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간호사는 'OK' - PA - 정부·전공의는 'NO'
전공의특별법 시행 앞두고 제도권 진입 갈등 재점화···찬반 입장 팽팽
2016.10.06 11:40 댓글쓰기

전공의특별법 시행에 따른 대안으로 PA(Physician Assistant) 법제화 논의가 또 다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병원 및 간호사, 전공의 등 의료계 내부의 시각 차는 여전히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최근 열린 국립대병원장협의회 정례회의에서는 오는 12월 시행되는 전공의특별법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전공의 등 의료인력 공백을 채우기 위한 대안으로 ‘PA 법제화’가 거론됐다.


간호계에서도 간호사 출신이 상당 수인 PA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제화할 수 있는 방향을 논의 중인 만큼 향후 제도권 진입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PA는 중환자실, 응급실, 수술실 등에서 의사를 보조하는 ‘진료지원인력’으로 간호사, 응급구조사, 물리치료사 등 직종은 다양하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병원들이 대체인력으로 고용하고 있으나, 국가공인자격을 인정해 주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PA의 의료행위에 관한 법률이나 규정이 없어 사실상 불법이다.


찬성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간호부장은 “PA를 고아처럼 내버려둘 수는 없다. 문제가 불거지면 PA는 보호받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PA가 없으면 병원이 안 돌아갈 정도다. 양성화시켜 제대로 운영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전공의들의 PA 법제화 반대 주장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그는 “전공의들이 PA법제화 반대하는 것은 모순이다. PA의 태생 배경은 전공의들의 지원 공백에 있다. 전공의들은 현실적으로 해결하지도 못하면서 안된다고만 주장하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일침했다.


이어 “PA 제도화 문제는 간호계 차원에서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병원계에서 PA 법제화를 추진하면 간호계에서도 힘을 실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병원 경영자들의 시각도 유사하다.


전공의특별법 시행으로 당직 수당 등 인건비 부담 증가는 물론 전공의들의 근무시간이 줄어들면서 공백이 커지기 때문에 만성적인 인력난 해결을 위해서는 PA 법제화가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의료현장에서의 PA 투입은 만연화돼 있는 상황이다. 해마다 인력 숫자도 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국립대병원 14곳, 지방의료원 34곳, 국립중앙의료원 등 전국 49개 공공의료기관으로부터 PA현황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25곳이 PA인력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병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PA인력은 지난 2013년 464명에서 올해 859명(국립대병원 764명, 지방의료원 77명, 국립중앙의료원 18명)으로 무려 2배 이상 늘었다.

 
상당 수 사립대병원과 전문병원 등이 조사대상에서 빠진 것을 감안하면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PA 인력이 더 많을 것이라는 추산이다.


윤소하 의원은 “불법인력을 아무런 대책도 없이 방치하는 것은 문제”라며 “공공의료인력 양성체계가 없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는 점에서 지방 국립의대 확대와 동시에 공공의사 양성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 윤종필 의원은 “PA는 이미 의료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제도가 뒷받침 못하고 있다”며 PA 합법화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반대 "땜질식 처방 불과”

하지만 전공의들 시각은 정반대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UA(Unlicensed Assistant, 무면허보조인력)로 지칭해야 한다며, PA 법제화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PA인력이 수술보조에서 최근에는 아예 의사 대신 시술 및 처치, 처방, 회진 등의 업무를 주도적으로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이다.

대전협 기동훈 회장은 "이러한 불법적 의료 관행이 지속되고 업무 범위가 확장된다면 단기적으로는 전공의들의 수련 교육 기회를 박탈해 의료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병원협회에서는 만성적 간호사 부족 문제 대안으로 간호대학 신·증설을 주장하고 있다. 병원들이 간호사를 PA로 돌려 의사 일을 시키면서, 간호사 수급 얘기를 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즉 PA는 땜질식 처방에 불과해 의료 전반에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동훈 회장은 "환자와 병원 간 명백한 계약 위반이기도 하다"며 "환자는 의사에게 수술 등 진료를 받으려고 의료비용을 지불한 것인데, PA가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환자의 권익을 해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PA는 의료인력을 해결하기 위한 편법일 뿐이다. 경영이 어렵다고 무면허 보조인력을 확대해서는 안된다"며 "일반의, 전문의를 호스피탈리스트로 추가 채용하거나 별도의 진료의사를 고용해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PA 법제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임상현장의 고충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도입에 대해서는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앞서 대한의사협회 및 대한전공의협의회와 의정협의를 통해 ‘사전합의 없이 PA 법제화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는 만큼 선뜻 제도화에 나서기 곤란한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PA 법제화는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조율이 여의치 않다”며 “충분한 협의를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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