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에서 변호사·동화작가·배우 변신
의료 현장 경험 살려 새로운 성공인생 쓰고 있어
2013.07.14 20:00 댓글쓰기

3교대 근무의 체력고갈, 아픈 환자들을 돌봐야 하는 감정노동, 실수가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긴장감 등을 견뎌야 하는 간호사는 결코 쉬운 직업이 아니다. 때문에 간호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정신력과 성실함, 꼼꼼함으로 무장해야 한다. 이런 역량들을 임상에서 몸소 익히기 때문일까. 유독 간호사 중에는 다재다능한 인물들이 많다. 간호사 경력을 바탕으로 변호사, 동화작가, 배우로 삶의 전환점을 맞이한 이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백의천사 지키는 전사 이경희 변호사

 

이경희 변호사의 명함에는 ‘변호사’라는 직함 옆 ‘간호사’라는 세 글자가 나란히 적혀있다.

 

올해 2월부터 법무법인 ‘나눔’에서 근무하는 신입 변호사지만, 13년 전에는 서울아산병원 분만실에서 산모와 신생아를 돌보는 간호사였기 때문이다.

 

의료계에 종사하던 그가 법조계에 발을 디디게 된 까닭은 2000년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보라매 사건’ 때문이다.

 

치료비가 없어 퇴원시켜달라는 보호자의 요구를 들어준 의사에게 살인 방조범으로 유죄를 인정한 법원판결에 이 변호사는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는 “의료 현장을 이해하지 못한 판결에 많은 의료인들이 분노를 느꼈고, 나 역시 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지만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판결문을 보며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 변호사는 2년 6개월을 근무하던 병원을 그만두고, 당시로서는 생소한 의료소송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법률사무소 ‘해움’의 ‘의료소송전담간호사’로 지원했다.

 

이후 5년간 변호사들 업무를 보조하던 그는 ‘이 일을 평생하기 위해서는 내가 주도적으로 사건을 맡아 진행해야겠다’는 결심 아래 법무대학원 의료법학과정을 수료하고 로스쿨 준비를 시작했다.

 

현실적으로 공부를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정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 변호사는 “일단 해보고 안 되면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자. 대신에 최선을 다해 공부하자고 다짐했었다. 다행히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었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고 전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변호사가 된 그는 이제 다시 임상으로 눈을 돌려 병원의 간호사들이 의료소송에 대한 이해와 방어력을 기를 수 있는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그는 “의료소송과 관련해 이전에는 대부분의 책임을 의사에게 묻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는 간호사의 수준이 높아진 만큼 간호사의 업무 영역에서 법적책임을 따지는 추세다. 반면  간호사들은 이런 부분들에 대해 잘 모르고 대비도 못 한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한 번 간호사는 영원한 간호사다. 간호사가 백의천사라면 나는 이들을 지키는 전사가 돼 환자는 물론 간호사들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방어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그는 현재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박사과정(의료법 전공) 재학 중이며 올해 9월에는 이화여대 로스쿨 법학전문박사과정(의료법 전공)에 입학한다.

 

간호사 친절함을 동화책에 담는 이현 작가

 

강 건너 앞마을에 홍수가 나자 누리네 가족은 길을 나서기 시작한다. 주변사람에게 ‘나눔’을 선사하는 누리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 ‘누리야 어디가니’의 작가는 전라남도 광주 ‘최현한의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현 간호사다.

 

어떻게 동화작가가 됐냐는 질문에 “살다보니 이렇게 됐어요”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이현 간호사는 처음엔 혼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혼자 글을 쓰다 보니 내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확신이 안 서 대학교 문예창작과에 편입해 글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덕분에 지금 그는 아동문예문학상과 주평동극상을 수상한 동화작가가 됐다.

 

특히 간호사로서 임상경험을 십분 발휘해 아이들에게 의학지식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책들도 펴냈다.

 

성장, 아토피, 비만, 치아, 시력을 주제로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알려 주는 ‘삐뽀삐뽀 건강맨’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특히 시리즈 중 4번째 작품인 ‘이가 튼튼 그림책’은 작년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우수건강도서 21권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현 간호사는 “간호사로서 몸에 대해 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는 부분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책이 나오고 출판업계 사람들로부터 전문가가 쓴 책이라 그런지 확실히 내용 구성이 좋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지금은 간호사와 동화작가로서 균형을 유지하며 활동하고 있지만 그가 처음 간호사가 됐을 때는 ‘내가 정말 간호사가 돼야하는 것이 맞나’라는 의구심도 가지고 있었다.

 

의구심을 떨쳐내기 위해 이현 간호사가 택한 것은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있는 소록도행이다. 그가 간호사로서 삶의 의미에 확신을 갖고 돌아온 계기였다.

 

이현 간호사는 “소록도에 내가 가진 것을 나눠주러 갔지만, 삶에 감사하는 마음 등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 때문인지 그는 동화작가로 활동하면서도 간호사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는 현재 근무하는 한방병원 경험을 밑바탕으로 한방 건강 동화책을 집필하는 것이 이현 동화작가의 목표다.

 

간호사복 벗고 무대의상 입은 강선미 배우


연극 ‘스캔들’ 무대 위, 바람둥이 아내 ‘고은’ 역할을 소화하고 있는 강선미 배우는 내숭백단 연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어렸을 적부터 꿈꾸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강선미 배우는 사실 분당재생병원 외과병동에서 5년간 근무한 간호사 출신이다.

 

그는 “고등학교 때는 연극부에서 활동했고 대학교에서도 영극영화과를 전공하고 싶었지만 집안사정으로 간호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간호사로 근무하면서도 계속 오디션을 통해 영화, 드라마를 통해 연기를 펼쳐왔다”고 말했다.

 

부산 출신인 그가 서울로 올라와 간호사로 근무하게 된 것도 비교적 오디션 기회가 많은 서울에서 배우라는 꿈을 키워나가기 위함이었다.
 
그런 그에게 몇 년 전 응급외상 환자의 생사를 다루는 의료진들의 삶을 다룬 메디컬 드라마 ‘골든타임’은 간호사 강선미를 배우 강선미로 탈바꿈 시켰다.

 

응급실 간호사역을 맡은 강선미 배우는 간호사로서 삶을 그만두고 배우 일에 전념하기로 결심했다. 배우라는 직업이 안정적이지도, 일정한 수입이 있지도 않기 때문에 고민은 있었지만, 어릴 적부터 꿈꿔온 일이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강 배우는 “촬영 현장이 병원이다 보니 간호사로서 경력이 도움이 됐다. 드라마 의료자문단이 따로 있었지만 촬영 현장에서 발생하는 의료기기를 다루는 방법 등이 필요할 때면 감독님께 조언을 해드렸다”고 전했다.

 

사실, 그는 처음에는 ‘간호사’역에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 다양한 색깔을 보여줘야 하는 배우에게 ‘간호사 경력과 간호사 배역이 고정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강 배우는 “초반에는 편견이 생길까봐 일부러 간호사 경력을 말하지 않기도 했지만, 지금은 간호사든 의사든 의료인 역을 맡게 된다면 경험을 살려 더 돋보이는 캐릭터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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