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코스닥 상장 낙마하며 고배를 마신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의 재도전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업체들은 바이오 시장이 잔뜩 위축한 데다, 기술특례상장 실효성 논란까지 맞물리면서 적잖은 고충을 겪는 있으나 혁신 기술과 새로운 전략을 내세워 증시 합류를 이루겠단 각오다.
최근 의료기기 업체들의 기업공개(IPO) 재도전 소식이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대표적으로 레몬헬스케어가 있다. 레몬헬스케어는 오는 2023년 기업공개(IPO)에 재도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회사는 앞서 2020년 12월 '성장성 특례' 방식으로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으나 예비심사 절차가 장기화되면서 지난해 7월 자진 철회한 바 있다.
레몬헬스케어는 철회 사유에 대해 밝히진 않았으나 당시 의료 분야에서 플랫폼이 상용화 단계에 있던 만큼 안정적인 수익 모델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당시 레몬헬스케어가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2020년 영업손실 67억원, 당기순손실 9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47%, 123% 증가한 수치다.
레몬헬스케어는 지난해 손실폭을 줄이며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있다. 회사는 2021년 영업손실 59억원으로 11% 줄었으며, 당기순손실은 59억원으로 38% 감소했다.
레몬헬스케어는 2017년 데이타뱅크시스템즈 헬스케어 사업본부가 인적 분할하며 설립된 기업이다. 병원 진료 예약, 병원 도착 알림, 진료비 결제 등 환자용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맞춤형 건강서비스 정보를 제공하는 맞춤형 헬스케어서비스 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 등 IT 기술을 접목해 환자 본인이 제공하는 의료 마이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 및 관리,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 구성을 계획하고 있다.
레몬헬스케어 관계자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국내 의료데이터 시장을 선도하는 디지털헬스케어 서비스 리딩 기업으로의 도약에 더욱 가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기술성 평가에서 탈락하며 상장 일정이 미뤄진 장기재생 전문기업 로킷헬스케어도 국내증시 상장에 잰걸음이 한창이다. 회사는 현재 기존 주관사를 바꾸고 상장 전략을 변경해 증시에 입성하겠단 계획을 세웠다.
회사는 이르면 연내 코스닥 상장을 위한 작업에 나선다. 앞서 시도한 기술성 평가 방식이 아닌 성장성 평가 절차를 밟는다. 로킷헬스케어의 당초 목표 상장 시점은 2021년 2월이었다.
이를 위해 2020년 4월 KB증권를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이듬해 2월 기술특례 상장을 시도했지만 나이스평가정보와 기술보증기금에서 BBB 등급을 받으면서 고배를 마셨다.
기술성 평가 상장에 성공하기 위해선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전문평가기관 두 곳 중 한 곳에서 A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회사는 지난해 7월 주관사를 한국투자증권으로 바꾸고 올해 상장 재추진에 나섰다. 상장 전략도 변경해 성장성 평가 상장을 노리고 있다. ‘테슬라 상장’으로 불리는 성장성 평가 상장은 적자 기업이라도 성장성이 있다면 코스닥 시장 입성을 허용해주는 특례 제도다.
기술성 평가를 통한 상장은 기술력은 있지만 매출이 부족한 기업이 주로 선택하는 전략이다. 테슬라 상장과 비교해 상장 이후 전체 시총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올해 매출 성장 본격화가 기대되는 로킷헬스케어 입장에선 상장 재도전이 오히려 기회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밖에 치과용 골이식재 전문기업 메드파크도 상장을 위해 내부적으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회사는 2020년 증시 입성을 목표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발목이 잡히면서 일정이 지연됐다.
2010년 설립된 메드파크는 재생의학 전문기업으로 치과용 골이식재, 인공피부, 콜라겐 등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주력 제품은 치과용 골이식재다. 잇몸뼈 이식재라 불리는 골이식재는 임플란트 시술이나 발치 후 회복을 돕기 위해 사용하는 재생용 재료다.
메드파크는 골이식재 제조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현재 부산에 1, 2공장, 서울에 1개 공장을 두고 골이식재 시장 유니콘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회사 측은 바이오 시장 악화로 상장 일정을 조율 중이다.
2022년 초 쓴물 삼킨 업체 향배도 ‘관심’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이 코스닥 시장 문을 두드리면서 앞서 고배를 마신 업체들의 행보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내시경 시술기구 전문기업 파인메딕스는 올초 코스닥 상장에 실패하며 아쉬움을 전한 바 있다.
파인메딕스는 지난 1월 10일 코스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가 자진철회했다. 지난해 11월 12일 코스닥 예비심사를 청구한 지 2개월 만이다.
예비심사는 해당 업체가 상장자격을 갖췄는지 평가하는 절차다. 심사 미승인을 받을 경우 사유가 공개되기에 대부분 자진철회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2009년 창립한 파인메딕스는 국내 소화기 내시경 시술기구 제조공정 전체를 내재화한 유일한 기업으로 단순히 기술성을 내세운 기업보다 경쟁력을 갖춰왔다.
특히 국내 최초로 내시경 시술기구 제조 관련 국산화를 추진했으며, 소화기내시경 진단내시경 및 치료내시경 분야에 활용되는 시술기구 전 제품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일본과 미국산 제품이 70% 가까이 선점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2~30%까지 올리는 등 국산 대표기업으로 선전하고 있다.
파인메딕스는 이러한 기반으로 지난해 9월에는 기술성 평가에서 AA, BBB를 받으며 상장 기대감을 높여왔다.
그러나 높아진 코스닥 시장 문턱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파인메딕스는 현재 재도전 의사를 밝혔으나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맞춤형 수술 솔루션 전문기업 애니메디솔루션도 코스닥 상장예비심사에서 탈락하며 증시 입성에 실패했다.
애니메디솔루션은 지난 4월 15일 상장위 상장예비심사에서 미승인을 받고 자진 철회를 결정했다.
2016년 창립한 애니메디솔루션은 3D프린팅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환자 맞춤형 수술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현재 상용화 제품 10여 종과 임상 적용 제품 20여 종, 50종 이상 제품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선천성 심장질환 시뮬레이터, 유방암 부분절제 수술가이드, 안와골절 임플란트가이드 등이 신의료기술과 혁신의료기술로 승인받으며 시장에서 큰 기대를 모았다.
실제 애니메디솔루션은 지난해 9월 기술성평가에서 A, A 등급을 받으며 무난하게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상장예비심사에서 미승인 통보를 받았다. 회사는 실적에서 발목이 잡힌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회사 관계자는 “재상장을 서두르지 않고 시장 성장성이 높은 제품에 집중해 견실한 실적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