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총파업 바라보는 젊은의사들
현실적 어려움 속 참여여부 설왕설래…파업은 '찬성' 동참은 '글쎄'
2014.03.03 20:00 댓글쓰기

오는 10일 총파업을 예고한 대한의사협회가 동력 확보를 위해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의 지원사격을 기대하고 있지만 파업 '참여'와 '불참'의 기로에서 상당수 전공의들이 현실적 한계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협은 지난 3일 총파업 로드맵과 투쟁위원회 공식 구성을 발표한 바 있다.

 

송명제 전공의협 비대위원장이 투쟁위원회에 포함된 만큼 '전공의 하루 8시간, 주 40시간' 등의 준법근무도 지침으로 내세우는 등 지원사격을 기대하고 있다.

 

송명제 비대위원장 "설득하겠다"…대다수 전공의 대표 "아직 구체적 논의 없어"

 

하지만 4일 데일리메디가 각 수련병원 전공의들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파업 시기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음에도 구체적인 지침 및 로드맵이 실종된 상태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급한대로 대전협 비대위가 파업 이틀 전인 8일 각 수련병원 대표들을 모아 임시총회를 열고 의견을 모으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실제 참여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현재 송명제 비대위원장은 "의료정책을 바로세워야 한다는 점에서는 전공의들이 모두 같은 의견이겠지만 액션 드라이브(파업)를 취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갈릴 수 있다고 본다"며 "전공의들이 의견을 하나로 뭉쳐야된다는 점에서 8일 회의 이후 전공의들을 설득해나갈 것"이라며 의지를 밝히고 있다.

 

송 비대위원장은 더욱이 "당장 10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추후 파업 일정에서 전국 전공의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의견을 듣겠다"면서 "전공의 대표가 없는 수련병원들에 대해서도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 한양대병원 등 수도권 주요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들은 "아직 파업에 어떠한 방식으로 참여할지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들 병원은 "8일 대전협 임시총회에서 결정되는 사안을 지켜봐야 병원 내에서도 의견을 수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병원 눈치·의료공백 우려·무관심 등 파업 참여 현실성 낮아"

 

사실 우려스러운 대목은 8일 대전협 비대위의 파업 방안이 확정돼도 실제 전공의들이 파업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 해당 수련병원 및 교수들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어 무리수가 따를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 일부 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의 파업 동참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소재 A대학병원 전공의는 "병원에서는 파업에 동참하고 싶으면 수련을 그만두라는 이야기까지 나온 상황"이라며 "대전협이 파업에 적극적이어도 소속 병원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도리가 없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서울 소재 B대학병원 전공의 역시 "파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교수들이 공감하겠지만 전공의가 파업 참여 시 당장 환자 진료에 불편을 겪게 된다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직접적인 언급이 아니어도 '얼굴 붉힐 일은 안 만들겠지' 등의 언급으로 압력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의료공백이 생기는 진료과에서의 파업 참여 가능성은 더욱 낮아 보인다.


서울 소재 C 대학병원 전공의는 "파업을 진행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병원 스텝들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어서 사실상 전공의들 파업은 불가능하다"며 "외과 같은 경우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바쁜데 각 진료과마다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 단결투쟁은 더욱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 소재 D 대학병원 전공의 역시 "수술실에서 업무를 보다보니 사실상 파업이 가능하지도 않다”며 “이번 의협 투표에 참여한 전공의들 중에도 실제 파업에는 참여하기 힘든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수련병원 내 전공의협의회가 따로 갖춰져 있지 않은 곳에서는 파업에 대한 무관심이 여실히 드러나기도 했다.

 

경남 소재 E대학병원 전공의는 "병원에 전공의 대표가 없다보니 이번 파업을 두고 내부적으로 어떤 단체행동을 하겠다는 등의 관심이 없다"며 "전공의들 대부분이 별다른 생각이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전공의 대표자가 없는 서울 소재의 F대학병원 전공의 역시 파업 진행에 따른 병원 분위기를 묻자 "파업과 관련해 우리병원은 해당사안이 없는 것 같다"며 "교수와 전공의를 비롯해 병원 전체적으로 파업에 대한 이야기 자체가 별로 나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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