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케어시대 새 의료체계 '커뮤니티 케어'
한림대 석재은 교수 '복지부 설계+공단 자금+지자체 책임' 제안
2018.06.30 06:24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올해 보건의료정책의 가장 큰 화두는 역시나 커뮤니티 케어다. 지난해 발표된 문재인 케어가 건강보험제도의 변화를 얘기하는 것이라면, 커뮤니티 케어는 의료전달체계의 한 축을 새로이 만든다는 의미가 부여된 상태다. 1~3차 종별 기준에서 벗어나 지역기반 의료시스템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국내 제도 상 커뮤니티 케어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립된 영역이 없다. 장기요양보험을 활용한 기반이 만들어지는 것인지, 지자체의 지원이 얼마나 필요한 사업인지, 예산을 어떻게 확보해야 하는 것인지 등 명확한 개념이 나오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모호한 실체를 구체화시켜야 하는 시기다. 

2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서울 코엑스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 10주년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 커뮤니티 케어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한림대학교 석재은 사회복지학과 교수[사진]가 꺼내든 ‘커뮤니티 케어 성공조건’이라는 발표였다. 그간 불명확했던 역할론 정립 등 제안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관련 부처 칸막이 없애고 협력이 성공 관건"
 

석 교수는 “책임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제도 밑그림을 설계하고 국회 및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예산을 할당해야 한다.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련 부처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처간 칸막이 해결이 우선돼야 커뮤니티 케어를 이어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건보공단은 커뮤니티 케어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지역사회 건강돌봄 통합기금’을 조성해야 한다. 커뮤니티 케어가 시행되면 건강보험이나 장기요양보험 재정 지출을 절감시킬 수 있기에 별도 자금을 투입하고 이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각 지자체는 커뮤니티 케어 정책 집행의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역 내 ‘중앙 사례관리센터’를 설립하고 전문영역별로 원할한 소통과 협력이 이뤄지도록 민관협치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람 중심의 통합적 사례관리 체계에 대해 심도있는 고민이 중요한 영역이 될 것이다. 잘 교육받고 훈련된 사회복지 인력을 확충하고 투입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참여자 간 합리적 보상체계 형성을 위해 지자체에 재량적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고 말했다.


커뮤니티 케어로 ‘주거-복지부-요양-의료’의 연결고리를 탄탄하게 조이기 위해서는 기존 ‘재가-시설-병원’ 등 전달체계의 빈틈을 없애는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내놨다.


권 교수는 “시설과 병원 그리고 재가 서비스의 중간지대를 윤활유처럼 이어주고 공백을 막아주는 형태의 의료서비스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 분야별로 역할론을 명확하게 한고 체계적 사례관리, 유연한 네트워킹, 통합재가급여 도입, 공공거점재가기관 설립 등 과제를 단계적으로 수행한다면 커뮤니티 케어가 성공적으로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네덜란드 뷔르트조르흐(Buurtzorg) 벤치마킹 가능?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이미 시행 10년이 넘어 커뮤니티 케어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네덜란드의 ‘뷔르트조르흐(Buurtzorg)’도 발표됐다.


뷔르트조르흐의 타이스 드 블록(Thijs de Blok) 아시아 고문은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커뮤니티 케어를 성공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가 소개한 뷔르트조르흐는 2007년 설립됐으며 12명의 간호사로 구성된 팀을 구성해 지역기반 ‘건강 코치’ 역할을 하고 있다. 간호사들은 근무시간의 60% 이상을 자신이 돌보는 노인 등과 직접 접촉하면서 보내는 것을 기본 수칙으로 정하고 있다.


이 모델의 특징은 국민건강보험이나 사회복지급여와 같은 공공 의료지원시스템이 아니라 건강보험 회사에서 비용이 지불되도록 고안됐다.


이는 정부가 개입하는 권한이나 제약을 축소시켰고 팀별로 의사 결정의 재량권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간호팀 내 계층구조와 전문분야를 없애고 동일한 입장에서 환자 케어를 진행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타이스 드 블록 아시아 고문은 “뷔르트조르흐는 다른 커뮤니티 케어 모델보다 연간 20% 낮은 비용, 고객 당 서비스 시간을 35.7%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통합적 사고를 기반으로 사회적 네트워크가 탄탄히 형성됐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뷔르트조르흐 모델을 일부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실질적인 효과가 검증된 모델인 만큼 벤치마킹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화제를 모으는 발표였지만 국내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렸다.


이날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정형선 위원장(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은 “네덜란드 방식과 우리의 적용 방식은 판이하게 다르다.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체계 내에서 커뮤니티 케어에 대한 설계를 진행하고 있는데 민간영역 시스템 도입 등은 국내 실정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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