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 백색광 전등 쓰면 심장병 사망 위험 높아져'
美 웨스트버지니아대 연구진 보고서
2019.04.06 07:01 댓글쓰기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병원 입원실 등에서 흔히 쓰는 전등의 백색광이 뇌세포 사멸과 염증을 촉진하고 심장병 사망 위험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4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배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 의과대학의 랜디 넬슨 신경과학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저널 '익스페리멘털 뉴롤로지(Experimental Neur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먼저 여러 마리의 생쥐에 심장마비를 일으켜 뇌 산소 공급이 일시 중단되게 했다. 그런 다음 이들 생쥐를 세 그룹으로 나눠 두 그룹은 각각 희미한 적색광과 백색광 아래에, 나머지 한 그룹은 암흑 상태에 뒀다.
 

일곱 날 밤을 보내고 생쥐들의 뇌세포 건강을 살펴봤더니, 밤에 백색광을 받은 생쥐들에서 여러 가지 나쁜 결과가 나왔다.

 

백색광 아래 있던 그룹은 심장마비로 사망할 위험이 커졌지만, 적색광 아래 있던 생쥐는 암흑 상태에 있던 생쥐와 차이가 없었다.
 

또한 밤에 백색광을 받으면 기억 형성을 관장하는 뇌 해마 부위의 세포가 사멸하고 염증이 악화할 위험이 전반적으로 커졌다. 실제로 단 하룻밤만 백색광 전등 아래서 보내도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신호전달 당단백질)이 분비됐다.
 

넬슨 교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장파장 청색광을 보면 생체시계가 정확히 24시간으로 맞춰진다"라면서 "문제는 휴대전화, TV, 컴퓨터 등에서 쏟아지는 빛을 밤에 보면 밤새도록 생체시계를 혼란스럽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기에서 나오는 빛은 우리 눈에 청색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백색"이라고 말했다.


넬슨 교수는 앞서, 밤에 청색 빛에 노출되면 비만 위험이 커지고 대사장애와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의 제1 저자인 라우라 퐁켄 텍사스대 신경면역학 교수는 "병실의 전등 빛을 흰색에서 붉은색으로 바꾸기만 해도 환자의 건강에 이롭다는 걸 시사한다"라면서 "복잡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아도 다양한 질병으로 입원한 환자들의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백색광의 생리적 작용을 더 알아보기 위해 심장마비 입원 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다른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한 그룹은 나흘 밤을 연속해서 주황색 렌즈가 달린 컴퓨터 게임용 안경을 끼고 지내도록 했다. 주황색 렌즈가 청색광을 걸러내기 때문에 게임용 안경을 끼면 주변 사물이 아침에 뜨는 태양처럼 따뜻한 색조로 보인다. 다른 그룹은, 청색광과 백색광이 모두 통과하는 투명 렌즈 안경을 사용하게 했다.
 

이 실험을 통해 연구팀의 가설이 입증되면, 컴퓨터 게임용 안경이 부담 없는 비용으로 백색광 노출의 위험을 피하는 실질적 선택이 될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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