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 차등수가는 어떤 의사가 마취를 하냐에 따라 수가에 차이를 두는 것으로 마취통증 전문의가 할 경우 일반의보다 수가를 더 높게 줘야 한다는 것이 학회 주장이다.
또한 학회는수술 집도의는 환자 수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마취통증 전문의를 따로 수술실에 배석시켜 환자의 마취상태를 확인하는 ‘감시하마취관리제(MAC)’ 도입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홍기혁 이사장(상계백병원/사진)은 지난 11월 7일부터 9일까지 강원도 정선에서 개최된 ‘제90회 종합학술대회’에 앞서 인터뷰를 통해 마취통증 전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상급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는 마취통증 전문의가 있지만, 병·의원 대부분에는 전문의 없이 수술 집도의가 직접 마취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마취의 질이 떨어지면 환자가 죽을 수도 있는 만큼 마취는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마취통증 전문의 중요성은 상반기 ‘우유주사’라고 불리는 프로포폴 오남용 사례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도 부각되기 시작했다.
홍 이사장은 “대부분 프로포폴을 단순한 수면유도제라고 알고 있지만, 프로포폴은 정맥용 전신마취제로 약전에도 마취과 전문의 과정을 밟았거나 수련을 받은 의사가 주사를 놓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현 수가체계에서는 일반 병의원에서 마취통증 전문의 고용 불가"
문제는 현재의 마취수가 및 의료체계에서는 성형외과 등 병·의원에서 전문성을 갖춘 마취통증 전문의를 고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홍 이사장은 “마취통증의학과 수가가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다”며 “마취통증 전문의가 마취를 하는 것과 일반의가 하는 것과 수가 차이가 업다보니 병원에서는 굳이 마취통증 전문의를 고용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가 전신마취 등을 이해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를 초빙하는 ‘초빙료’가 180% 인상됐지만, 이 마저도 최근 포괄수가제(DRG) 도입으로 유명무실화 됐다.
포괄수가제 하에서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를 초빙하든 안하든 수가가 같기 때문이다.
홍 이사장은 “포괄수가제 도입으로 초빙료 인상은 1보 전진에 2보 후퇴한 꼴이 됐다”며 “포괄수가제를 도입한 일본에서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마취수가는 따로 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학회는 향후 마취 차등수가, 감시하마취관리제를 도입하기 위해 대국민홍보 및 정책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지난 9월부터는 마취실명제를 통해 누가 마취를 했고, 결과가 어떤지를 데이터로 모으고 있다.
홍 이사장은“1년 동안의 자료를 비교·분석해 마취통증 전문의가 마취를 할 경우의 안전성 등을 입증해 내년 10월경에는 마취 차등 수가를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무엇보다 마취 차등수가, 감시하마취관리제 도입은 환자 안전을 위한 것”이라며 “향후 전국에 있는 병원들에 적어도 1명의 마취통증 전문의가 상주하는 의료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추계 마취통증의학의 밤 회원 입장료, 정선 지역발전 기부”
한편, 이번 대한마취통증의학회 학술대회는 특색 있고 듯 깊은 자리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학술대회가 단순히 회원들이 최신 지견을 나누는 자리였다면 이번 학술대회는 회원들이 직접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구성됐다.
홍 이사장은 “강원도 정선에서 이번 학술대회를 개최한 이유는 지방의 지역발전을 돕기 위한 취지도 있다”며 “‘마취통증의학의 밤’의 경우 회원들로부터 1만원씩 입장료를 받아 정선 지역발전기금으로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마취통증의학의 밤’에는 가수 장윤정이 축하공연을 할 예정이며, 헌혈버스를 이용해 회원들이 학회에 참석하며 헌혈을 할 수 있는 자리와 장기이식에 대한 홍보를 듣고 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는 부스도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