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백신, 치료제 등 의약품 개발과 생산 역량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는 자주권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이런 의약품 개발의 시작과 끝은 ‘임상시험’이다.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시험하고 보편적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하는 임상시험은 사실상 의약품 개발의 절반 이상 과정이라 해도 무방하다.
현재도 여러 제약사와 많은 의료진이 임상을 통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을 완성하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의 실체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데일리메디가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현장을 생생히 담았다. 확진 이후 생활치료센터에서 임상에 직접 참여한 취재진이 전한다.
확진 판정 병원 처방약, 먹었다면 임상시험 참가 불가했을 수도
“목이 엄청 따갑네.” 아침 6시경 일어나자마자 인후통을 느꼈다. 신규 확진자가 수 십만명씩 쏟아지는 상황. 불안감이 엄습했다. 바로 근처 편의점에서 자가진단키트를 구매했다.
이제는 대중에게 친숙한 자가진단트는 C라인과 T라인 두 영역이 있다. C라인는 대조선(Control Line)으로, 검사 후 C라인이 표시돼야 키트가 정상이라는 의미다.
T라인은 시험선(Test Line)이다. 검체에 바이러스가 포함됐다는 말이다. 따라서 ‘한 줄’은 음성, ‘두 줄’은 양성이다. 결과는 두 줄이었다. 곧바로 회사에 결과를 알리고 병원 문이 열기를 기다렸다.
정부는 지난 14일부터 일반 병‧의원 신속항원검사도 확진으로 인정했다. 굳이 선별진료소까지 향할 이유는 없었다. 병원에서도 결과는 ‘두 줄’이었다. 코로나19 최종 확진이었다.
의사는 “앞으로 일주일 간 자가격리 하고, 처방약을 복용하고 푹 쉬라”고 설명했다.
귀가 후 임상시험을 신청했다. 그동안 백신‧치료제 소식은 여러 차례 전했지만 정작 임상시험을 제대로 취재할 기회는 없었다. 생생한 현장을 전하고 싶었다.
코로나19 임상시험에 참가하려면 국가임상시험재단(KONECT)에 접수해야 한다. 과거에는 확진자가 상담센터에 직접 전화해 참여 의향을 밝혀야 했지만, 지난 16일부터 KONECT 홈페이지를 통해 의향서를 제출할 수 있었다.
그동안 코로나19 임상시험을 주관하는 KONECT와 의료진은 최근까지 재택치료 체제 전환으로 부침을 겪었다. 생활치료센터 운영이 대폭 축소되면서 치료제 임상시험에 참여할 환자를 구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보건당국이 임상시험 참여 희망자들이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할 수 있도록 조치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이달부터 신풍제약의 ‘피라맥스’와 일동제약의 ‘S-217622’ 등 임상시험 참여자 등록이 본격 시작됐다.
의향서 제출 후 더 자세한 문의를 위해 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KONECT 상담원은 인적 사항을 확인한 뒤 “확진 판정을 신속항원검사로 받았다면 일동제약 임상시험 밖에 참여할 수 없다”며 “신풍제약 임상은 PCR 검사로 판정받아야 참여 가능하다”고 말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일동제약 임상에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KONECT 관계자를 통해 이유를 물었고 “제약사가 임상 허가 때 제출한 시험계획 내용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는 답변을 받았다.
상담원은 이어 “현재 거주지에서는 서울 남대문 생활치료센터가 가장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원래 호텔이었지만, 현재는 경희의료원 관리 아래 치료센터로 운영 중이다.
KONECT와의 연락을 마친 뒤 경희의료원 간호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간호사는 “임상 진행을 맡은 연구 간호사”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짚고 넘어갈 점들이 있다”고 말했다.
간호사는 최근 처방약 여부를 물었고, 확진 후 처방받은 약을 말했다. 그러자 간호사는 “처방약 중 위산 억제제가 병용 금지성분이다. 복용했다면 참여가 어렵다”고 말했다. 아직 약을 먹지 않았던 게 다행이었다.
이 대목에서 보건당국의 아쉬운 대목이 느껴졌다. 병‧의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은 대체로 의사로부터 약을 처방받는다. 그런데 그 약을 먹은 환자들은 임상시험 참여 여부가 불투명해진다.
보건당국이 국산 치료제 임상시험을 활성화 한다면 이를 미리 고려해 일선 병‧의원에 약 처방 전 임상시험 참가 여부를 물을 수 있도록 지침을 내렸어야 했다.
지난해에도 재택치료 체제 전환 이후 치료제 임상 참가자 모집이 한동안 난항을 겪었다. 세심함 부족의 ‘데자뷔’다.
또 다른 요소는 기저질환이었다. 확진 판정 후 보건소가 전송하는 자기기입식 조사서를 작성해야 한다. 여기엔 기저질환 항목이 있는데 과거 천식을 앓아서 기저질환에 이를 작성했다.
천식 자체는 다행히 임상 제외 요인은 아니었다. 최근에는 심하지 않아 약을 먹진 않았고, 비상용으로 기관지확장제만 갖고 있었다. 흡인기 속 성분도 큰 문제는 없었다.
구급차 통해 생활치료센터 입소, 하루 2차례 평가서 작성
하루가 지난 뒤 22일 보건소로부터 연락이 왔다. 구급차로 생활치료센터 이송을 하겠다는 것이다. 생활치료센터는 자차 이동이 안 된다. 구급차 또는 보호자를 통한 이송만 가능하다.
오후 3시경 집 근처 육교에서 구급차와 접선했다. 육교까지 이동은 본인 몫이었다. 보통은 곧장 구급차로 향하겠지만 일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30여분 뒤 생활치료센터에 도착했다. 공사장처럼 둘러싸인 철책과 함께 주의사항이 빼곡히 적힌 화이트보드,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 컨테이너, 지하로 통하는 입구 등이 보였다.
간호사는 칠판에 적힌 것을 재차 구두로 안내했다. 객실은 질병관리청 지침에 따라 2인 기준이고, 배식은 3차례 지정된 시각에 도시락을 문 앞에 두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검사를 제외하면 객실 밖을 나설 수 없다.
이후 객실 카드키와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및 진해거담제 등 약품, 마스크와 손소독제, 체온계 등이 포함된 자가격리 위생키트 등을 받은 뒤 지정받은 객실로 이동했다.
방에 도착해보니 기자의 방은 1인실이었다. 더블 룸을 배정았다. 방에는 생수와 생활에 필요한 물품, 혈압계와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이 놓여있었다.
짐을 풀고 연구 간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센터에서 받은 약을 먹어도 되는지 물었다. 간호사는 “금지성분은 없으니 복용해도 된다”며 “다만 다음날부터는 임상용 치료제를 복용해야 하니 오늘까지만 복용하라”고 했다.
이어 “임상 참여는 내일 시작할 것”이라며 “혈액검사와 PCR 검사 이후 임상용 치료제를 제공한다. 혈액검사 결과가 나온 뒤 복용하면 된다. 오늘은 처방약 먹고 쉬라”고 덧붙였다.
이제는 입소자로서 해야할 일을 할 차례다. 모바일 메신저로 받은 초기조사서를 작성했다. 이 서류는 입소 시 작성해야 한다. 이후에는 하루 2차례 모바일 메신저로 전송되는 자가평가기록지를 작성해야 한다.
기록지를 작성하면 객실 내 전화로 생활치료센터 본부에서 전화가 온다. 의료진이 몸 상태 및 추가 약품 필요 여부를 묻는다.
현재 재택치료자의 경우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면 이처럼 하루에 2차례 모니터링이 이뤄진다.
기록지에는 증상과 함께 산소포화도, 체온, 혈압, 맥박, 호흡수 등을 입력해야 한다. 입소 당시에는 혈압과 산소포화도, 체온, 호흡수 등이 모두 정상이었다.
전날에는 다소 열이 있었으나 하루가 지나고 정상으로 돌아왔다. 인후통과 기침‧가래 등 호흡기 증상은 여전히 심했다.
이후 업무를 마친 뒤 저녁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내일부터 임상시험이다. 효과가 좋을까 하는 설렘과 혹시 모를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을 동시에 느끼면서 내일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