕분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대선, 정권 교체 등의 외부환경으로 이행은 늦어지게 됐다.

 

집행부는 ‘투쟁의 목적은 협상으로 투쟁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고 판단,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왔다. 하지만 100일 기한의 약속과 달리 지난 3월 29일 건정심에서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노환규 회장은 “3월 건정심의 핵심은 토요가산제의 통과가 아니라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약속을 지켜갈 것인가, 신뢰할 수 있는 상대인가 여부를 가늠해 보는 것이었다”며 “다시 인내키로 결정한 6월은 마지막 기한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정부가 신뢰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회원들도 더 이상 인내하지 않고 반드시 단체행동에 나서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단순 협박으로 받아들이지를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의약단독법 불가-밥그릇 싸움 절대 아니다”

 

노환규 회장은 “한의사들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무제한 허용하는 한의약단독법 반대는 밥그릇 싸움이 절대 아니”라는 견해를 분명히 했다.

 

그는 “의사 본연의 임무 중에는 환자에게 필요한 최선의 의료를 제공하는 것 외에 환자의 건강과 생명 지키는 잘못된 의료를 막아내는 것도 있다”며 “한의학 관련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밥그릇 때문이라면 의사제도와 한의사제도를 일원화하는 것에 대해 의사들은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의사들이 근거의학이 아니면서도 치료 의학의 한 분야를 담당, 국민에게 가는 피해를 막으려고 의사들이 일원화를 고민하는 중”이라고 피력했다.

 

특히 “세계에서 현대의학과 전통의학 이원화를 허용하는 유일한 다른 한 곳인 중국은 경제에 비해 의학수준이 확연히 떨어져, 대대적인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며 “하지만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노환규 회장은 “한의계에 바라는 것은 비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일원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학문적으로 접근, 단계적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리베이트 쌍벌제 등 잔존하면 대한민국 의료·제약산업 희망 없어"

 

노환규 회장은 리베이트 쌍벌제에 대해 불행한 결과를 전망했다. 그는 “지금 이대로 쌍벌제가 잔존한다면 제약업계와 BT산업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든 나라에서 의료계와 제약산업계의 긴밀한 교류를 가급적 해치지 않고 보장하는데 우리나라는 그 반대라는 설명이다. 의협으로선 구체적 지침이나 기준을 만들 의지는 있지만 여의지 않은 상황이다.

 

노 회장은 “이대로 가면 의료 및 제약산업은 절대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의료계는 경고해 왔다”며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 그제서야 정부가 뒤늦게 대책을 세우리라 생각된다”고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7월 포괄수가제 확대에 대해선 적극적인 반대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외의 대책을 내놨다. 다만 의원급과 중소병원에 한정해 포괄수가제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 사례를 모아 역공한다는 복안이다.

 

이 외에도 정부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과 관련해서 노 회장은 “방향과 취지는 절대적으로 동의하지만 복지부가 시행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체적 실행 계획이 정부 뜻대로 될지도 부정적인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의협은 먼저 정부 스스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기다린 후 이 부분에 대해 함께 논의하자는 제안이 온다면 적극 참여할 방침이다.

 

"시민단체·약사회 등과 소통·공감 확대 노력"

 

노환규 회장은 “지금까지 공급자와 사용자는 기본적으로 이해관계가 충돌한다는 기본 전제가 있었지만, 내 생각은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적정 가격의 적정 의료수준을 모두가 원한다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다른 이는 오히려 정부로 무조건 낮은 가격에 적정 의료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노 회장은 “이런 부분에서 의협과 시민단체가 한 목소리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소통과 공동의 노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의료가 타 분야와 다른 점은 서비스 수준과 질을 사용자가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공급자의 양심과 신뢰가 매우 중요한 만큼 적정 환경 마련과 설득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약사단체에 대해선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지만, 함께 노력해야 할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전제한 뒤 “두 단체 모두 수급의 불균형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요양급여비용 분포를 보면 병원과 의원이 8대 2, 약국도 문전약국 8 동네약국 2로 양극화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상태다. 노 회장은 “이 같은 종별 불균형에 대해 두 단체가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그동안 서로 쌓인 불신 해소를 위해서라도 의약발전협의체의 구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정부와의 관계에 대해 노환규 회장은 “양측 모두 이어진 불신에 대해 반성할 부분이 있지만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새 정부에 기대를 가지고 대화를 통해 제도개선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상태다. 결정권자는 잘못된 제도가 가지고 있는 세부 문제점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실무자는 결정 권한이 없어 개선 속도는 매우 더디다.
 
반면, 의료계는 절박해 빠른 제도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단 정부가 저수가 문제에 대해 인식을 하고 제도개선에 대한 방향성을 옳게 인지하고 있는 만큼 6월까지 기다린다는 방침이다.

 

노 회장은 “신뢰가 다시 깨어진다면 양측 모두 불행한 시기를 맞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이 같은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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