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기획 1] 보험업계가 병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급증하자 암암리에 과잉진료가 이뤄지던 질병 항목들을정조준하고 나선 것이다. 과거에 도수치료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 비난의 화살은 ‘백내장 수술’로 향하고 있다. 실제 수술 비용 보상범위가 계속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백내장은 늘 ‘손해율 상승의 주범’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백내장 수술은 정말 ‘보험사기’라는 손가락질을 당할 만큼 마구잡이로 이뤄지고 있는 걸까. 이에 대한 의료계 자정 능력은 없는 것일까.
꾸준히 보장 범위 감소한 백내장 수술
최근 백내장 수술을 향한 보험업계의 공격이 거세다. 의료기관에서 불필요한 수술을 하고 실손보험금을 받아가는 환자가 늘어 회사의 손해가 막심하다는 불평이다.
실제로 백내장 수술은 매년 다빈도 질병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진료인원이 가장 많은 질병은 노안백내장이다.
작년에는 백내장으로 입원한 환자만 33만명에 달하며 이는 2019년 대비 11% 증가한 수치다. 1인당 요양급여비 또한 161만원에 이른다.
입원할 경우, 일반 외래보다 실손보험을 통해 받는 보상 금액이 크다. 현재 노안백내장 수술은 실손의료보험 가입 시기에 따라 지원 내용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09년 7월 31일 이전 가입자는 최대 실비 100%까지 수술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손해보험과 생명보험 실손보험이 표준화된 이후 2013년 3월까지는 90%로 보장 범위가 줄었다.
2015년 12월 이전 가입자에 한해서는 실비 중 급여는 90%, 비급여는 80%를 지원하는 것으로 변경됐고, 2016년 1월 이후 가입자는 개인 약관에 따른 수술비 지원으로 더욱 복잡해졌다.
이 같은 내용은 백내장 수술을 홍보하는 안과 병의원 광고에도 자세히 안내될 정도다. 그래도 아직 입원환자의 실손보험 보장 금액은 백내장 수술비용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백내장 수술의 과잉진료를 지적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다초점렌즈인데 이 또한 나름의 역사가 있다.
2016년 이전에 나온 실손보험 상품은 다초점렌즈 삽입술을 100% 보장해 줬다. 그러나 이후 시력교정술이나 단순 외모 교정 등을 위한 시술은 보장할 수 없다는 면책조항이 추가됐다.
하지만 의학적 처방이 있다면 단순 외모 개선 목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2016년 이전에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라면 다초점렌즈도 보장을 받을 수 있다.
실제 2016년 당시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백내장 치료 목적의 다초점렌즈 삽입에 대해, 공제금을 지급하는 중앙회가 가입자에게 해당 비용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급여 확대돼도 풍선효과 여전
백내장 수술은 대표적인 포괄수가 항목 중 하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올해 9월을 기준으로 백내장 수술 비용을 조회하면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총 진료비는 130~190만원 선이며 본인부담금은 26~33만원 내외다. 의원급도 총진료비 100~150만원 선, 본인부담금 21~25만원으로 차이가 크지 않다.
여기서 추가로 비용이 발생하는 비급여 항목이 따라붙는데, 초음파를 이용한 안구와 안와검사, 인공수정체 도수를 결정하는 계측검사, 인공수정체 제품 등을 비급여로 산정할 수 있었다.
의료기관마다 수술비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 중 검사 항목 대다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급여화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부터 초음파를 이용한 ▲안구·안와검사, 백내장 수술 시 삽입할 인공수정체의 도수를 결정하기 위한 ▲계측검사, 녹내장 진단 및 치료 시에 각막 두께를 측정하는 ▲초음파 각막두께측정검사 등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전면 확대했다.
현재는 안구·안와에 질환이 있거나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안구·안와 초음파 검사에 건강보험을 1회 적용한다.
또한 고위험군 질환자에게는 검사를 추가 1회 인정하고, 그 외에 경과관찰이 필요한 경우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고위험군 질환자에는 매체 혼탁으로 안저 관찰이 어려운 급성 후유리체박리, 급성 망막박리, 맥락막박리, 유리체출혈, 포도막염 등이 해당한다.
아울러 백내장 수술 시 시행하는 계측검사도 건강보험을 1회 적용하고, 진료상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는 1회 추가로 인정하고 있다.
결국 비급여 항목은 다초점렌즈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자연히 일부 의료기관에 의해 렌즈값이 널뛰기를 하는 현실이 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불과 2년 전인 2019년에는 상황이 정반대였다. 당시 보험업계는 의료기관들이 다초점렌즈 가격을 낮추고 대신 비급여 항목인 계측검사비용을 비정상적으로 높게 청구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보험연구원은 "관련 손해액이 5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그런데 최근 다초점렌즈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매겨지자 이번에는 보험업계에서 다초점렌즈 급여화 논의를 꺼내고 있다.
의료적 필요성이 아닌 사보험의 손해율을 줄여주기 위한 급여화 요구는 둘째치고, 결국 이 같은 현상은 백내장 수술 항목이 풍선 효과의 순환 고리에 놓여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든 항목 급여화하면 문제 사라질까
사실 보험금 측면에서만 보면 모든 의료기관에서 백내장 수술은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데 마구잡이로 시행되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실손보험 논란과는 별개로 그동안 국내외 백내장 수술 술기는 많은 발전을 해온 상태다. 수술 후 목표 시력은 초기에는 0.5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0.8 이상까지도 목표로 할 만큼 술기가 개선됐다.
다초점렌즈가 환자에게 주는 편의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에는 백내장 수술을 받은 뒤 추가 렌즈 삽입만으로 시력을 교정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는 등, 백내장 수술이 노안 증상 완화 이상의 효과를 내고 있다.
이 밖에도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면서 백내장 검사와 진단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장비의 개발도 활발하다.
현존하는 모든 진료 항목을 급여에 포함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검사와 시술 방법, 치료재료가 계속 탄생하기 마련이다.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들을 족족 급여에 진입시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某보험회사가 안과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백내장 수술 보험금 손해배상 소송에서 기각당한 바 있다.
당시 A보험회사는 B안과의원이 백내장 수술에서 다초점렌즈 비용을 대폭 감액하고 실손의료보험이 보장하는 검사비를 증액하는 허위 진료비영수증을 발급해 환자들이 보험금을 편취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A보험회사는 “B의원의 행위는 다초점렌즈 대금을 원가 이하로 과다하게 할인해 환자를 유인함으로써 보건의료시장질서를 해하는 의료법 위반행위”라고 지적했다.
A보험회사는 이 같은 행위는 의료법을 위반한 것이며 보험금을 과다 지급하게 하는 손해를 입힌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원은 A회사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법원은 “건강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법정 비급여는 의료기관이 환자와의 합의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봤다.
또한 “치료재료대인 다초점렌즈 대금을 지나치게 저액으로 정한 게 광고행위로서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인지는 별론으로 하고, 이 같은 의료법 규정 목적은 보험사업자의 보험재정과 보험가입자 단체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은 아니므로 A사가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초점렌즈 가격이 높아지면 검사 비용이 낮아지고, 검사 비용이 고정되면 다초점렌즈 가격이 높아진다. 모든 항목이 급여로 진입하면 새로운 비급여가 개발된다.
또 ‘비급여도 돌려받을 수 있다’고 가입자를 설득하는 사보험 상품이 탄생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싸움이 결코 끝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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