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결연히 맞서는 간호 전사(戰士)들'
허정희 국립중앙의료원 간호부장
2015.06.21 20:00 댓글쓰기

지금으로부터 한달 전인 지난 5월 20일 오전 7시35분. 국립중앙의료원(이하 NMC) 간호부 허정희 간호부장[사진]은 ‘전시상황’을 선포했다.


국내 첫 번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병원에 입원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환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돌봐야 하는 간호사들은 국내서 처음 발생한 감염병 앞에 엄습해오는 긴장감과 두려움을 떨쳐내야 했다.


NMC 소속 300여명의 간호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허정희 간호부장은 “오늘로 33일째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간호사들은 의연함과 책임감으로 두려움을 극복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감사함 앞서 미안함과 안쓰러움 더 커"

허 간호부장은 21일 데일리메디와 인터뷰를 통해 현장의 간호사들 모습을 전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지친 기색보다도 메르스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간호사들에 대한 고마움과 안쓰러움이 묻어났다.


허정희 간호부장은 “지난 5일 NMC가 중앙거점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간호사들의 자원여부를 조사했었다”며 “임산부, 수유부, 기저질환, 현재 질병이 있는 간호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메르스 환자를 간호하겠다고 했을 때 정말 놀랍고 고마웠다”고 전했다.


허 간호부장은 “한 달이 넘어가며 모두가 지친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병원의 주인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간호부장으로서 고마운 마음이 들지만 미안함과 안쓰러움이 더 앞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 역시도 첫 번째 환자가 들어온 이후 하루도 휴일 없이 병원에서 쪽잠을 자며 근무해 왔고 이 같은 상황은 NMC 간호사들 역시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허정희 간호부장은 “3교대 근무 자체도 힘든데 지금은 발열,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간호사가 생기면 바로 다른 간호사가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모두가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Level C 등급의 무거운 보호복을 입고 중한 장비를 다루며 갇힌 공간에서 환자 곁을 지키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현재 간호부는 24시간 교대로 인력팀·물류및외래팀·병동운영팀·실무대응팀·교육연구팀 등 5개 팀으로 나눠 운영되고 있다. 메르스 환자만을 돌보는 상황에 간호부 역시 발 빠르게 대응하고자 조직을 개편한 것이다.


허 간호부장은 “중환자를 돌보는 병동간호팀의 경우 PAPR(전동식호흡장치)를 입고 병실에 들어서는데 한번 투입되면 3시간 이상 간호를 하게 된다”며 “환자 간호에 집중하다보면 PAPR 베터리가 방전되고 나서야 시간이 지나간 줄 알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가까이 오지 말라는 주변 농담에 상처"


무엇보다 간호사들은 환자들이 가족과도 격리된 상태다보니 병실 안에서 보호자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그는 “간호사들이 가장 힘든 부분은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고 악화되는 모습을 지켜볼 때라고 한다”라며 “보호자들이 격리된 상태에서 환자가 사망하면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가족 누구도 지켜주지 못하는 데 그 분의 쓸쓸한 죽음에 안타까움을 감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환자간호 이외에도 긴박하게 돌아가는 병동상황에 차질이 생기지 않게 원활한 물류공급,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환경관리 등도 모두 간호사들의 몫이다.


그러나 과도한 업무보다도 이들을 더 괴롭히는 것은 주위의 잘못된 편견과 시선이다. 메르스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가 커지다보니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을 꺼려하는 분위기 탓이다.


허정희 간호부장은 “엄마가 국립중앙의료원 간호사라는 이유로 아이가 학교에서 예의주시자로 취급받고 있다”며 “집에 갈 수 없어 기숙사에서 지내는 간호사의 얘기를 듣기도 했다”고 전했다.


허 간호부장은 “이외에도 지인으로부터 가까이 오지 말라는 농담을 듣거나 NMC 소속이라는 이유로 정기적으로 나가던 기관회의에 참석을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받기도 한다”며 “우리 간호사들을 바라보는 이런 시선들이 서운하기도 하고 가장 가슴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이 같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힘이 되는 순간들도 있다. 병실에 누워있는 중환자의 보호자가 쓴 감사의 편지가 간호사실에 도착하거나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는 환자의 인사를 접할 때다.


허정희 간호부장은 “메르스 환자를 간호하고 있다는 데 보람을 찾기도 한다”며 “중앙거점의료기관 역할인 확진환자, 의심환자에 대한 집중치료, 진료 가이드라인 개발, 지역거점의료기관 지원 등을 긴박하게 수행하는 우리원의 일원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우리 간호사를 비롯한 직원들은 이번 경험으로 더 성장해 향후 더욱 의연하고 질 높은 간호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추후 계속 발생되는 신종 감염병 등에 대한 구체적 진료지침마련 등 대책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NMC가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 및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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