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로봇을 이용한 수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산부인과로봇수술학회 이대연 회장이 로봇수술 급여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끈다.
고가의 비용 때문에 로봇수술을 포기하던 환자들의 접근성을 개선한다는 점은 환영할 만 하지만, 진료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수가 적용은 오히려 의료기관 경영 부담과 로봇수술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대연 대한산부인과로봇수술학회 회장(서울아산병원)은 지난 3일 충북 오송 메드트로닉 이노베이션 센터(MIC)에서 마련된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로봇수술은 로봇을 환자에게 장착하고 수술자가 원격으로 조종해 시행하는 수술법이다. 작은 구멍을 뚫어 수술을 하기에 시술 부위가 작고, 술후(術後) 회복이 빠르며, 후유증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주로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등에서 여러 암 수술에 시행되며 해를 거듭할수록 시행 건수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날 김 회장은 산부인과 영역에서 로봇수술 급여화는 '일단'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 회장은 로봇수술은 누가 하고, 어디서 하느냐에 따라 비용이 달라져야 '효용성'을 살릴 수 있다고 했다.
예컨대 로봇수술이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등재될 경우 의료기관에서는 환자들을 흡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지나치게 많은 환자를 받다 보면 오히려 수술 질(質) 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는 논리다.
김 회장은 "2시간짜리 수술을 3시간 하는 것은 문제지만 1시간 만에 끝내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최고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수술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률적인 수가 적용, 역효과 초래"
"급여화 이뤄지더라도 진료 특성 고려한 차등화 필요"
특히 김 회장은 "급여화가 이뤄져도 진료 특성을 고려한 차등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실제 수억~십수억원을 호가하는 수술로봇을 도입한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수가가 원가에도 못미칠 경우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김 회장은 "로봇수술도 노하우가 필요한데 모든 진료에 동일한 수가를 적용하면 오히려 시술자 사기를 떨어트릴 수 있다"며 "최고 수술 결과를 내려면 비용 문제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와 달리 환자들 인식도 변화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로봇수술은 비용이 아시다시피 1000만원이 넘어간다. 예전에는 환자들이 '내가 왜 더 비싸게 수술을 해야 하느냐'고 항의했지만 이제는 반대로 로봇수술을 하겠다고 말한다"고 최근 상황을 전했다.
이어 "로봇수술 장점에 대해 이제는 의사도 알고 환자도 안다. 최고 진료를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수술을 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수술을 했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로봇수술 미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김 회장은 "여성 입장에서는 상처가 굉장히 중요한 만큼 산부인과에서 로봇수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미래에는 모든 수술을 로봇으로 시도하고 안 되는 경우만 개복을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러한 추세에 맞춰 교육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 기업들이 로봇을 활용한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실제 임상 현장에 적용이 안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학회도 의료진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사와 환자가 동의하고 사회적으로 모두 합의가 되는 교육 방법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고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