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감 결여 '병원 일자리' 창출
2014.10.19 20:00 댓글쓰기

[수첩]영리병원, 원격의료 등 정부 정책을 둘러싸고 연일 의료계가 시끄럽다.

 

어떤 정책이든 반대 주장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유독 의료정책에 거센 논란이 이어지는 것은 생명을 다루는 특수성 때문이다.

 

임상현실과 전문성을 고려하기 위해 정부 역시 의료정책을 발표하기 전에는 정책파트너로서 의료계와 수 차례 회의를 거치거나 자문을 구하는게 통상적이다.

 

그러나 최근 열린 경제장관회의 결과는 이러한 통상에 어긋나 보인다.

 

이 회의에서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적합 직무 20개 중 하나로 간호사를 꼽았다. 여성인력의 사회활동 독려 차원이라지만 의료계는 마뜩치 않은 눈치다.

 

올 연말까지 범부처적으로 3000개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 아래 보건복지부는 간호사를 비롯한 사회복지사, 돌봄서비스 종사자 등의 분야에 300개 일자리를 마련해야 하는 할당 몫까지 생겼다.

 

앞서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시간제일자리를 고용창출 방안으로 간호사를 언급할 때부터 환자안전이 위협 받을 수 있고 3교대가 일반적인 근무형태에서는 현실적으로 도입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당장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 해당하는 경우 근무시간을 2시간 내에서 줄일 수 있다는 ‘임신부 단축 근무제’ 역시 인력이 빠듯한 간호사 업무에서는 유명무실하다는게 현장의 목소리다.

 

또한 시간제일자리로 고용된 간호사가 고용 안정성에서 위협을 받지 않고 환자를 책임감 있게 돌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서울 한 국립병원에서는 임신한 비정규직 간호사가 정규직 전환 3개월을 앞두고 해고됐다가 수 차례의 탄원 끝에 복직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보건노조 관계자는 “벌써부터 병원에서는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멀쩡한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 시간제로 나누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간호사가 과연 환자를 책임감 있게 돌보고 숙련도를 쌓을 수 있겠는가“라고 토로했다.

 

특히 노조가 있는 큰 병원들은 시간제일자리에 관심이 있어도 시도하기 힘들고, 복지혜택이나 인사규정이 미약한 작은 규모의 병원부터 시간제일자리가 생겨난다면 ‘나쁜 일자리’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물론 정부 바람대로 의료계는 고용창출이 용이한 분야다. 그러나 고용률을 한 자릿수 올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간호사들의 안정된 근무환경에 따른 환자안전이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앞서 병원 현장에서 시간제 일자리 간호사가 맡게 될 역할과 이들의 업무환경이 환자에 대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지, 업무 숙련도를 쌓을 수 있는지 등을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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