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간판 '신경교아종', 면역요법 효과 차이 규명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 '돌연변이 위치 따라 달라져'
2019.02.18 18:06 댓글쓰기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뇌에 생기는 악성 종양을 통칭 뇌종양이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흔한 유형이 '신경교아종(神經膠芽腫·glioblastoma)'이다.


일반인에겐 낯선 병명일지 모르나 작년 8월 미국 정계 거물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생명을 앗아간 것도 일종의 신경교아종이다.


신경교아종은 암 중에도 악성으로 꼽혀 최근 주목받는 면역요법으로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다. 면역요법으로 효과를 보는 환자는 10명 중 1명꼴을 밑돈다고 한다.


그런데 면역요법 효과가 신경교아종 환자에 따라 크게 다른 이유를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이 밝혀냈다. 신경교아종 환자 가운데 면역요법을 쓰기에 적합한 사람을 미리 가려낼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17일(현지시간) 보도자료 전문매체 '유레칼러트(www.eurekalert.org)'에 따르면 이 대학 의대의 라울 라바단 교수가 주도한 이번 연구결과는 의학 저널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 온라인판에 실렸다.


지금까지 신경교아종 환자는, 종양 조직을 외과수술로 최대한 절제한 뒤 방사선과 화학 요법을 쓰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평균 생존 기간이 14개월에 그칠 만큼 예후가 극히 나빴다.


많은 다른 암도 마찬가지지만 신경교아종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면역체계의 공격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이런 암세포는 T세포(면역 림프구) 표면에 위치한 PD-1 단백질을 '체크포인트'로 이용해 면역체계에 제동을 건다. 'PD-1 억제제'는 이 제동장치를 풀어 면역체계가 재가동하게 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신경교아종 환자 66명에게 PD-1 억제제인 니보루맙(nivolumab)이나 펨브로리주맙(pembrolizumab)을 투여했다.


그런 다음 암세포와 암세포를 돕는 모든 세포를 포괄해 전반적인 '종양 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을 세밀히 관찰했다. 이들 가운데 6개월 이상 차도가 있는 환자는 17명이었다.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신경교아종은, 대식세포(면역세포의 일종)의 고도 활성화를 유도하는 PTEN 유전자에 더 많은 돌연변이가 있었다. 이렇게 되면 대식세포는 암세포의 생존과 전이를 촉진하는 상당수의 성장인자를 분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TEN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심한 암세포는 또한 서로 단단히 뭉쳐 있는 것으로 관찰됐는데, 이런 구조가 종양 조직과 종양 미세환경에 대한 면역세포의 침습을 차단할 수 있는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반면 효과를 본 신경교아종의 경우, 핵심 세포 기능의 제어를 돕는 'MAPK'라는 신경전달경로(signaling pathway)에서 많은 돌연변이가 관찰됐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같은 의대의 파비오 이와모토 교수는 "암세포의 이런 유전자 돌연변이는 PD-1 억제제를 투여하기 전에 생겼다"면서 "사전에 돌연변이가 생긴 위치를 검사하면 면역요법에 적합한 환자를 가려낼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