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포장지 사용기한 아닌 조제 후 사용 관리지침 마련
한국병원약사회, 8월 목표 진행···'약사 조제 가루약도 사용기한 중요'
2019.05.20 11:4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포장지에 적힌 사용기한이 아닌 조제 후 약제에 대한 관리지침이 금년 8월 마련된다.
 
특히 아동 및 노약자 대상으로 기존 약제를 변형시켜 조제하는 가루약 및 시럽형 약제에 대한 사용기한 표준화에 초점이 맞춰질 계획이다.
 
나양숙 한국병원약사회 질향상이사는 최근 열린 '2019 병원약제부서 관리자 연수교육'에서 현재 병원약사회에서 추진 중인 개봉 의약품 안전사용 지침 마련에 대한 필요성과 방향을 공개했다.
 
나양숙 이사는 “기존 사용기한을 최대치까지 인정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약사들에게 언제나 고민이었다”며 “특히 개봉 후 약제 관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나 이사에 따르면 이제까지 약사들은 개봉 후 사용기한이 따로 마련되지 않아 개봉 전 사용기한을 그대로 따르는 경우가 많았으며, 시럽 및 외용제 등에 대해서는 제약사에 일일이 연락해 확인 작업을 거쳤다.
 
제약회사에서 제공하는 약품 안전성 또한 약품이 회사에서 생산된 후 용기에 담겨져 있을 상태의 유효기간에 한해서만 설정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환자가 약품을 사용하는 실생활에서는 온도 및 습도, 빛, 박테리아 등 미생물학적 오염, PH 변화 등 약품을 변질시킬 변수들이 무수히 많은 실정이다.
 
이 같은 배경에서 병원약사회는 의약품 개봉 후 사용기한 설정을 표준화한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했다.
 
국내 병원 사용 현황과 미국약전(USP) 규정 참고해 지침 마련
 
개봉 후 의약품 사용기한 가이드라인 마련 과정에서 병원약사회는 현재 국내 병원 사용 현황과 미국약전(USP) 규정을 적극 참고하고 있다.
 
미국은 제약사에서 다양한 제형으로 약제 상품을 출시하며 이에 따른 약 관리 가이드라인이 제형별로 각기 마련된 상태다. 일본 또한 AHC에 가루약 관리법을 따로 명시한다.
 
제약사 영업방침 상 다양한 제형을 출시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경우 거의 세계 유일하게 약사가 알약을 깨뜨려 가루약을 조제하고 있다.
 
나양숙 이사는 “특히 염기가 서로 다른 약제가 섞일 경우 결과에 대해 안전성이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다.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원래의 알약 통에 그대로 담을 때는 개봉 시점부터 1년 이내, 다른 약통에 수량만큼 덜어서 담을 때는 6개월 이내를 사용기한으로 한다.
 
원래의 시럽제를 원통 그대로 받은 경우에는 개봉 후 28일 이내, 투약병에 두 가지 이상의 시럽제를 혼합해서 조제한 경우 14일 이내, 건조시럽제를 물에 타서 물약을 만든 경우 14일 이내가 유효기간이다.
 
연고류를 조제용 연고곽에 덜어서 담은 경우, 알약을 갈아서 가루약으로 약포지에 포장한 경우에는 30일 이내 사용을 원칙으로 한다.
 
강제성 없기 때문에 정부 차원 지침도 필요
 
한국병원약사회 질향상위원회는 금년 8월 해당 지침 마련을 완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개봉 의약품 사용기한 가이드라인이 시행될 시 우려되는 부분도 존재한다. 우선 현재 병원 현장에서의 처방일수와 대치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처방일수 제한에 대한 규정이 없는 상태다.
 
나 이사는 “증상 유지가 목적이라 항시 약을 복용하는 소아환자의 경우 한 번 내원 시 다양한 알약을 갈아서 섞은 가루약을 약 6개월 치 처방받아 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 환자에 제조 가루약은 15일이 넘어가면 사용하면 안 된다는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강제성이 없는 가이드라인인 만큼 현실에서 지켜질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견해다.
 
나 이사는 무엇보다도 환자안전을 위한다는 본래의 목적에 충실할 것을 강조한다. 특히 가루약의 대상은 어린이 혹은 노약자이기에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 향후 정부 주도의 과학적 근거 기반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배경이다.
 
나 이사는 “제약회사에 개봉 후 약품 안전성 데이터를 요청하면 1개월치 실효성 없는 정도의 정보만 제공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복지부와 심평원에 가루약 처방 실태를 인지시키고 문제 제기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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