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하다 환자를 패혈증에 감염시켜 사망케 한 병원에 55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사건은 특별히 오염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는 한 주사기를 버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용한 것에대해 지역시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는데도 주사기 재사용을 중단하지 않은 원장의 의료법 위법행위가 문제가 됐다.
현 의료법 및 시행규칙에 따르면 의료기관 및 의료진은 변질, 오염, 손상된 의약품을 사용해서는 안되고 의약품을 혼합할 때 사용하는 1회용 주사기는 폐기해야 한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재판장 김용석)는 유족측이 원장을 상대로 낸 민사소에서 환자의 사망이 의료기관에서의 주사기 불법 사용에 따른 패혈증 감염인 것을 인정, 환자측 일부승소를 선고했다.
이는 1심 법원이 결정한 손해배상액(총 7939만원) 대비 금액이 대폭 감소한 판결로, 고등재판부는 원심과 달리 사망한 환자의 나이, 건강상태, 체질적 요인 등이 패혈증 감염으로 인한 사망에 영향을 줬다고 판단한 것이 감형의 단초가 됐다.
환자 A씨는 지난 2011년 2월경 빙판길에서 넘어져 흉부압박골절상을 입고 병원을 찾아 입원했다. 원장 김씨는 약 일주일간 매일 A씨에 염증완화 및 순환개선제인 '멜프로스' 앰플을 포도당용액에 혼합한 정맥주사를 투약했다.
A씨는 투약 일주일차에 급격한 오한과 근육통을 호소하며 극심한 어지러움과 구토, 불면, 저혈압과 빈맥 증상을 보였다.
의료진의 진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A씨는 타 병원 응급실로 전원했지만 쇼크상태가 발생, 결국 한 달여만에 다발성 장기부전, 패혈증 등을 원인으로 사망했다.
유족들은 원장을 상대로 의료소송을 진행했고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결과 A씨 혈액에서는 패혈증을 유발하는 '그람음성 간균'이 발견됐다.
원장은 "A씨는 오염된 주사기에 의해 패혈증에 걸린게 아니라 입원 전부터 패혈증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일회용 주사기의 관리를 소홀히하고 재사용 한 원장의 위법을 인정해 유족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망인의 담당 간호사는 일회용 주사기를 교체하지 않고 근무시간 중 지속적으로 사용한 과실이 명백하다"며 "A씨의 혈액 검사결과 패혈증 원인균인 그람음성 균이 배양됐고 입원치료 전 A씨에게 패혈증이 유발될 만한 원인은 없었으므로 주사기 재사용이 환자 사망에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2심 고등재판부는 원심과 달리 "A씨의 나이와 건강상태가 패혈증 발병과 사망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친것으로 보인다"며 "또 주사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같은 약물을 투여하는 일회용 주사기를 매 번 교체하지 않은 채 사용하는 의료현실을 고려할 때 원장 역시 이를 심각히 여기지 않을 만한 이유가 인정된다"고 적시해 의사 책임비율을 낮춰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