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만족도 높아졌으나 간호사 부담 커져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안착, 간호인력 '공급 불균형' 해결 시급
2016.10.25 12:27 댓글쓰기

“간호, 간병 다 해준다면서! 병원에 돈도 냈는데 커피 좀 사올 수 있는 것 아니야?”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인천 소재 A병원에서 최근 간호사가 환자에게 들은 말이다.

해당 기관은 현재 간호간병 병동 내 병상 수를 더 늘려 운영 중이며 타 병원들도 벤치마킹하고 있는 대표적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선도 병원이다. 하지만 일부 환자의 과도한 요구가 잇따르면서 내부에서는 말 못할 고충도 늘고 있다.

“거동이 가능한 남성 환자가 여성 간호사에게 ‘같이 화장실을 가자’며 ‘환자복을 탈의해 달라’고 했다. ‘기저귀를 갈아달라, 목욕을 시켜달라’는 경우도 있어요.”

경기권 B병원 간호간병통합병동 간호사는 “간호사들이 업무 외에 사소한 심부름, 성희롱 등에 노출돼 있다”며 “법적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환자 간병비 부담은 낮추고 입원서비스의 질은 높이기 위한 취지로 시행됐다.

특히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사태 이후 병원 감염 방지와 의료환경 개선을 위한 국가방역체계 개편 과제 중 하나가 됐다.

금년 8월 기준, 국내 의료기관 중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행 중인 곳은 총 189곳(민간기관150곳, 공공기관39곳) 1만3603 병상이다.

앞서 2013년 13개 기관 1423병상, 2014년 28개 기관 2363병상으로 시작해 2015년에는 112개 기관 7443병상으로 대폭 늘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정부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로드맵은 올해 400개소, 2017년도 1000개소, 2018년에는 전체 병원으로 확대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보호자 없는 병동’에서 ‘포괄간호서비스’로, 다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라는 명칭으로 바뀌는 동안, 제도적 보완과 국민들에 대한 홍보 등이 부족했다는 불만 섞인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민국 의료환경에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킬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환자 및 의료인 모두가 만족하는 제도로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환자 시각에서 보면

최근 한 토론회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를 향한 의료현장의 불만이 쏟아졌다.

그러자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그동안 질 높은 간호간병서비스를 받았던 경험이 없습니다”라고 말문을 열며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의료현장에서 의료진들이 겪는 고충을 십분 이해하지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정착으로 가는 과도기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두고 제도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간호간병 전문가로서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실현시켜달라”고 주문했다.

다행히 새롭게 시행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를 경험한 환자의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료원 이인덕 간호부장은 ‘서울시 환자안심병원 및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운영 현황 및 성과’발표에서 “지난 2013년 보호자 없는 환자안심병동으로 시작해 현재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가장 크게 변화한 점은 현저히 높아진 환자의 만족도”라고 꼽았다.

서울의료원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동에서 퇴원한 환자 2702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96.6%가 “만족했다”고 답했다. 시민 만족도도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인 2012년 86.0%에서 2015년 93.2점으로 7.2점이 올랐다. 

또한 전문간호인력이 환자를 돌보면서 낙상률이 60%가 줄었고, 욕창 발생률도 25%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하대병원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환자 만족도 조사 역시 병실환경, 담당간호사와 간호보조 인력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높은 평가가 이어졌다.

그러나 환자안전 측면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간호간병 통합 병동 내 환자가 실제 간호를 받는 시간은 사실상 하루 40분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는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조성현 교수가 6월 21일부터 7월 21일까지 한 달 간 상급종합병원 3곳, 종합병원 2곳(423개 병상)의 환자 804명을 담당하는 간호사 245명(3교대, 간호관리자 포함)을 직접 관찰 조사한 결과였다.

간호인력 근무조 당 8시간 근무한다고 가정했을 때, 근무조 별 1인당 담당 환자 수는 9.8명, 환자 1인당 일평균 간호시간은 2.45시간이었다. 간호보조인력의 경우 1인당 77명, 하루 0.31시간이었다.

그러나 간호사들의 실제 근무시간은 이보다 많은 일평균 9시간 53분, 간호보조인력은 8시간 7분이었다. 이를 반영해 다시 계산하면 근무조별 1인당 환자수는 8명, 간호보조인력 75.8명이며 환자 1인당 일평균 간호시간은 3.01, 간호보조인력 0.32시간으로 늘어났다.

하루 중 간호사가 병실에 있는 시간은 평균 2.9시간으로 전체 근무시간의 30.8% 수준이었다. 병실 출입횟수는 41회로, 약 14분에 한 번 꼴이었다.

이를 개별 환자 입장에서 보면, 간호사가 병실에 머문 시간은 하루에 40여분 수준이라는 계산이다.

조성현 교수는 “간호사가 병실에 많이 체류하고 싶어도, 여러 업무 때문에 병실에서는 전체 근무시간의 30% 정도만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간호사들이 업무 부담으로 시간이 부족할 경우 기본적인 간호서비스도 잘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 “간호인력 배치수준이 낮으면 환자에게 필요한 간호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결국 환자는 사망에 이르게 되는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환자 안전을 위해서도 충분한 ‘간호인력 투입’이 핵심이라는 얘기다.
 

■간호사 입장에서 보면

간호인력의 충분한 배치는 환자뿐만 아니라 현장 간호사들의 핵심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대한간호협회 김옥수 회장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 간호사가 과도하게 쏠려있어 지방 중소병원은 간호사 인력난이 심각하다. 현재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되고 있는데 간호사 인력 확보 없이는 제대로 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서울대 조성현 교수가 간호관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간호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적정인력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업무량 증가 ▲보호자 부재 시 발생한 사고에 대한 법적책임 문제 ▲부적절하고 무리한 환자요구나 신체적 접촉 증가 ▲현재 하지 않는 간병수행으로 인한 자존감 저하 등이 우려사항으로 꼽혔다.

또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중증환자 비율이 타 병원에 비해 높기 때문에, 간호사 등 의료진의 업무부담이 이미 상당한 상황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행을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민송희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부위원장은 “간호사 배치기준에 따라 간호사 1명당 환자 5명(1:5)으로 적용시켰을 때 거동이 불편한 성인환자 여러명이 위생과 편의를 요구한다고 가정해보면, 간호인력 1명이 동시에 성인환자를 감당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이더라도 중증도에 따라 간호인력 배치기준에 따른 실현 가능성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병원간호사회 박영우 회장은 “지난해 간호·간병료가 40%가량 인상됐지만 간호관리료 제도 자체의 한계로 지방 중소병원에 유인책이 되지 않는다”면서 “현재 인건비를 약 50% 밖에 보전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간호관리료 차등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 의료기관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시행을 앞두고, 만성적 간호사 부족 문제를 두고 국가와 병원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간호계는 간호사들의 근무조건 개선, 간호 관련 수가 인상, 간호 인력 지원 체계 구축 등을 주요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병원과 정부의 시각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 소재 중소병원 기조실장 김 모씨는 “간호사 채용을 위해 매년 전쟁을 치른다.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늘어나지 않고 정체돼있는 마당에 근무조건을 거듭 개선해왔다. 병원들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간호사들은 또 그만두거나 대형병원으로 달아난다”고 토로했다.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전공의 강 모 씨는 “대학 입시 및 대기업입사 경쟁률 등이 보여주듯 어느 직종마다 인기있는 직장,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추구하는 현상이 있다. 간호사들의 대형병원 선호 현상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병원에서 당장 일할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인력을 절대적으로 더 늘려야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도 대안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간호계 주장처럼 한정된 재원 안에서 수가를 늘리고 국가 차원에서 간호인력을 관리해 지방 및 중소병원과 대형병원의 수급 균형을 맞추자는 대안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간호대 정원 증원 이견

간호계는 ‘앞서 정부가 대안으로 간호대 정원을 늘렸으나 결국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간호사 쏠림 현상은 해결되지 않았으며 교육의 질적 문제를 남겼다’는 입장이다. 반면, 병원계는 ‘간호사 정원 확대가 당분간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정책위원장은 “현재 배출되는 간호인력은 2018년까지 중소병원의 인력 수급에 필요한 정도에 불과하다. 매년 2만명씩 간호사가 배출돼 올해는 1만4000~1만5000명이 병원에 취업했다. 중소병원에 필요한 간호사 수는 6만5000명이며, 이중 3만명이라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면서 “향후 2년간 대학에서 간호대생을 늘려 배출해 주지 않으면 간호수급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심각한 가뭄으로 논바닥이 쩍쩍 갈라져있는데 이를 해결하려면 물을 더 많이 부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빠른 시일내에 간호사를 양성하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간호인력을 보완할 간호보완인력을 만드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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