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복지 '열악'… 점심시간 고작 '18분'
노동사회연구소 조사, 병원 노동자 평균 22.9분보다 훨씬 적어
2013.08.12 20:00 댓글쓰기

바쁜 일과에 쫒기는 간호사들이 점심시간마저 마음 편히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 서비스 노동자 노동시간과 점심시간 실태’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간호사의 점심식사 시간이 18분으로 가장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병원·유통·청소 등 주요 서비스 사업장에 근무하는 노동자 2만4628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상반기동안 이뤄졌다.

 

특히 병원의 경우 전국 83개 병원을 대상으로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술직, 환자이송, 조리배식 등의 다양한 직군의 2만122명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됐다.

 

사업장별 1일 평균 점심식사 시간을 보면 병원 및 의료기관 사업장 노동자가 22.9분으로 가장 짧았고, 유통 백화점 또는 면세점 판매직 종사자가37.7분, 공공부문 건물 및 지하철 청소 노동자가 41.9분으로 뒤를 이었다.

 

병원 및 의료기관 사업장 내에서 식사시간이 짧은 직종은 간호사로 18분을 기록했으며, 환자이송을 담당하는 근로자가 18.5분, 조리배식 노동자가 21.3분 등의 순으로 짧은 편에 속했다.

 

특히 병원 종사자들이 일주일에 끼니를 거르는 평균 횟수는 1.9회로 전체의 절반 이상인 53%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점심식사를 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김종진 연구위원은 이같이 병원 종사자들이 점심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하는 원인을 병원의 타이트한 인력구성과 점심시간을 빨리 마치고 업무에 착수해야 한다는 조직 내부적인 분위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그는 “병원 간호사의 경우 인력이 많이 부족하기도 하고 업무가 고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점심시간이라고 해도 환자를 돌봐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그만큼 점심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환자를 돌봐야 하는 간호사의 경우 유동적인 점심시간 안에서 팀원들끼리 교대로 점심식사를 마쳐야하는 체계 또한 점심시간 보장을 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김 연구원은 “교대로 점심식사를 하는 간호사들의 경우 자신이 점심식사를 오래할 경우 다른 간호사들이 점심을 못 먹게 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다보니 촉박하게 식사를 마칠 수밖에 없다. 이렇다보니 점심시간 1시간을 모두 활용하는데 동료 및 상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의 지적대로 실제 대부분의 대형병원의 병동 간호사들의 점심시간은 오후 12시에서 오후 1시와 같이 고정적인 점심시각이 정해져 있지 않고,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시30분까지의 2시간가량 사이에 동료들과 팀을 나눠 식사를 마치는 형식의 체계가 운영되고 있다.

 

서울소재 병원의 한 간호사는 “점심시간에 갑자기 체크해야 할 환자가 생기거나, 하던 업무가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점심시간이 1시간으로 정해져 있어도 이를 다 채워서 쉴 수는 없는게 현실”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현실에 김 연구원은 “점심시간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는 것은 근로자들이 돈을 받지 않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까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우리나라에서 1시간이라는 점심시간은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노동자에게 4시간마다 의무적으로 줘야하는 30분의 휴식시간을 합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는 “점심시간을 제대로 보장받는 근무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적으로 점심시간 사용에 대한 분위기 전환과 인력충원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병원의 경우 근로자가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면 의료사고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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