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사들도 '번아웃'…필수의료 '기피' 추세
젊은세대, 장시간 근무 관행 '반기'…"사명감으로 버티기는 옛말"
2024.11.05 08:40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의정갈등 사태를 계기로 번아웃이 일상인 필수의료 분야 의료진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젊은의사들 사이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논쟁이 일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그동안 의료계에서 불문율로 여겨졌던 장시간 근무에 대한 반감은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얘기가 아닌 전세계적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미국 윌스트리트저널(WSJ)는 최근 젊은의사들이 고된 업무 관행에 반기를 들면서 워라밸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젊은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의사들이 장시간 근무와 휴일 없는 살인적인 근무 스케줄에 시달리는 관행을 거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사협회 조사결과 의사들의 평균 근무시간은 주당 59시간에 이른다. 의사 절반 가량은 번아웃(Burnout)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과거만 하더라도 ‘사명’이라는 미명 하에 장시간 노동과 스트레스가 당연시 됐지만 최근 젊은의사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젊은의사들은 사명감 대신 다른 근로자들처럼 병가와 연차 휴가, 최소 근무시간 등의 복지를 요구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젊은의사들이 거부한 야간 응급실 근무를 위해 나이 든 의사들이 대신 투입되는 경우도 생기면서 이러한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젊은의사들의 워라밸 추구 경향이 짙어지면서 필수의료 분야 의료진 부족 현상이 초래됐고, 이번 의정갈등 사태를 계기로 그 심각성은 더해가는 형국이다.


실제 의사 커뮤니티 사이트인 인터엠디가 의사회원 147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90%가 ‘번아웃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번아웃 원인으로는 △많은 환자 수(47%) △야간근무 및 공휴일 근무(45%) △과도한 근무시간과 부족한 수면시간(44%) 등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상황은 필수의료 전공과목은 더욱 심각하다.


대한외과학회가 39개 수련병원에 근무하는 103명의 외과 전공의를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10명 중 8명은 사직을 생각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은 업무량 과다가 절대적이었다.


대한신경외과학회가 전공의 피로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8%가 주 80시간 이상 근무했으며, 1주일 평균 104시간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임의와 교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공의특별법 시행 이후 전임의(펠로우) 근무시간이 늘어나며 펠로우와 노예의 합성어인 ‘펠노예’라는 말까지 생겼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가 흉부외과 전문의를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대형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흉부외과 전문의 327명 중 51.7%는 스스로 ‘번 아웃’ 상태에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하루 평균 12.7시간 근무하고 1개월 평균 5.1일을 당직 밤샘 근무, 10.8일을 병원 외 야간 대기(온콜)로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학병원 외과과장은 “해외 학회에 나가보면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의사들에 대한 교수들의 고민이 공통적”이라며 “필수의료 기피현상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필수의료 분야를 선택하지 않는 우리나라 젊은의사들을 탓하고 사명감만을 강요할게 아니라 다각적인 유도기전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학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그나마 남아 있던 전공의들도 이번 의정갈등 사태로 모두 떠났다”며 “정부의 그릇된 판단이 최소한의 사명감 마저 앗아갔다”고 토로했다.


이어 “응급수술과 당직 등으로 평온한 일상을 포기해야 하는 진료과목 기피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며 “수가 몇 푼으로 이들의 마음을 되돌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