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돼 재검 결과가 나왔음에도 산모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전한 채 진료를 계속해 신생아를 사망케 한 산부인과 의사가 2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물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재판장 한숙희)는 "산모의 검사결과에 이상이 나타났는데도 추가적인 확진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태아와 산모 모두 이상이 없다고 진단한 과실이 있다"며 "사망한 신생아측에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임신진단테스트 결과 양성반응을 확인한 산모는 H산부인과를 방문해 임신초기 필수 항목인 산모 매독검사를 위한 RPR검사와 자궁경부암 검사를 의뢰했다.
병원은 산모의 산전검사를 타 의료기관에 의뢰했고 검사 결과 RPR검사와 자궁경부암 검사에서 감염 등 이상이 확인, 재검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지만 네 차례에 걸쳐 H산부인과를 내원한 산모에 "산전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전달한 채 진료와 초음파 검사 등을 지속했다.
의사는 이후 산모에게 분만 예정일을 알리고 "분만을 받지 않으므로 타 병원으로 옮기라"고 권했다.
분만이 가능한 타 산부인과를 찾은 산모가 H산부인과에서의 진료기록을 제출하자 타 산부인과 의사는 산전검사 이상 결과를 이유로 정밀 검사를 진행했다.
정밀검사 결과 산모는 매독 확진 결과를 통보받았으며 종합병원으로 전원, 페니실린 등으로 치료를 받던 중 태아의 심박수가 지속적으로 떨어져 응급 제왕절개술을 받았고, 1kg이 채 못되는 조산아를 출산했다.
신생아는 출생 직후 일반적인 조산아와 비교해 빈혈이 극도로 심한 상태로 중환자실로 옮겨 치료를 받았으나 태어난지 3일만에 '빈혈 등에 의한 다기관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H산부인과의 정밀 검사 미시행으로 첫 아이를 잃게 된 산모와 남편은 산부인과를 상대로 1억3400만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H산부인과 의사는 산전검사 이상에도 불구하고 산모를 맡아 진료한 3개월동안 아무런 추가 정밀검사를 하지 않아 매독에 대한 확진 및 치료를 시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산모의 매독과 신생아 사망과의 인과관계 대해 재판부는 "사인인 다수 장기 출혈로 인한 극심한 빈혈 원인을 찾을 수 없고 선천성 매독과의 인과도 불확실하다"며 "H산부인과 의사가 매독 검사(RPR) 이상 소견을 발견하지 못하고 확진 검사를 시행하지 못한 과실과 신생아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결했다.
다만 "H산부인과 의사의 진료과실로 산모는 임신 초기 태아의 정밀 검사를 받아볼 기회조차 상실한 바 사망한 신생아와 산모가 받은 정신적인 고통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피력했다.
첫 아이를 잃고 2000만원의 위자료를 수령하게 된 산모와 남편측은 법원이 산부인과 의사에 지시한 손해배상금액에 의사측 과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억울해하는 상황이다.
법무법인 나눔의 산모측 변론 담당 변호사는 "H산부인과는 산전검사 결과 이상이 발견됐을 때 산모측에 전혀 알리지 않아 산모는 매독 확진 때까지 아무런 의학적 조치를 받을 기회가 없었다"며 "태아 사망감정결과 최초 원인은 선천성 매독이었다. RPR 수치 이상 후 확진검사를 진행하지 않아 신생아가 선천성 매독으로 인해 사망했는데도 법원은 이 인과관계를 배제한 채 손해배상액을 산정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