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 현장서 겪는 다양한 '윤리 갈등'
병원간호사회, 3일 '간호윤리 상황극 콘테스트' 개최
2013.09.03 20:00 댓글쓰기

간호사들이 평소 임상에서 겪는 윤리갈등이 무대 위에서 재현됐다.

 

병원간호사회는 3일 건국대학교병원 대강당에서 ‘간호윤리 상황극 콘테스트’를 개최하고 임상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간호윤리 갈등 경험을 상황극으로 풀어냈다.

 

이날 소개된 8편의 작품에서는 다급한 응급상황, 함께 일하는 의사와의 관계, 다양한 환자들의 요구 속에서 고뇌하는 간호사들의 모습이 담겼다.
 
환자 개인정보·비밀유지 준수 딜레마

최근 환자의 개인 신상정보 보호에 대한 중요성은 강화되고 있는 추세지만 임상에서 환자들을 직접 대하는 간호사들은 개인정보를 지키는 것이 꼭 바람직한지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이 같은 고민이 담긴 상황극 ‘불편한 진실(인하대병원)’과 ‘당신은 나쁜 사람(중앙대병원)’은 환자 당사자와 보호자 사이에 놓인 간호사들의 입장을 보여준다.

 

‘불편한 진실’은 배가 아프다는 딸을 응급실에 데려온 어머니가 임신여부를 검사해자는 의료진의 진단에 펄쩍 뛰면서 시작된다. 검사결과는 자궁외임신으로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딸은 간호사에게 ‘어머니에게는 비밀로 해줄 것’을 요구하며 퇴원하려고 한다.

 

환자의 정보를 보호해야 하는 ‘비밀유지’와 환자가 수술을 통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생명윤리’가 충돌하는 사례다.

 

‘당신은 나쁜 사람’ 역시 진단결과를 공개하지 않으려는 환자 당사자와 보호자 간에서 고민하는 간호사가 등장한다.

 

무정자증으로 임신이 불가능한 남성 환자는 자신의 진단결과를 부인이 모르게 해달라고 부탁하지만, 부인은 간호사에게 자신도 진단결과를 알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두 상황극 속 간호사는 환자를 설득해 보호자에게 사실을 알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지만, 이 같은이 임상에서 실제 발생했을 때 간호사들이 처하는 난감한 상황들을 시사했다.

 

▲선임 간호사·의사와의 관계에서 오는 갈등


간호사들이 겪는 간호윤리 갈등은 단순히 환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함께 업무를 수행하는 선임간호사와 후배간호사 간 역할분담,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하는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에서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나는 선임간호사야(가천대길병원)’와 ‘귀 기울여주세요(아주대병원)’는 간호사들이 실제 빈번하게 겪고 있는 병원인력간의 갈등을 다뤄 큰 공감을 샀다.

 

‘나는 선임 간호사야’는 환자에 대해 1명의 간호사가 책임을 맡는 ‘담당간호사’제도가 운영 중이지만 자신의 업무를 후배 간호사들에게 미루는 선임 간호사의 행태를 지적했다.

 

자신의 환자상태 확인에서부터 퇴원 시 환자가 요구하는 진단서를 준비하기까지 끊임없이 후배에게 명령하는 선임간호사는 후배 간호사의 실수에도 “내 환자를 이렇게밖에 간호하지 못한거야?”라며 오히려 화를 낸다.

 

또한 의사와 겪는 갈등상황을 표현한 ‘귀 기울여주세요’에서는 환자가 호흡곤란 등을 호소해 의사를 부르면 별일 아닌 일에 불렀다며 짜증을 내는 경우, 수술준비에 대한 정확한 지시를 안 하고서 준비가 안 됐다고 화를 내는 의사의 모습 등을 제시했다.

 

▲'김 간호사의 일상‘에서 환자상태를 확인하고 있는 간호사 모습[사진 左] '불편한 진실'에서 간호사에게 임신사실을 어머니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하는 환자 모습[사진 右]

 

▲의료윤리 갈등해결 실마리는 ‘환자’


무엇보다 간호사들이 겪는 간호윤리 상황 중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윤리에 대한 소재도 심도 있게 다뤄졌다.

 

상황극 ‘고민하지 마세요(동국대 일산병원)’와 ‘김간호사의 일상(순천성가롤로병원)’은 환자에게 약을 투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동료 의료진들의 실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지는 간호사의 모습을 그렸다.

 

‘고민하지 마세요’에서는 전공의 1년차 의사가 약 투여량을 잘못 조절한 사실을 발견한 간호사가 ‘한 번만 넘어가 달라’는 부탁을 받은 상황이 연출됐다.

 

극 중 간호사는 약 투약을 잘못한 전공의의 애절한 부탁에 눈을 감아줘야 하나 고민하지만, 환자의 숨소리를 들을 때마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결국 ‘사실을 말하자’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역시 환자에게 약 투여를 잘못한 후배 간호사의 잘못을 수간호사에게 보고해야 할지 말지 고심하는 간호사가 등장한다.

 

처음에는 ‘위 보호제’가 투약된 것으로 알고 있던 간호사는 보고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지만, 곧 잘못 투약된 약이 ‘수면제’임을 알고 뒤늦게 실수를 수간호사에게 알린다는 내용이다.

 

이 두 상황극은 모두 잘못을 책임자에게 알리는 결정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며 간호사들의 윤리의식은 ‘환자를 위한 결정’이 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

 

이날 상황극을 지켜본 엄영란 순천향대 간호학과 교수는 “간호사들은 업무에서 많은 윤리적 갈등 상황에 부딪히는데 이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지속될 경우 사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간호사들이 겪고 있는 갈등의 심각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엄 교수는 “갈등에 부딪혔을 때는 상대방은 나와는 다른 스타일의 사람이란 점을 인식하고, 환자와 나를 위해서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콘테스트 최우수상은 인하대병원의 ‘불편한 진실’이 차지했으며 우수상에는 순천성가롤로병원의 '김 간호사의 일상’과 가천대길병원의 ‘나는 선임간호사야’가 선정됐다. 나머지 5편은 각각 장려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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