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초 의대정원 확대로 인한 의정사태 이후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146명 중 17명이 사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상주 당직 전문의의 당직일수는 월 평균 5.6일에서 6.2일로 상승했고, 주당 근무시간은 최대 125시간까지도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4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윤·이수진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중환자의학회가 주관한 '중증·응급환자 중심, 중환자실 진료체계 개편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홍석경 중환자의학회 기획이사(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는 학회가 금년 9월 상급종합병원 27곳, 종합병원 1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의정사태 이전에는 중환자실 인력 현황은 ▲전문의 2.13 ▲전임의 1.99 ▲전공의 2.72 ▲인턴 1.55 등의 비중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전공의·인턴이 집단사직한 이후 5월 기준으로 ▲전문의 2.39 ▲전임의 2.05 ▲전공의 0.28 ▲인턴 0.22 등의 비중으로 재편됐다. 전문의들이 90% 이상의 근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자연스레 기존에도 타 전문의 대비 높던 중환자실 전담전문의의 주당 근무시간도 늘었다.
전체 조사대상 기관에서 중환자실 전담전문의의 주당 근무시간은 62.7시간에서 의정사태 이후 78시간으로 늘었다. 상급종합병원은 60.6시간에서 76시간으로, 종합병원은 68.4시간에서 83.2시간으로 치솟았다.
주당 근무시간을 구간별로 살펴보면 의정사태 이전에는 41~50시간을 근무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그러나 현재는 71시간~80시간을 근무하는 경우가 가장 많아졌고, 10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도 급속히 늘었다. 홍석경 기획이사 설명에 따르면 많게는 125시간까지도 근무하는 전문의도 있었다.
당직도 마찬가지다. 기존 원내 상주 당직 전문의의 월 당직일수는 전체 조사기관에서 5.6일에서 6.2일로 늘었는데, 상급종합병원은 4.3일에서 6.8일로, 종합병원에서는 8.3일에서 7.3일로 변화했다.
또 이전에 '온콜' 당직자는 당직을 서지 않았지만, 현재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모두에서 한달에 5회 이상 서고 있으며 최대 많이 서는 경우는 월 15회를 서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중환자실 전문의 사직 전운···한 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다"
이처럼 업무가 가중되면서 중환자실을 떠난 전담전문의는 146명 중 17명(11.6%)다. 사직자들은 처우가 더 좋은 근처 병원 또는 대형병원 중환자실로 흡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홍석경 기획이사는 사직자 인원 자체보다는 이러한 사직 움직임이 중환자실 현장에 가져올 분위기를 더 우려했다.
그는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가속할 수밖에 없고 번아웃이 될 대로 된 상태에서 인력 충원은 안 되고, 사직서 얘기가 돌면 전문의들 스스로도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응급실에 대한 경각심을 국민들이 많이 느끼지만 병원에서 중간에 위치한 중환자실 의사 당사자들도 두려움을 상당히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환자실에 위기가 닥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코로나19를 비롯해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중환자실은 임시방편으로 확장됐다는 게 홍 기획이사 진단이다.
그는 "고난이도이며 노동 강도가 높은 중환자 진료는 상대적으로 전공의 의존도가 높다"며 "전문의 중심 진료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한 분야로, 근무환경 개선 및 전문인력 양성 지원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시설 측면에서 "위기 상황 마다 병상 확장에 급급하고, 중환자실 질 향상 및 의료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시설 계획이 전무하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계획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