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염없이 기다리는 간호사들 왜?
병원계, ‘웨이팅’ 문제 심화…중소병원 속앓이 ‘끙끙’
2015.08.24 20:00 댓글쓰기

“벌써 1년이 넘었어요. 하염없는 기다림에 지치지만 단념할 수는 없네요. 먹고는 살아야 하기에 고육지책으로 이 곳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간호대학 4학년 여름방학 중이던 2014년 7월. 병원으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았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형병원 합격 소식에 친구들의 부러움도 한 몸에 샀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A씨는 대형병원이 아닌 지방의 한 동네의원에서 일하고 있다. 그동안 A씨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A씨는 일명 ‘웨이팅(Waiting) 간호사’다. 말 그대로 대기 중인 상태다. 수도권 대형병원에 합격하고도 부름을 받지 못해 기다리는 상황이다.

 

최근 병원계에 A씨와 같은 ‘웨이팅 간호사’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수 개월로 시작된 대기시간이 1년, 2년으로 장기화 되면서 다양한 부작용을 양산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웨이팅 간호사’는 병원계에서 관행화 된지 오래다. 대형병원들의 간호사 수요 급증과 예비간호사들의 대형병원 선호가 맞물리며 빚어진 현상이다.

 

수도권 대형병원들은 새내기 간호국시 합격자들을 대거 채용한 후 ‘대기’를 걸어 놓고 인력 상황에 맞춰 필요한 인력만 취업시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결국 대형병원 합격 통보를 받은 간호사들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채용시점을 마냥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돼 버린다.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상당수 간호사들이 중소병원 등에 취업하지만 언제든 대형병원의 부름이 있으면 사직서를 던지는 탓에 중소병원들의 고충이 크다.

 

간호사들은 급여나 근무여건 등 처우 면에서도 월등한 수준이 보장되고, 무엇보다 일반인으로 치면 대기업 입사 기회를 쉽사리 포기할 수 없다며 ‘웨이팅’을 마다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2007년 간호등급제 도입 이후 더욱 심화됐다. 간호인력 확보율이 경영과 직결되면서 일선 병원들의 간호사 채용 경쟁이 벌어진 탓이다.

 

상대적으로 예비간호사들의 선호도가 높은 수도권 대형병원들은 무난히 간호인력을 확보했지만 중소병원들은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려야 했다.

 

실제 간호등급제 시행 이후 전체 대상 병원 80% 이상이 기본 등급 이하로 분류돼 삭감 패널티를 받아야 했지만 수도권 대형병원들은 오히려 인센티브 혜택을 입었다.

 

특히 웨이팅 간호사들이 중소병원에 잠깐 머무르다 대형병원으로 옮기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중소병원들의 간호인력 구인난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한 중소병원 원장은 “대형병원들이 간호사를 싹쓸이 해 가면서 중소병원들은 간호인력난 늪에 빠질 수 밖에 없다”며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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