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병원만 바라봤는데…' 폐업 속출
2011.03.23 21:28 댓글쓰기


“동네의원도 아니고 대학병원이 한 순간에 없어진다는 것을 생각이라도 했겠어요? 설마 했는데 이렇게 확정되고 나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네요. 이번 달 말 폐업합니다.”

중앙대 용산병원이 오는 26일 흑석동 중앙대병원으로 완전 이전하면서 주변 약국의 폐업이 속출, 상권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가장 가까이에 정문 쪽 3곳, 후문 쪽 4곳이 병원을 중심으로 포진해 있지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 그대로 이미 단골 환자들의 발길은 대부분 끊긴 상황이다.

병원 부지에 새 병원이 들어선다고는 하지만 당장 임대료를 지불하면서 환자 없는 약국 자리를 보존하기엔 그 공백기가 너무 길다는 셈이 적용되고 있다.

병원 후문을 나서자마자 보이는 이른바 명당자리에 위치한 약국 약사는 “여기는 용산병원만을 보고 들어온 약국이다. 10년 가까이 이 자리를 지켜왔다.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고 아쉬움을 피력하면서 “이전이 확정된 후 폐업을 결정했다. 환자 따라 움직이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용산병원이 2차 병원이었던 만큼 주변 의원급 의료기관도 거의 없는 상태여서 약국들의 위기감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용산역과 마주하는 대로변은 덜하지만 병원을 에워싸고 있는 지역 약국은 ‘생존을 위한 이전’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는 “폐업 계획을 세우면서 약을 줄여나가 진열장도 비어가고 있다. 남은 약 처분도 골칫거리”라면서 “흑석동 중앙대병원 근방 약국에 들고 가 팔아야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병원 이전과 함께 일부 환자들도 옮겨 갈 흑석동으로 자리를 옮기고 싶어도 그 곳 약국가도 이미 포화상태라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용산병원 인근에서 40년 간 약국을 운영해 온 또 다른 약사의 경우 “이곳은 대로변이라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병원이 빠져나간다는 소리에 주변 약국 한 군데는 이미 정리하고 떠났다”면서 “약국 매출의 20% 정도 타격이 있지 않을까 예상된다. 매번 찾아오는 서대문구 환자 역시 얼마 전 인사를 전하고 갔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병원의 ‘난 자리’ 여파는 인근 약국 외에도 음식점, 가게, 의료기기상, 이발소 등 주변 다른 상권에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한창 병원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들로 붐벼야할 낮 동안에도 점포 안에는 인적을 찾기 어려우며, 하교하는 주변 고등학교 학생들만이 거리를 채우고 있는 모습이다.

한 상점 주인은 “주택가도 아니기 때문에 걱정이 더하다. 임대료 낼 걱정으로 주변 상권이 모두 힘들어하는 것 같다”며 “새 병원은 언제쯤 들어오는 건지…”라고 말을 흐렸다.

드문드문 이어지는 외래환자의 발길과 병동 폐쇄, 입원환자 이송으로 병원의 온기마저 사라진 지금, 이처럼 주변 약국가와 상권은 늦게까지 기승을 부리는 꽃샘추위만큼 냉혹한 봄을 맞고 있다.

“그동안 돌았던 소문만 따지고 들어도 병원 20개는 이미 지어졌다 헐렸다 한 상황이다. 병원이 26일이면 완전히 문을 닫는다는 것만 사실이 된 셈이다. 병원 없는 이 지역, 어떻게 될지 참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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