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심사 넘지 못한 복지부 간호인력개편안
10일 규제개혁위원회 회의록 공개 '복지부 문제의식에는 공감 · 해결방안은 미흡'
2015.11.10 20:00 댓글쓰기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을 일으켰던 보건복지부의 ‘간호인력개편안’이 규제개혁 심사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는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56회 규제개혁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했다.

 

이날 회의에는 서동원 규제개혁위원회 공동위원장과 민간위원 9명, 국무조정실과 법제처 등 정부위원 2명 등 총 12명의 위원이 보건복지부의 의료법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규개위는 심의결과에 대해 “보건복지부의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 해결방안이 미흡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충분한 협의와 검토를 위해 ‘계속심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간호조무사의 명칭변경 및 1,2급 구분의 영향, 2년제 전문대학 출신의 간호지원사에 대한 차등적 대우가 필요한지 여부 및 3단계 간호인력체계 등 해외사례에 대한 객관적 검토가 미흡하며 ▲1급 면허제도 도입의 규제적 성격을 고려할 때 타당성을 신중하게 검토해야한다는 게 규개위 판단의 주요 이유다.

 

규제개혁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보건복지부가 다시 심사를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년제 간호학제 신설’은 앞서 2012년 규개위에서 결정된 사항으로 이번 심의에서 논의대상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규제개혁위는 예비심사에서 보건복지부의 의료법개정안을 ‘중요규제’로 의결했다. 중요규제로 분류되면 위원회에 상정돼 심의·의결을 거친 뒤 본격적인 재·개정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 규개위, 긍정론·부정론 엇갈린 판단…복지부 원론적인 답변

 

보건복지부의 의료법개정안은 ‘간호조무사’명칭을 ‘간호지원사’로 변경하고, 1급간호조무사(간호지원사)를 신설해 현행 간호인력체계를 3등급으로 개편하는 내용을 주요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규개위 내부 의견은 긍정론과 부정론으로 엇갈렸다.

 

우선, ‘고령화시대로 접어들면서 병원에서 간호인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므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 중간공백을 메울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위원은 “간호조무사 면허제도 도입은 심각한 규제”라며 “기존 간호조무사를 2급으로 낮추는 것은 상대적 지위 격하로 사회적으로 요인될 수 없고, 외국과 같이 간호 경험 축적을 통해 3단계에서 1단계로 올라갈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반면, 우려섞인 부정적 목소리도 많았다.

 

‘병원이나 대형병원에서도 간호사가 1급 간호조무사(간호지원사)로 대체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4년제는 간호사 ▲2년제는 1급 간호지원사, ▲학원 등 졸업자는 2급 간호지원사로 학력을 통해 구분짓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다.

 

한 위원은 "'1급 간호조무사'를 신설하기보다는 간호조무사가 간호사로 상승할 수 있는 사다리를 제도로 마련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다른 위원은 “(복지부가 예로 든) 미국과 일본의 경우 3번째 단계는 간병인이지 간호조무사 인력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현재도 간호대학 졸업자가 현장실습하기 어려운데 전문대학 졸업자에 대한 현장실습 등은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한 위원은 “복지부의 의료법개정안이 불안전하고 전체적으로 이해관계자 협의도 불충분하다”며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이번 개정안은 숙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를 향한 날선 질문도 있었다. 한 위원은 “대다수 이해관계자가 의료법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의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다소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복지부 관계자는 “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간호조무사 인력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기 위한 개편”이라고 답했다.

 

■ 복지부 "1급, 입원환자에 대한 낮은수준의 간호· 2급, 의사 아래 진료보조 업무"

 

보건복지부의 의료법개정안에 따르면, 간호지원사가 되려면 보건복지부가 평가·인정한 교육기관을 졸업하고 1급(면허)/2급(자격) 간호지원사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현행 간호조무사는 일괄 2급으로 전환되며 일정 요건을 갖춰야 1급 면허를 취득할 수 있게 된다.

 

또 간호사는 간호지원사(간호조무사)를 지도감독하고, 간호지원사는 간호사의 지도 하에 간호 업무를 보조하게 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복지부 관계자는 “전문대학과 간호학원 등에서 배출된 인력을 1급과 2급으로 구분하되, 1급은 병동에서 입원환자에 대한 낮은 수준의 간호를 하고 2급은 현재와 같이 의원급에서 의사 등의 지도 아래 진료 보조 업무를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간호사 인력으로 충원된 서울소재 병원이나 대형병원에서 간호사 대신 1급 간호조무사(간호지원사)가 채용될 경우 의료의 질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1급 간호지원사가 간호사를 대체한다고 해서 간호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 없다는 판단"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간호사가 해야 하는 업무를 명확히 구분·규정하므로 위임 불가능한 업무에 대해서는 1급 간호지원사가 간호사 업무를 대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의료용어에 대한 소통 문제 등 현실적으로 간호조무사가 입원실에서 일하기 쉽지 않다. 1,2급으로 구분하는 이유는 전문대학 2년과정을 거친 뒤 입원실에서 간호보조를 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호사 대체인력으로 1급 간호지원사를 공급할 경우, 간호지원사는 환자가 누워있는 위치를 변경하거나 간호사 지시에 따라 하는 업무 등을 하는 것으로 고려하고 있다”면서 “어느 정도 수준의 간호가 일요한지 평가하는 것은 간호사가 하고, 위험도가 떨어지는 업무는 간호조무사가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학원은 10개월, 전문대학은 2년의 교육과정을 수료해 교육기간 차이가 있으므로 교육기관과 내용에 맞는 업무와 자격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복지부 판단”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간호사와 간호대 학생들은 이날 규개위 회의에 맞춰 서울역에서 집회까지 벌이며 '2년제 간호학제 신설' 즉, 전문대에서도 간호조무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하는 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맞서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전국 간호조무사대표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결의대회를 열고 2년제 간호학제 신설 조항 사수’에 대한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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