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눈물로 쓴 메르스 70일 여정
서울시간호사회, 2일 환자 간호사례 공유…'사명감으로 버텼다'
2015.09.02 20:00 댓글쓰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 환자를 가장 근거리에서 돌본 간호사들의 감동 스토리를 공유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서울시간호사회는 2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메르스 70일간의 여정’이라는 주제로 간호정책 수립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사진]

 

이날 세미나에서는 메르스로 비상체계에 돌입했던 병원들의 간호사례가 소개됐다.

 

참석자들은 갑작스러운 감염병 발생 사태에서 간호사들에게 모든 업무가 집중되는 문제점과 메르스 환자 치료에 따르는 감정노동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투석실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던 강동경희대병원 김숙녕 간호본부장은 “투석환자 103명이 메르스에 노출되면서 간호사들은 500여명에 달하는 입원환자 퇴원을 단 이틀 만에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전했다.

 

국가지정 격리병동인 서울의료원 간호사들 역시 외부와 격리돼 매끼 식사를 일회용 도시락으로 해결하며 환자들을 돌봤다고 토로했다.

 

최우영 파트장은 “복도와 분리된 간호사 스테이션에서 유리문에 메모를 적으며 의사소통을 했고, 물품 전달을 위한 Pass box 아이디어도 간호사들이 직접 제안했다”며 “메르스 발생 이후부터 마지막 환자가 퇴원하기까지 간호사들은 환자들과 함께 격리돼 사투를 벌였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환자간호 외에 감염관리를 위한 환경소독 등도 간호사들의 몫으로 떠밀렸다.

 

강동성심병원 이순규 간호부장은 “간호사들이 환경소독을 위해 2시간 마다 투입됐다”며 “앞으로도 신종감염병 사태는 발생할 수 있는데 환경관리 업무를 간호사들에게 모두 맡기기 보다 별도 인력을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서북병원 박정민 간호사 역시 “환경미화원 등의 인력들에게 아무리 교육을 시행해도 환자 곁에는 가지 않겠다고 해서 간호사들이 투입돼 땀범벅이 된 채로 환경소독을 했다”고 전했다.

 

간호사들은 환자 불편함과 전염병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에 고통을 받았지만 격리된 환자들의 보호자로서 보람도 느꼈다고 소회를 전했다.


김숙녀 본부장은 “간호사 자녀 등교 금지령에 집에도 못가고 고시원에서 잠을 자는 경우도 있었다”며 “병원 내 타부서에서도 간호사들을 기피하는 등 지쳐가는 간호사들의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이순규 간호부장 역시 “환자들이 격리된 상태로 지내며 느끼는 불편함을 간호사들에게 표출하기도 했다. 어린 간호사들은 환자들의 가시 돋친 말이나 행동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회상했다.

 

서울시 서북병원 박정민 간호사도 “햄버거 심부름은 물론 환자들에게 믹스커피도 대접했다”며 “퇴원하면서 커피로 메르스를 이겨냈다고 고마움을 전하는 환자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이 메르스 최전선에서 싸운 간호사들의 노고에 대해 서울시간호사회 김소선 회장은 “현장에서 간호사들이 누구보다도 고생을 많이 했다”고 격려했다.

 

김 회장은 “메르스 사태에서 봤듯이 환자간호에 있어서는 숙련된 간호사들이 절실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경력 많은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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