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등 국시 보고 싶은데 못보는 학생들
2012.01.31 21:55 댓글쓰기
#B간호대학에 다니는 김씨를 포함한 23명은 지난 1월31일 간호사 국시를 보러 가는 친구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봐야 했다. 학교 측이 임의적으로 간호국시 모의고사 성적이 낮은 학생들, 그것도 졸업반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많은 학생에게 국시를 보지 못하게 하려고 졸업 자격을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공부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졸업자격이 모자라는 것도 아닌데 시험에 응시조차 못하는 상황이 답답하기만 했다.

#C대학 보건의료계열 학과 졸업반이 되는 윤씨는 걱정이 크다. 교수들이 올해도 100% 국시 합격 현수막을 걸 것이니, 모의고사 성적이 나쁘면 각오하라고 강력히 말하기 때문이다. 작년 졸업생들이 치른 모의고사만 십여 차례. 매번 시험을 치르는 것도 스트레스 받지만, 성적이 나빠 8년째 시험도 못 본 선배가 있다는 소문이 돌아 자신도 그 선배처럼 되는 것이 아닌지 무섭기만 하다.

보건의료계열 대학 간 합격률 경쟁이 치열해지자 일부 학교들이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혈안이 되면서, 학생들이 선의의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국시 합격률은 학교 이미지뿐만 아니라 다음 해 입학생의 합격선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인재 확보라는 측면에서 학교 경쟁력과 직접 연결되는 요소지만, 높은 합격률이란 표면적인 이미지 확보를 위해 희생당하는 학생들의 억울함은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의사 국시 합격률이 발표되면 매년 학교 측의 재수생 관리에 대한 문제가 불거져 나오는 일은 오래됐다.

올해는 모의고사 점수가 낮은 학생들의 성적을 뒤늦게 낮춰 강제로 유급시킨 일부 간호대학의 사례가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의료기사 중 합격률이 저조한 물리치료사 국시에 대한 일부 학교들의 대응도 이와 관련된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국가에서 인정한 학교에 입학한 뒤, 졸업에 필요한 요건을 충족시키기만 하면 저절로 부여되는 학생들의 보건의료계열 국시 자격을 합격률 100%에 집착하는 일부 학교들이 강제로 빼앗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국시 응시를 막을 수 있는 권한이 학교 측에 없음은 분명한 일이다.

실제 데일리메디가 수집한 사례에 따르면 국시 성적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학생들의 시험 응시를 학교가 막는 편법은 다양했다.

F 간호대학은 졸업에 필요한 모든 학점을 부여하고 난 뒤 갑자기 모의고사를 진행해 성적이 저조한 학생들의 성적을 수정했다. 이미 공지됐던 성적이 F로 바뀌었음을 안 학생들이 항의했지만, 학교 측은 “성적 정정 기간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성적과 상관없는 모의고사 점수를 반영, 졸업하지 못하게 막은 것이다.

심지어 이 대학은 학생들을 불러 ‘핚교와 상관없이 졸업과 국시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며, 이에 대해 학교 측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G 보건의료계열 대학은 매년 국시가 치러지기 전 교수가 시험을 보지 않았던 졸업생들과 재수생들을 불러 모의고사를 보게 한다. 모의고사 점수가 낮은 이들에겐 ‘올해 국시에 응시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게 한다.

J 간호대학은 학점이 부여되지 않는 사항인 졸업 논문을 통과시키지 않는 방법으로 학생들의 국시응시를 막는다. 모의고사 점수가 낮다는 이유로 정당한 졸업논문 심사를 받지 못한 학생들은 국시가 끝난 뒤 여름학기 졸업을 해야했다.

보건의료계열 J학교 관계자는 “국시를 못 보게 하는 것은 학교 측의 잘못이지만, 시험 응시를 막는 게 아니라 졸업을 유예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국시 합격률을 높이려는 방법으로 응시 자체를 하지 못하게 하는 각종 편법이 만연해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잘못된 방법으로 학생들의 정당한 권리를 빼앗는 일에 앞장서는 사람이 학생들이 믿고 따르던 교수들이란 사실이 쓴웃음을 짓게 한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학교측은 졸업유예나 졸업논문 심사 등은 학교 측의 권한이므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G간호대학 A 교수는 “다른 대학교 전부 다 이런 방식으로 똑같이 평가한다”면서 “유급결정은 학생관리의 일환”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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