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등 여성인력 많은 병원들 '막막해요'
현실 외면 '임신부 단축근무' 시행 불구 눈치만…중소병원은 설상가상
2014.10.06 20:00 댓글쓰기

정부가 여성 근로자의 출산권 보장을 위해 임신부 단축 근무제를 도입했지만 병원계에 안착되기까지는 적잖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산업군에 비해 여성인력 비율이 월등히 높은 점을 감안하면 제도의 최대 수혜지가 돼야 함에도 실상은 이를 뒷받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달 25일부터 근로기준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임신한 여성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하루 2시간 단축하는 제도 시행에 들어갔다.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 해당하는 임신부 근로자는 종전과 같이 임금을 보장 받으면서 2시간 내에서 자율적으로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됐다.

 

해당 근로자는 근무시간 단축 개시 3일 전까지 사용기간 등을 적은 문서와 의사의 진단서를 사용자에게 제출하면 사업주는 이를 의무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만약 사업자가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함으로써 임신부 근로자들의 출산권을 제도권 내에서 보장키로 했다.

 

하지만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무기록사 등 여성 인력 비중이 높은 일선 병원들의 경우 아직까지 이 제도가 정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이 제도의 적용 대상인 전국 300인 이상 주요 대학병원들의 상황을 확인할 결과 근무시간 단축 신청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는 보수적인 병원 인력운용 문화와 대체인력 부족 등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특히 병원인력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간호직의 경우 3교대(일부 건강검진, 외래 제외) 근무체계 내에서 2시간 단축제를 활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게 일선 직원들의 반응이다.

 

한 대학병원 간호사는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는 3교대의 경우 2시간을 줄여 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동료들에게 미안해서도 신청하지 못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간호사는 “2시간 단축제 취지는 좋지만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아직 요원한 얘기”라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의 문제”라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측은 제도 도입 과정에서 병원산업의 특수성까지는 고려하지 않았음을 인정하면서도 일단 제도가 시행된 이상 예외는 둘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제도 시행 이후 간호사 3교대의 특수성에 대한 문의와 항의가 있었다”며 “하지만 현 시점에서 예외를 적용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에는 사용자의 대체인력 보완 의지가 문제”라며 “여성 근로자 출산권 보호를 위해 병원장 등 사용자가 인력운용의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중소병원이다. 30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2016년 3월 25부터 이 제도가 적용되지만 정작 일선 병원과 직원들의 경우 난색을 표하는 모습이다.

 

현재도 인건비 비중이 50%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임신부 근로시간 단축제 시행을 위한 추가 인력 투입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한 중소병원 원장은 "간호사를 구하고 싶어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을 추가하라는 제도에 어떻게 순응해야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 병원 간호사도 "이 분위기에서 2시간 근무단축을 신청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병원 사정을 뻔히 아는 상황에서 나 편하자고 추가 인력 투입을 요구하기는 솔직히 어렵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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