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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4] 의료법 체계 하에서 가격을 통제받지 않는 ‘비급여진료비’ 는 가격 책정이나 할인, 변경 등에 있어서 자유로운 편이다.
국민건강보험이 커버하지 못하는 고액의 비급여진료비는 환자들이 개별적으로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을 통해 비용을 충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급여 진료비용이 지나치게 고가인 경우가 많아서 보험사들의 불만이 많다.
이런 맥락에서 가격 통제 필요성에 관해 끊임없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비급여진료비용 설명 의무, 보고 의무 등이 새로 도입됐다(보건복지부고시 제2021-100호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공개에 관한 기준 등).
실손의료보험 상품을 운용하는 보험사들이 비급여진료비에 관하여 실손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이미 지급한 보험금의 반환 청구를 하는 사례들이 많다.
그 타깃이 되고 있는 대표적인 시술이 백내장(수정체유화술 및 인공수정체 삽입술)이다.
그동안 백내장 환자들은 인공수정체삽입술 및 수정체유화술을 받으며 포괄수가제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지원을 받되, 비급여 항목들 즉, 검사료 및 치료재료대를 비급여진료비로 수납해 왔다.
그리고 이 부분이 실손의료보험의 보장 대상으로 해석되어 왔다. 다만, 2020. 9. 1.부터는 검사비가 전면 급여화 되며 치료재료대(렌즈값) 만이 비급여항목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백내장 시술과 관련하여 법률적으로 어떤 것들이 문제되고 있는지 실무 경험을 토대로 소개하고자 한다.
소위 ‘생내장’ 등 허위 진단 이슈
먼저 아주 오래 전부터 논란이 되어온 해묵은 쟁점 중에는 소위 ‘생내장’ 이라 불리는 허위 진단 이슈가 있다.
특정 환자들에 관해 노년성 백내장이 발병하기에는 비교적 젊은 나이인 점, 세극등 현미경 사진을 보관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며 “백내장 증상이 없는 사람의 눈을 불법으로 수술하고 있다”는 주장이 몇 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공중파 시사프로그램에서도 다뤄지면서 꾸준히 공론화된바 있다.
하지만 무릇 의사는 진료 행함에 있어 환자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에 따라 생각할 수 있는 몇 가지 조치 중에서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그것이 합리적인 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 결과를 놓고 그 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그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에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일관된 태도이므로(대법원 1996. 6. 25. 선고 94다13046 판결) 환자 진단에 있어서는 의사의 폭넓은 재량이 인정된다.
백내장이 어느 수준까지 진행되어야 수술이 가능한지는 법률적으로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 어렵다.
2019년경부터 등장한 이슈 중에는 ‘세극등현미경 사진’ 문제가 있다.
보험사들이 세극등현미경 사진이 없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허위 진단’으로 몰아가는 사례가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세극등현미경에 관한 보건복지부 공식 입장은 “진료기록부 형식 등에 대해서는 의료인의 재량이 인정된다고 할 수 있는바, 이를 보관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인 의료법 제22조 제1항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보건복지부 질의회신 2020-99호).
이 질의 회신 내용은 많은 안과 전문의들이 접해봤으리라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허위 진단 이슈는 정말 비도덕적인 의료인이 아니라면 크게 우려할 부분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외모 개선 목적 치료로 인해 발생한 의료비 면책 이슈
다음으로 실손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했다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환자들을 종종 접해본 전문의들이 있다.
이와 관련한 주된 논점은 질병입원실손의료보장 특별약관상 면책사유인 “외모 개선 목적의 치료”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즉, 보험사들은 백내장 수술시 선택적으로 삽입할 수 있는 다초점렌즈가 ‘외모 개선 목적의 치료’이기 때문에 면책 대상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2016년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 개정전에 보험에 가입한 피보험자들과 관련, 금융감독원은 다초점인공수정체 삽입술이 보험금 지급 대상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반복적으로 해왔다(2016.3.29. 제2016-3호 사건 등).
따라서 적어도 2016년 이전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들에 관해서는 ‘외모 개선 목적의 치료’라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볼 수 있다.
표준약관 개정에 따른 검사비 변경 이슈
다만,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2016년에 표준약관이 개정되면서 다초점 시력교정 렌즈가 실손보험 보장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많은 개원의들은 실손보험 보장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은 비급여 진료비용인 ‘Ultrasonic’ 등 검사비용을 상향 조정하고, 렌즈 가격을 하향 조정하여 환자들이 실손의료보험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영수증을 대폭 손봤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보험사들의 공문, 내용증명, 방문 협박, 소송 제기까지 다양한 유형의 분쟁에 휘말리게 되었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비급여 항목 수가에 대해 적정성 심사를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가격 변경을 가지고 문제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또 그런 맥락에서 보험사들과의 소송에 대응하고 있다.
다만,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 26.선고 2018가합531217 판결에서는 가격 변경이 위법하는 취지의 판단이 나오기도 했기에 아직까지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부자연스러운 가격 변경임은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추후 소송 결과가 어떻게 정리될지 귀추가 주목되며, 이는 후술할 “급여와에 따른 가격 정책 변경”과도 밀접하게 연관될 것이다.
소송 당사자 적격 등 문제
한편, 위 서울중앙지방법원 하급심 판결을 비롯하여 수많은 사건에서 보험사가 의료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내세우고 있는 논리는 “환자를 대위하여 손해배상청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겠다” 는 것이다.
하지만 위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합531217 판결을 제외한 다른 사건들에서는 “당사자가 치료자와의 신뢰관계에 기초하여 스스로의 자유로운 선택과 결단에 의해 형성된 치료에 관한 법률관계에 보험회사가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개입하여, 그의 결단에 의한 법률관계를 부정하고 직접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할 수 있게 허용한다면, 이는 피대위자의 권리 행사를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이 되어 우리 사법질서의 근본원칙인 사적 자치와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하게 된다” 라며 보험사의 청구를 각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단5177529 부당이득금 사건 등).
최근에 보험사는 환자들로부터 권리양도를 받아 소송을 제기하고 있으므로, 소송 요건에 관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문제될 것으로 보인다.
낮병동 이슈
보험사 표준약관에 의하면 ‘입원’ 정의는 “의사가 피보험자의 질병 또는 상해로 인하여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로서 자택 등에서 치료가 곤란하여 병원, 의료기관 또는 이와 동등하다고 인정되는 의료기관에 입실하여 의사 관리를 받으며 치료에 전념하는 것” 이다.
따라서 각종 보험상품에서 정한 입원 관련 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위 보험사가 정하는 기준에 따라 “입원”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그 판단기준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6시간”을 참고할 수 있다. “6시간”은 널리 알려진 대법원 판례 (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4도6557 판결 등)에서 제시한 기준이다.
여기서 우리가 혼동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포괄수가제에서 자동으로 지급하는 ‘입원료’ 개념과 실손의료보험에서 보험금 지급 요건이 되는 ‘입원’ 개념은 다르다는 점이다.
포괄수가를 통해 입원료를 조건 없이 지급받고 있는다고 해서, 보험금 지급요건인 ‘입원치료’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종종 입원 사실을 확인하는 소견서를 써준 의료인을 대상으로 협박을 하거나 소를 제기하는 보험사도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검사비 급여화 따른 분쟁 예고
백내장 수술을 주로 하는 안과 의사들이 앞으로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검사비 급여화에 따른 렌즈값 재조정 이슈이다.
2020.9.1부터 시행된 검사비 급여화와 관련하여 의료기관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렌즈값을 대폭 상향 조정한 의료기관들이 많다.
그 자체가 위법하다거나 형법상 사기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지만 보험사들은 분명 이 문제를 대대적으로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갈 것이다.
만약에 의료기관이 환자에 청구한 비급여진료비용이 적절하지 않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이를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판단하고 환수 조치하는 등 의료기관을 압박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일부 보험사는 환자에게 채권양도 동의서를 강요하며 “보험금 지급 조건으로 병원에 대한 청구권을 양도하라”는 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 이후 보험사는 환자로부터 위임을 받았다면서, 과다하게 받아간 진료비를 반환하라는 다소 이해할 수 없는 공문을 병원에 보내거나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환자에게 치료재료 원가 관련 자료를 받아오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세극등현미경 사진 등 병원에 과도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손의료보험 청구 및 지급 문제는 어디까지나 보험사와 환자 간 문제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의료기관은 환자와 치료 위임계약을 맺고, 의사 양심에 따라 적절히 진료하면 그 책임을 다하는 것이지, 보험금 지급까지 깊이 관여할 필요는 없다.
환자는 각 의료기관의 실력, 시설, 위치, 가격 등을 고려하여 본인이 진료 받고자 하는 의료기관을 선택하고, 병원이 정한 비급여진료비용을 납부한다.
그 비용이 적정한지, 치료가 적절했는지 따지고 드는 것은 보험사들의 월권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백내장 수술과 관련하여 앞서 언급한 여러 논점 중 하나와 관련한 분쟁에 휘말렸다면, 이 같은 원칙을 고려하여 대응 기준을 세우고,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길 바란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