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 이상 '약사 조제내역서 달라'
2010.08.11 22:03 댓글쓰기
‘소비자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의약분업의 기치에도 불구하고 의료 소비자 대부분은 약사로부터 받은 약품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의약분업이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약국에서 일반의약품 임의조제가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세대 의료법윤리학연구원 박형욱 교수팀이 대한병원협회로부터 연구용역을 의뢰받아 실시한 의약분업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다.

박 교수팀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월27일부터 7월1일까지 전국에서 20~6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의약분업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57%가 "약사는 조제한 약품명, 복약방법, 주의사항이 포함된 조제내역서를 발급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약사는 약제의 용기나 포장에 조제한 약품명을 적어줘야 한다’고 응답한 27%까지 합하면 84%는 약사들의 조제내역을 알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의약분업 이후 처방약에 대한 이중 점검과 처방전 공개로 ‘환자들의 알권리가 충족되고 있다’는 정부의 평가와 정면 배치되는 결과다.

약사의 대체조제와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65%가 ‘의사와 환자 모두로부터 사전에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답해 약사의 임의적 대체조제를 경계했다.

현재 약사법 상에는 약사는 환자에게 조제한 약품명을 서면으로 알려줄 의무는 없으며 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약품의 경우 의사의 사전 동의 없이 대체조제가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다.

무엇보다 이번 설문에서는 의약분업 이후 약사들의 임의조제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형욱 교수팀에 따르면 일반의약품 구매자의 67%가 약사의 불법적인 임의조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응답자의 46%가 '약사가 증상을 자세히 물어본 후 약을 정해 주었다'라고 밝혔으며, 21%는 '증상을 이야기하니 약사가 병명을 알려주며 약을 정해 주었다'고 답변했다.

반면 의약분업 원칙에 따라 '일반의약품 구매자가 약 이름이나 용도를 이야기하자 약사가 약을 정해 주었다'는 경우는 45%로 나타났다.

박형욱 교수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아직까지 불법적인 임의조제가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약사의 업무범위에 대한 혼동 때문에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약사가 직접 또는 서신으로 환자의 병세를 묻고 그 병명을 진단해 그에 대한 치료약을 조제, 판매한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온 바 있다.(2001다27449판결)

박 교수는 “환자에게 증상을 묻는 문진행위만으로도 불법행위라는 법원의 판례가 있었다”며 “약사가 증상을 물어보거나 병명을 알려주는 행위는 모두 불법행위 범주에 속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의약분업 10주년을 맞아 앞서 각 직역단체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의사와 약사의 태도가 확연히 엇갈렸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6월 전국 의사 89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4.1%가 현재의 의약분업에 불만을 나타냈다. ‘의약분업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답한 의사도 13.4%였다.

반면 경기도약사회가 지난 2월 대의원 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53.7%가 의약분업에 대해 ‘긍정적이다’라고 답했다. ‘부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4.9%에 불과했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로는 58.2%가 ‘의약품 조제권 확립’이라고 답했고 ‘약사의 사회적 지위와 신뢰 확보’라는 응답은 14.6%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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