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총액계약제 도입설이 제기되면서 의료계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이를 부인하며 의료계를 달래고 나섰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문재인케어의 악영향 해소를 위해 대만에서 시행 중인 총액계약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후 의료계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1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만 총액계약제의 경험과 교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대만의 총액계약제를 알아보고 우리나라 실정에서 적용 가능한지 여부를 검증하는 시간을 가졌다.
Liu 사무부총장은 의협을 향해 “대만의 과거 전철을 밟지 말라”라며 “한국이 총액계약제를 도입하게 된다면 의협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연구해 최대한 늦게 도입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대만은 매년 건강보험예산을 6개 지역으로 나눈다. 지역별 총액은 다시 4가지 업종으로 분류된다. 총액계산제는 상한이 정해져 있고 정해진 예산 이상으로 발생한 초과 비용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전해주지 않는다.
연간 4회 전민건강보험회는 총액 예산, 부문별 예산을 검토하고 이에 맞춰 환산지수를 산정해 의료서비스제공자에게 보상한다.
Liu 사무부총장은 “현재 대만 의사들은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90% 정도밖에 수가를 보전 받지 못한다”라며 “따라서 더 많은 환자를 보기 위해 진료 시간이 단축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의료서비스에 대한 총 지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의사들의 연봉은 상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2005년 총액계약제에 대해 만 명 이상의 의사들이 거리에서 가두행진을 하면서 시위를 했다”라며 “환자의 선택과 권리가 줄어드는 것을 우려해 의사들이 나섰지만 정부는 변화를 꾀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의협이 철저히 검토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醫 "총액계약제, 한국 현실에서는 논의 자체 불가"
이어지는 토론에서 정부는 "총액계약제의 섣부른 도입은 없을 것"이라고 의료계를 안심시켰다.
대한병원협회 김병관 상임이사는 “총액계약제는 의료계 지출의 통제가 주목적”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이보다 ▲원가 수준의 진료비 보상 현실화 ▲다양한 재원 확보 ▲관리·감독의 내실화 등 현 제도에 대한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논의 자체가 불가하다”고 말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이상운 법제부회장은 “3만9000여 명의 개원의사 회원들이 총액계약제 반대 뜻을 표하고 있다”라며 “의료인의 수익 측면에서는 대만보다 우리가 더 열악할 것이다. 총액계약제는 진료수를 폭발적으로 늘릴 것이기 때문에 의료서비스의 질을 보장하기는 어렵다”고 예측했다.
대한의사협회 안양수 총무이사는 “대만은 병원과 의원을 따로 나눠 총액을 배분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우리나라는 의원들이 무한경쟁체제에 있기 때문에 총액계약제는 의원급 생존 전략이 될 수도 있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는 행위별 수가제가 선이 아닐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복지부 정통령 보험급여과장은 “의료계는 정부가 시급하게 총액계약제를 도입할까 우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총액계약제 도입을 위한 준비가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고 시뮬레이션 없이 바로 도입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정 과장은 “병원, 의원 등 기관에 따라, 혹은 진료과목 별로 어떤 분야에 도입할지, 지역간 재원배분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충분히 논의할 것”이라며 “의료비 통제수단으로서 총액계약제를 도입할 예정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