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 국내 최초 폐동맥고혈압 다학제 진료 개시
심장내과 정욱진 교수 포함 최대 8개과 참여, '환자 생존율 향상 최선'
[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가천대길병원(병원장 김양우)이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국내 최초로 심장내과를 비롯한 최대 8개과가 참여하는 다학제 진료를 시작했다.
길병원은 최근 심장내과를 비롯해 심장소아과, 호흡기내과, 류마티스내과, 흉부외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와 영상의학과 등 불가피하게 참여를 못한 1명을 제외한 각기 다른 진료과 교수 7명이 한자리에서 폐동맥고혈압 다학제진료를 진행했다고 29일 밝혔다.
폐동맥고혈압은 온몸에 산소를 공급하는 폐에 혈액을 공급하는 수송로인 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질병으로,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이 많고 진단된 환자들도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 발견돼 생존율이 낮은 편이다.
심장내과 정욱진 교수를 비롯한 다른 진료과 교수 7명은 3개에 달하는 와이드 모니터에 진료 볼 환자 6명의 자료를 순서대로 놓고 논의를 시작했다.
정욱진 교수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가 많은 폐동맥고혈압 치료를 위해서는 반드시 다학제 진료가 필요하다는 결론에서 이번 8개과 다학제 진료를 주도했다.
30분 정도 사전 회의 후 선천성 심장질환으로 심장에 과부하가 걸려 숨이 차고 이로 인해 폐동맥고혈압이 발생한 30대 여성 김지나 씨(가명)가 다학제진료실에 들어왔다.
김 씨 심장은 어렸을 때 막혔어야 할 혈관인 동맥관이 여전히 남아 있어 혈액이 심장 내 동맥관을 거쳐 한 번 더 돌기 때문에, 심장이 갑자기 멈추거나 과부하가 걸리는 등 치명적인 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태였다.
의료진들은 김 씨에게 동맥관 폐색이 우선이지만 한 번에 완전히 막으면 자칫 우심실에 피로도가 가중돼 역효과가 우려된다고 판단해 동맥관 일부를 묶어 심장 부하를 서서히 줄이며 경과를 살펴보기로 했다.
또한 동시에 폐동맥의 혈압을 낮추는 기구를 넣어 동맥관을 막는 2차 시술을 시행했는데, 어렸을 때 사라지지 않고 남은 동맥관을 세심하게 다루기 위해 소아심장학과 안경진 교수가 함께했다.
1차 및 2차 시술을 위해 흉부외과 최창휴 교수와 안 교수는 4일 후로 수술 일정을 잡았으며, 심한 불안감과 스트레스로 불면증을 호소하던 김 씨의 심신안정을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강승걸 교수가 신경안정제를 처방했다.
정욱진 교수는 “환자에게 완벽한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여러 임상과 전문의의 다학제 진료가 최선”이라며 “원인이 있는 경우 기저질환 혹은 폐동맥고혈압만 단독으로 치료할 수는 없고 동시에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흉부외과 최창휴 교수도 “기존 폐동맥고혈압 환자는 수일에 걸쳐 각기 다른 진료과에서 진료를 받아야 했고, 치료 일정이 실시간으로 각 의료진에 공유되지 않아 치료에 혼선이 생기기도 했다”며 “앞으로 환자는 다학제 진료로 진료 편의와 생존율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