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강화 목소리 높지만 공공병원 간호 '절박'
근무환경 악화 간호사 2명 중 1명 떠나…상식 수준 벗어난 환자들도 문제
2014.01.17 20:00 댓글쓰기

강도 높은 근무환경은 간호사의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돼 왔지만, 서울시 공공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들의 상황은 더욱 절박하다.

 

한명희 서울시의원과 보건의료노조,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17일 서울시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서울시 공공병원 노동조건 개선과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나온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먼저 최근까지 임상에서 간호사로 활동한 보건의료노조 이민화 동부병원지부장은 "간호사들의 근무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은 너무 잘 알려져 있지만, 시립병원과 같은 공공병원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이민화 지부장은 "공공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취약계층이 대부분인데 이들은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가 있더라도 옆에서 간병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경우가 많다"며 "현재 정부가  보호자 없는 병동 시범사업을 하는데, 우리 병원은 당초부터 간호사들이 환자의 모든 요구와 간호서비스를 도맡아 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공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태도 역시 간호사의 감정노동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 지부장은 "입원 중 술을 마시고 난동을 부리는 환자는 애교수준"이라며 "도를 넘는 행동을 하는 환자를 강제퇴원시키거나 일정기간 동안 재입원을 못하게 한다는 원칙을 내세워도 우리 병원이 아니면 받아줄 곳이 없어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립병원이라는 이유로 '집에 보일러가 고장 났으니 며칠 입원하겠다'고 당당히 요구하는 환자들도 있다"며 "이런 요구를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서울시 민원센터를 통해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기도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공공병원 간호사 정원 모집 융통성 있는 제도 시급"

 

근무환경이 이렇다 보니 병원을 떠나겠다는 간호사들이 줄을 섰다. 이 지부장은 "이직률이 47%에 달한다"며 "1년 내내 간호사들이 그만두고 새로 뽑고를 반복하고 있다. 신규 간호사를 바로 임상에 투입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남아있는 간호사들 업무는 점점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간호사들의 잦은 이직은 병원 경영 측면에서도 득이 안 된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서울 북부병원 권용진 의료원장은 "제발 간호사 정원을 융통성 있게 늘려달라"고 호소했다.

 

권 원장은 “부임한 이래 간호사 정원을 80명에서 82명, 최근 87명으로까지 힘들게 늘렸다. 그러나 지금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는 모두 77명”이라고 밝혔다.

 

11명의 간호사가 출산·육아휴직을 떠난 병원은 1년 계약직으로 간호사를 모집했지만 충원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병원 내에서 가장 근무강도가 낮은 부서만을 충원직으로 돌려봤지만 이 마저도 소용없었다는 것이 권 원장의 설명이다.

 

권 원장은 "육아휴직을 떠난 간호사 자리는 1년 계약직으로 뽑을 수밖에 없는데 누가 불안정한 자리에 오고 싶어하겠느냐"며 "간호사 정원을 대체인력 등을 고려해 최소 5% 정도 유동성을 가지고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