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술 취한 사람들 떠안으라고'
응급의학회 유인술 이사장, '정신보건법 일부개정안' 반발
2012.07.31 21:55 댓글쓰기

대한응급의학회가 최근 발의된 정신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반감의 뜻을 드러냈다.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이 24일 대표발의한 이 법률안은 주취자의 신체ㆍ정신적 회복에 필요한 치료를 위해 응급입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지체 없이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의료기관에 이송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여기서 주취자란 음주로 인해 판단력 및 신체기능이 저하돼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태에 있거나, 소란행위 등으로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ㆍ신체ㆍ재산 그 밖의 사회공공의 안녕 질서에 위험을 야기하고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대한응급의학회 유인술 이사장(충남의대)[사진]은 31일 “이 법안은 많은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면서 “우선 응급실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법안은 결국 경찰이나 119 구급대에서 주취자 또는 정신착란자를 지구대에서 보호하지 않고 곧바로 병원 등 의료기관에 이송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는 “경찰이 주취자에 대한 보호업무를 의료기관으로 전가하는 법적 근거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물론 주취자 중 신체 이상으로 인해 의료인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경우 당연히 의료기관으로 이송,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처럼 심각한 신체 이상 상태에 시달리는 주취자 비중이 얼마나 될까”라고 되물었다.

 

단순 주취자까지 의료기관이 일방적으로 책임지는 것은 부당하며, 협조가 되지 않는 주취자 한명으로 인해 정작 위독한 중환자 처치가 어려운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병원 응급실은 생사가 위중한 환자들이 부지기수다. 이들을 돌보는데도 정신이 없고 의료인은 부족하다”면서 “환자도 아닌 상태에서 술취한 사람은 치료 협조가 되지 않을 것이 뻔하고 이러한 주취자 뒤처리까지 병원에서 감당해야 한다면 응급환자 치료에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자명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는 심각한 인권침해 소지가 있으며, 응급실 치안유지를 위한 방안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문제라는 입장이다.

 

유인술 이사장은 “이 법은 음주로 인해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ㆍ신체ㆍ재산 그 밖의 사회공공의 안녕 질서에 위험을 야기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 의료기관으로 이송하고, 의료기관의 장은 24시간 응급 입원을 시키고 진단 결과에 따라 계속 입원시키도록 강제하고 있다”며 “이는 주취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신체 자유를 제한하게 되는 규정”이라고 전했다.

 

의료기관에서는 정신질환자라 하더라도 보호자 및 환자 동의없이 임의로 입원, 격리조치를 할 수 없으며 강제 입원시킬 경우 인권침해와 그에 따른 소송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음주로 인한 사회적, 정신적 문제가 있다면 술이 깬 후 의학적 상담이나 금주 교육 등을 받도록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응급환자가 몰려 있는 응급실 안전을 위해 뒷따라야 할 치안 유지 대책은 법률에 포함돼 있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그는 “의학적 치료는 의료인이 담당한다고 해도 주취자에 의한 응급실 폭력이나 진료방해 등에 대해서는 공권력을 가진 경찰이 담당해야 할 몫이다. 응급실에 경찰관을 의무적으로 배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주취자 관련 법안은 17, 18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면서 “이 법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이 하루 밤만이라도 응급실에 와서 현실을 파악하고 과연 어느 것이 국민의 안녕과 공공 이익을 위한 것인지 그 대책을 세워 줄 것을 주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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