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는 물론 의사·환자 무례함에 서글픈 '간호사'
목포대 연구팀 조사, 언니·아가씨 등 저급한 호칭 사용 여전
2014.02.11 20:00 댓글쓰기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선배 간호사를 비롯해 의사, 환자 등으로부터 겪는 심적 고통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목포대학교 간호학과 김세영 교수 등 연구팀은 최근 ‘간호사들이 근무지에서 경험하는 무례함에 대한 연구’ 결과를 대한간호학회지 4호에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8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서 평균 3년 10개월 이상 일반병동과 수술실 간호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7명의 간호사들을 면담한 것이다.

 

먼저 이들은 선배 간호사 및 상사로부터 부당하게 과도한 질책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토로했다.

 

상사나 선배의 개인적 감정에 따라 사소한 일을 덮어주기보다는 표정이 안 좋으면 ‘싸가지가 없다’, ‘머리가 커졌다’는 혹평을 듣기도 한다는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한 간호사는 “정말 사소한 맞춤법에도 문제제기(태클)를 하는 등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아 이 사람이 지금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잡는구나’라고 느꼈다”고 답했다.

 

학벌 등을 내세운 인신공격도 이어졌다. 연구에 참여한 또 다른 간호사는 “야 너 이거 약어가 뭐야, 학교 어디 나왔니 너희 학교는 그렇게 가르치느냐”라는 질책을 당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한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전문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도 곤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환자나 보호자가 간호사를 부를 때 ‘언니’, ‘아가씨’ 등의 저급한 호칭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한 간호사는 “술 취한 남자 환자가 언니, 아가씨라고 부르면 그 사람이 나를 이상하게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간호사 역시 “이상한 억양으로 부르는 ‘언니’라는 호칭은 못 참겠다”며 “아직도 간호사 (위상)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의사, 간호사 하대하는 분위기 여전


이 같이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겪는 횡포는 선배 간호사나 환자, 보호자에서 끝나지 않는다. 의사를 비롯해 간병인까지 간호사들을 하대하고 조정한다는 것이 참여자들의 울분이다.

 

특히 의사의 경우 간호사들이 환자에 대한 질문이나 처방요청, 상태 보고를 하면 대답은 하지 않고 호통을 치거나 전화를 끊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 이들의 증언이다.

 

한 간호사는 “새벽 4시에 수술환자를 챙겨야 해서 전화를 했더니 ‘그게 중요한 거냐’고 소리를 지르고 끊어버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호사는 “밤새 자느라 호출을 안 받아놓고는 폐에 물이 차는 환자인데 계속 전화해서 자기를 깨웠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오히려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간호사들을 아랫사람으로 대하는 의사들의 태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연구에 참여한 간호사는 “싸웠던 의사가 미안하다고 하는데, 그 의사의 선배가 와서는 ‘의사는 간호사한테 사과하는 것 아니다’라고 꾸짖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간호사는 다시 모욕을 당하는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외에도 이번 연구에서는 의사들이 환자 상태가 안 좋아지면 그 탓을 간호사에게 돌리거나 수술 중 간호사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의 행위가 만연하다는 사례가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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