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이지 않은 신식 수술법으로 환자의 수술 후유증 및 부작용을 야기했더라도 의사의 합리적인 판단하에 시행된 수술이라면 병원 과실은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척추디스크 환자에 신식 술기를 적용, 의료 과실이 인정됐던 병원이 제기한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원심 패소 판경을 일부 뒤집고 의료진의 수술 선택권을 인정했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재판장 김용석)는 척수 수술 후 반신마비를 겪은 환자가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심이 병원에 지시한 1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취소하고 5300여만원만을 환자에 지급할 것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척추수술에 쓰이는 '경성 수술법'과 '연성 수술법'의 선택을 두고 원심 재판부와 고등 재판부 간 정반대의 판결을 내린 것으로, 선례가 극히 드문 신식 수술법을 썼다고 해서 의료진의 죄를 물을 수 없으며 수술법 선택에 있어서도 의사 진료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게 고법 재판부의 판단이다.
무거운 물건을 잘못 들어 허리 통증과 오른 다리 감각이 마비돼 병원을 찾은 김某씨는 주치의로부터 척추 협착증과 추간판 탈출증(디스크)이 확인돼 수술을 받았다.
의료진은 김씨에 보편적으로 쓰이는 척추 나사못을 이용한 수술(경성 척추고정술)이 아닌 형상기억합금을 이용한 수술(연성 척추고정술)을 시행했다.
형상기억합금이 쓰이는 연성 고정술은 기존 나사못과 금속 디스크통을 사용하는 경성 고정술에 비해 평균 수술시간이 짧고 출혈량이 현저히 낮을 뿐더러 수술 후 회복도 빠르지만 보급률이 낮아 수술 사례 및 환자가 적은 실정이었다.
수술 직후 김씨는 허리통증이 사라졌고 별다른 이상 소견없이 척추가 잘 정렬됐지만 수술 한달여 뒤부터 척추에 삽입한 형상기억합금이 밀려나면서 다시금 허리통증이 시작됐다.
1심 배상액 1억752만원→2심 5386만원
결국 김씨는 오른 허벅지를 바늘로 찔러도 모를만큼의 반신 감각마비 장애를 겪게 됐고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은 의료진이 보편적이지 않은 수술법을 사용한 의료상 과실을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척추 수술시에는 나사못이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는데도 의료진은 보편화되지 않은 형상기억합금을 사용, 연성 고정술을 시행해 김씨의 후유장애를 유발케 했다"며 "수술 후 환자 관찰을 소홀히 해 척추 고정 합금이 이탈하는 부작용을 발생시킨 과실이 있다"고 판시, 병원장과 주치의에 약 1억752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책정했다.
하지만 고등 재판부는 원심과 달리 수술법 선택에서 의료진의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수술 결과만을 놓고 보편적이지 않은 수술을 시행한 의료진의 선택을 과실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수술 후 환자 관리 소홀로 삽입된 인공 디스크가 비정상적으로 이탈, 부작용을 야기한 의료상 과실은 인정되나 수술법 선택은 의사 재량에 달렸다"고 판결해 1억752만원 중 5386만원만 배상할 것을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