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조제실' 개방 언제쯤?
2010.12.10 02:45 댓글쓰기
그동안 철저히 자신들만의 공간으로 인식돼 온 '약국 조제실'의 개방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제실 내 위생상태에 의문을 제기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면서 공론화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최근 일부 환자단체와 시민들이 잇따라 조제실 내 위생상태를 각 언론사에 제보, 그 실태가 보도 되면서 "조제실을 개방해야 한다"는 여론이 달아 오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 약국들은 비약사 조제, 조제실 비위생, 맨손 조제 등을 일삼고 있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아 데일리메디가 직접 약국을 찾아가 봤다.[편집자주]

"위생복? 깜빡했네요!"

우선 약사법 시행령에 나와 있는 위생복과 명찰 착용 여부를 살펴봤다.

16곳의 약국을 취재한 결과 10곳은 약사가 위생복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약을 조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약사법 시행령에서는 위생복 및 명찰 착용은 의무사항이다. 실제 약사법 제9조 1항에는 '약사 또는 한약사는 위생복을 입고 명찰을 달아야 하며, 종업원에게 약사 또는 한약사로 오인될 수 있는 위생복을 입히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만약 약사가 평상복 차림이면 환자들로서는 '복약지도를 해주는 사람이 과연 약사일까'라는 의구심이 들 수 있어 신뢰성의 문제가 생기고 약사와 일반인 사이의 역할이 애매모호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생복을 착용하지 않았던 A약국 약사는 “여름 같은 경우에는 너무 더워 약 조제시 약에 위생복의 축축해진 옷깃이 닿아 오염 물질을 옮기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겨울은 상대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적지만 갑자기 다른 일이 생겨 잠시 다른 약사에게 일을 맡기고 나갔다가 돌아오면 정신이 없어서 챙겨 입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B약국에 근무하는 약사는 “차라리 명찰 착용만 의무화 된다면 이런 문제점들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위생복 의무 착용에 대한 불만을 피력했다.

일선 약국 카운터의 문제점도 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는데 C약국의 약사의 경우 환자에게 복약지도를 하는 과정에서 문진도 서슴치 않았다.

가림막 너머 조제실에서는 무슨 일이…'

약국의 핵심인 조제실 안을 살펴봤다. 높은 가림막으로 꽁꽁 둘러싸여 있는 조제실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우선 위생 청결을 위한 장비의 유무에 대해 확인했다.

D약국의 경우 조제실 안에 소독기 2개가 배치돼 있었고 [사진] 세면대는 다른 방에 설치 돼 있었다. 다른 약국들도 대부분은 소독기와 세면대는 필수적으로 조제실 안에 있었다.

하지만 위생용 장갑을 착용하고 있는 곳은 전무했다.

세면대나 소독기 비치는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위생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약사법 제21조에서도 '약국의 시설과 의약품을 보건위생상 위해가 없고 의약품의 효능이 떨어지지 아니하도록 관리할 것', '보건위생과 관련된 사고가 없도록 종업원을 철저히 감독할 것' 등 위생관련 조항이 명시돼 있다.

최근 환자연합단체에서는 맨손 조제에 대한 문제점을 제시하며 환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까지 했었는데 이는 그 만큼 약국 위생에 대한 관심이 도마위에 오른 하나의 계기가 됐다.

하지만 약국 조제실 내에서 모든 약사들이 환자의 약을 조제하는 과정에서 손을 씻는지 또는 조제용 장갑을 착용하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물론 소독기 사용 여부 역시 마찬가지다.

'조제 시 손 소독기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느냐'의 질문에 대해 E약국 약사는 “사실 손 소독기는 매번 사용하지 않는다. 눈으로 봤을 때 더럽다고 생각하면 그때 사용 한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는 이어 “매일 수 많은 환자들의 약을 조제하는데 매번 손을 씻거나 소독기를 사용하는 것은 누가 봐도 귀찮아서 못할 일”이라며 “어느 약국을 가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아는 약국들도 다 그렇다”라고 실상을 전했다.

일부 약국에서는 손 소독기 위치조차 알고 있지 못해 평소 소독기를 잘 사용하지 않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 요즘 조제용 자동기계[사진]는 약이 들어갈 박스와 연결돼 있어서 손을 이용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약을 선택, 조제가 가능해 청결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들도 많다.

하지만 처방전에 따라 약을 반으로 쪼개야 할 경우가 생기는데 이때 손이나 기구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청결 상황 유지는 필수다.

그럼 약을 조제하는 과정은 어떨까?

F약국의 경우 바닥부터 천장까지 전체가 막혀있는 조제실이었는데 약사에게 조제실 안에 누가 있느냐고 묻자 그는 “약사 3명과 서포터 2명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누가 약을 조제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을 없었다.

이 약국 관계자는 “약사 혼자 조제를 하다보면 약포지를 나누거나 약을 담는 일까지 하기 벅차다"며 조제가 분업 형태로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서포터들이 그러한 일을 맡아 일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서포터들이 없다면 약사의 페이를 더 올려줘야 하는 등 조제료가 너무 올라가 임대료도 비싼데 약국은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정말 약사와 서포터들이 일을 분담하고 있는지 확인하고자 조제실에 들어갈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여기는 아무도 들어오면 안 된다"며 완강히 거부했다.

'조제실 개방', 어떻게 생각하나'

약국의 위생문제, 비약사 조제와 관련한 문제 제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취재 결과 조제실 개방에 대해 약사들은 공통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약사가 약을 조제하고 있는데 환자들이 보고 있다고 느끼면 집중력이 분산돼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이들은 “그러한 문제점은 약국의 양심에 맡겨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통일 시켰다.

G약국 관계자는 "조제는 약사들의 고유권한인데 그 업무를 행하는 조제실을 개방하라는 것은 절대 말이 안 된다"며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개국가 약사들에게 조제실 개방을 요구하기에 앞서 음식점 주방이나 병원 약국 조제실부터 개방하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16곳의 약국 중 4곳은 조제실 개방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H약국의 약사는 “조제실을 개방하면 환자들의 신뢰를 얻어 오히려 더 많은 환자 유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약국 관계자는 "규정에 의거해 조제를 한다면 굳이 개방 못할 이유도 없다"며 "자발적으로 개방할 생각은 없지만 규정이 만들어 진다면 따르긴 할 것"이라고 조심스런 태도를 견지했다.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