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데 서비스 나쁘고 의사도 마음에 안들어
환자, 간호사에 화풀이 다반사···상처받은 간호사들 '진심 속인 표면행위'
2016.06.30 06:00 댓글쓰기

‘미소와 친절’이라는 페르소나(Persona·가면)를 쓰고 일하는 병원 간호사들. 하지만 가면 뒤 숨겨진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국내 병원 간호사들이 실제감정과 일치한 상태에서 하는 ‘진심행위’보다는 불쾌감과 분노, 자존감 저하, 직업에 대한 회의감 등을 억누르며 감정불일치 상태의 ‘표면행위’를 더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노동이란, 업무수행에서 개인의 감정을 통제하거나 조직에서 요구하는 감정표현 규칙을 준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감정노동이 깊을수록 스트레스 정도가 더 크다고 알려졌다.

29일 서울 건국대학교병원에서 열린 병원간호사회 연구결과 발표회에서 임상간호사 감정노동 경험과 현황을 조사 분석한 ‘병원간호사의 감정노동에 관한 연구’가 소개됐다.

 

책임연구원인 중앙대학교 적십자간호대학 염영희 교수는 “표면행위란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표현된 감정과 자신의 실제 감정이 다를 경우, 경험하는 감정의 불일치를 의미하는데 이번 조사를 통해 간호사는 진심 즉 진실행위보다는 감정노동, 표면행위를 더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앞서 연구팀은 서울·인천·경기 소재 15개 병원, 부산·대구·경남 소재 11개 병원, 대전·충청·강원 소재 8개 병원, 광주·전라·제주 소재 8개 병원 등 총 42개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임상간호사 143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분석대상 간호사 1316명 가운데 1287명, 즉 97.9%가 감정노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년 동안 평균 82.1회, 한달 동안 평균 9.6회 감정노동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정노동을 겪게 한 대상자는 ‘환자’라는 응답이 82%로 가장 많았고 이어 ‘보호자’(77.9%), ‘의사’(57.5%), ‘직속상사’(23.6%), ‘동료 간호사'(22.2%) 순이었다.

 

간호사들이 감정노동을 겪는 요인 중 1위는 ‘바쁜 업무환경으로 환자나 보호자, 의사 또는 상사 등 대상자의 요구를 즉각 충족시켜주지 못해서’였다.


이어 2위는 ‘환자나 보호자가 질병과 관련된 신체적, 정서적 고통을 간호사에게 화풀이하기 때문에’, 3위 ‘의료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간호사에게 화풀이하고 싶어서’, 4위는 ‘의사에 대한 불만을 간호사에게 화풀이하고 싶어서’ 등으로 조사됐다.


다시 말해 간호사들이 환자나 보호자, 의사의 화풀이 대상이 될 때 감정노동에 따른 부정적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볼 수 있다.


또 ‘병원 등에서 감정노동 대처방법에 대해 교육받은 경험이 있는 간호사와 경험이 없는 간호사 비율은 각각 51.8%와 48.2%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교육이 예방 및 대처에 실제 도움이 된다는 답은 33.7%에 불과했다. 간호사들은 그냥 ‘참거나 동료 또는 친구에게 이야기하기. 체념하거나 무시하는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염영희 교수는 “도움이 안된다는 답변이 66.3%로 훨씬 높았다. 이에 따라 감정노동에 관한 교육방법 및 관리 방식에서 개선, 강화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연령이 낮을수록 표면행위, 소진, 신체적 불편, 우울감이 증가했다. 미혼인 간호사가 기혼인 간호사보다 더 많이 감정노동에 따른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근무형태 별로는 3교대인 경우, 연간 수입별로는 연봉 5000만원 이상자 보다 2000~3000만원대와 3000~4000만원대 간호사의 감정노동에 따른 부정적 작용이 더 크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간호사 근무환경의 개선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염영희 교수는 “간호사의 감정노동을 줄이기 위해서는 업무환경이 개선돼야 한다. 전반적인 간호인력 확충이 우선돼야한다”며 “조직적 맥락에서 간호전문직의 감정노동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번 조사에서 가족이나 동료 지지에 비해 상사의 지지가 많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사를 위한 리더십 프포그램에 상사 지지를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포함돼야 하며, 다양한 유형의 근무제도를 적극 운영할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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